러시아, 에너지난 지렛대로 영향력 키운다

‘에너지 부국’ 러시아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자국 북부 우스트루가로부터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 그라이프스발트까지 연결되는 1225㎞ 길이의 천연가스 수송관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 2’의 공사를 마쳤고 미국의 승인도 받았다. 이에 따라 ‘노르트 스트림1’에 더해 러시아로부터 독일로 수송되는 천연가스는 두 배로 늘어나게 됐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이고 유럽에서 쓰는 천연가스의 1/3~절반 가까이를 공급해 오고 있다.

이번 승인을 두고 미 의회 내에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에 새로운 지정학적 무기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러시아가 마음만 먹으면 가스를 ‘볼모’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6년과 2009년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천연가스관을 갑자기 잠갔고,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때에도 가스 공급을 통제해 우크라니아를 괴롭히기도 했다.

최근 유럽에서 천연가스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러시아가 추가 공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놓고도 러시아가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독일은 러시아 탓을 별로 하고 있지 않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에선 “러시아가 (노르트 스트림2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고의적으로 단기 현물 시장에서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하거나 보류했다”면서 러시아 에너지 대기업 가즈프롬(Gazprom)의 시장 조작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달 “러시아가 다가오는 겨울 난방기에 대비해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가용성을 높이고 저장고가 적절한 수준으로 채워지도록 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러시아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분은 10년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약 75% 수준. IEA는 또 “러시아가 원한다면 15% 더 많은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하며 증산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에너지 포럼에서 “러시아는 유럽으로 천연가스 수출을 늘리기 위한 조치들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천연가스 부족은 매장량 부족과 장기적인 계획 부재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를 일종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는 바로 정치적 동기가 부여된 허풍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건 전혀 실체가 없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기화 가능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의 티에리 브러더스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천연가스 위기는 러시아가 유럽 등에 대해 갖고 있는 극단적인 영향력을 보여줬다”면서 “러시아는 여유(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의 블랙아웃(정전 사태)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푸틴 뿐이다. 이것이 권력의 위치다”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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