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IT] 구글은 왜 전 세계에서 두들겨 맞는 걸까
안녕하세요. 이종철의 까다로운 IT, 오늘은 구글이 받고 있는 독점 의혹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2018년, EU의 집행위원회 유러피언 커미션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면서 50억달러, 우리 돈으로 5조6500억원의 과징금을 내렸습니다. 국가 단위에서는 우리나라가 최초로 과징금을 매겼죠. 공정위는 2016년부터 구글이 순정 안드로이드를 강제했다면서 5년 동안의 감사를 통해 2074억원의 과징금을 내렸죠. 전 세계 최초입니다. 주모!
우리나라만 유독 구글에게 엄한 것이 아니라, EC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감사를 진행 중입니다.
공정위는 구글이 GMS 사용을 빌미로 구글 안드로이드를 강제하는 AFA, 아퐈 계약을 강제했다고 주장했는데요. AFA는 안티..프래그..anti-fragmentation agreements 반 파편화 조약을 말하는데요. 삼성이나 LG는 AFA를 체결해야만 미리 안드로이드 새 버전 라이선스에 접근할 수 있고, GMS를 사용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 GMS가 뭐길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AFA 계약을 맺어야 했을까요? 우선은 안드로이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아시다시피 안드로이드는 오픈 소스인 OS입니다. 구글이 주도적으로 개발하지만, 안드로이드 자체는 어느 업체든 수정해서 쓸 수 있죠. 대표적인 업체가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이 안드로이드 OS를 수정해서 파이어 OS를 만들고 있죠. 주로 최고의 전자책 뷰어로 평가받는 킨들 파이어 태블릿과 셋톱박스인 아마존 TV에 쓰입니다.
문제는, 안드로이드는 오픈 소스지만 GMS, 구글 모바일 서비스는 아니라는 겁니다. GMS에는 다양한 구글 서비스가 포함돼 있는데요. 구글 검색, 크롬, 유튜브, 플레이 스토어, 지메일, 구글 드라이브, 구글 포토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중 다른 앱은 다른 회사 서비스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MS나 아마존,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 프로그램을 쓰면 되죠. 문제는 플레이 스토어입니다. 플레이 스토어가 없으면, 앱을 못 쓰는 폰이 되죠. 컴퓨터를 샀는데 프로그램을 못 까는 겁니다. 그럼 컴퓨터로는 뭘 할 수 있을까요? 지뢰 찾기?
GMS를 못 쓰면 어떻게 되는지는 화웨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을 통해 화웨이는 구글과 거래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죠. 화웨이는 그래서, 별도의 OS와 앱스토어를 제공합니다. 각각 훙멍과 앱 갤러리라고 부르죠. 이 OS는 중국 내에서는 사용에 문제가 없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위챗 하나만 지원하면 거의 모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화웨이의 수출길은 막혀버렸습니다. 화웨이는 한때 삼성을 제치고 전 세계 분기 점유율 1위를 하기도 했던 업체인데요. 지금도 중국 내에서는 점유율 40% 정도로 1위를 유지 중이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순위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화웨이는 동유럽권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요. 구글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자 그 자리를 샤오미에게 내주게 되었죠.
우리나라 삼성폰 참 좋은 폰이죠. 속도도 빠르고 디자인도 예쁩니다. 특히 폴더블 폰에서는 적수가 없기도 하죠. 그런데 만약 삼성폰에서 플레이 스토어를 못 쓴다면? 삼성폰을 쓰기 조금 애매해지겠죠. 삼성은 AFA를 왜 맺었냐는 공정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 삼성전자의 AFA 체결 이유에 대한 답변 >
AFA는 구글이 MADA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계약이었으며, 당사는 AFA 계약내용상 당사에 일정한 제약이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안드로이드 폰에 필수적인 GMS를 얻기 위해 AFA 체결 및 수정계약에 동의하였습니다.
즉, 구글이 GMS를 사용하려면 AFA 계약에 동의해야 했다는 것은 사실임이 밝혀진 겁니다. EC나 공정위는 이러한 구글의 AFA 정책에 대해서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다면서 과징금을 내렸습니다. 구글은 현재 EC에 항소를 한 상태고요. 구글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안드로이드는 오픈 소스고 무료기 때문에, 제조업체나 소비자가 자신의 기기에 설치할 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개발과 유지 관리는 구글 혼자서 하기 때문에 구글은 그 비용을 회수할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구글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또한, 구글은 앱이 안드로이드 휴대폰에 사전 설치된다고 해서 사용자가 경쟁 서비스를 못 사용하는 건 아니라고 하죠.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 폰에서는 갤럭시 스토어나 원스토어 등도 설치하면 하면 사용할 수 있긴 하죠.
