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해지는 중국 전력난…’헝다 사태’보다 더 무섭다

중국의 전력난이 심해지면서 공장들이 잇따라 문을 닫는 등 경제에 미칠 여파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공장 가동이 멈추게 되면 전 세계적 공급망이 흔들리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진다.

28일 중국 및 해외 미디어들에 따르면, 광둥성(廣東省) 장쑤성(江蘇省) 저장성(浙江省) 등 중국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는 동남부 제조업 벨트를 포함, 10여개 성(省)에서 상당수 공장의 가동이 전면 중단되거나 조업 시간이 크게 줄었다. 광둥, 장쑤, 저장성에서만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이 나올 정도니 공장이 멈추는 일은 큰 일.