이러한 반독점 문제는 사실 과거 윈도우 시절부터 있었습니다. MS는 과거, 윈도우에 자동으로 익스플로러가 깔리는 걸 두고 독과점 혐의를 받은 적이 있었죠. 그런데 MS는 “아니 그럼, 자동차 만드는 데 타이어를 안 끼우고 내보내요?”라고 답했죠. 또한, 익스플로러가 아닌 크롬을 쓴다고 해서 MS의 핵심 서비스를 사용 못 하게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핵심 서비스인 오피스를 유료로 팔았죠. 구글과는 조금 다릅니다.
EC나 공정위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구글에게 독점 방지법이 발의되거나 심의를 받고 있죠. 다음 차례는 애플이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국정감사를 받았죠.
만약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마음대로 사용하고 GMS도 마음대로 사용하게 놔뒀으면 어떨까요? 사실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와 iOS 외의 다른 OS를 사용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불편한지 아닌지를 모르죠. 스마트폰 초창기에 HP의 web OS가 있었고, 이 OS는 지금 LG가 사서 스마트 TV에 쓰고 있습니다. 삼성과 인텔은 함께 타이젠을 개발했었는데요. 이 시점이 조금 늦어서 타이젠과 바다 OS 바다는 저 멀리 파도와 함께 휩쓸려가게 되었죠.
과거의 삼성은 안드로이드 포크 OS를 개발한 적이 있습니다. 갤럭시 기어용이었는데요. 구글이 AFA를 위반했다고 해서 타이젠으로 갈아타게 됐죠. 아시다시피 갤럭시 워치는 다시 안드로이드 기반인 wear OS를 탑재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안드로이드로 돌아온 것이죠.
그런데 만약 이랬으면 어떨까요? 구글이 조금 더 개방적으로 행동해서, 카메라에 잘 맞는 스마트폰 OS, 음악 감상이나 제작에 특화된 안드로이드, 메신저와 인터넷 정도만 되도록 하는 가벼운 OS 같은 것들이 있었다면, 사용자들의 수요에 맞게 다양한 OS를 사용할 수 있었을 겁니다. 지금 우리가 PC에서도 거의 윈도우나 맥OS를 쓰지만, 다양한 리눅스가 PC, 보드 PC, 서버, NAS 등에서 쓰이고 있죠. 이렇게 자신에게 맞는 여러 OS를 사용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구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저는 지금보다 구글이 조금 더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만약 구글이 계속 폐쇄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MS, 아마존이 동맹을 유지할 수도 있고, MS와 삼성, 삼성과 아마존이 동맹을 맺을 수도 있겠죠.
실제로 현재 MS와 아마존, 인텔은 손을 잡은 상태입니다. 최근 출시한 윈도우 11에서는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는데요. MS는 구글이 아닌 아마존과 손을 잡았습니다. 아마존이 만든 변형 안드로이드 파이어 OS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훌륭한 마켓인 아마존 앱스토어를 사용할 수 있죠. 이 이 아마존 앱스토어의 앱을 윈도우 11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겁니다. MS는 아웃룩, 원드라이브 등 GMS에 대응할 수 있는 앱을 이미 갖고 있고, 한가지 부족한 것이 안드로이드 앱과의 연동성이었습니다. 아마존은 안드로이드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하지만 컨슈머용 PC OS는 갖고 있지 않죠. 인텔은 사람들이 윈도우를 많이 쓰면 좋은 회사입니다. 그래서 세 회사가 손을 잡으면 구글에 대응할 수 있겠죠. 앞으로 삼성과 MS가 손을 잡고 갤럭시 스토어를 윈도우 탑재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삼성 입장에서도 탈 구글 가능성이 있겠죠. 물론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구글 입장에서는 전 세계에서 제재와 과징금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조금 더 개방적으로 OS 정책이 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중에는 원하는 제조사의 기기에서 원하는 OS, 원하는 구글 프로그램을 쓸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이 기다려지네요. 물론 이래 놓고 저는 아이폰 살 겁니다.
자,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까다로운 IT는 리뷰와 달리 여러분의 궁금증에서 시작합니다. 많은 제보와 댓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영상.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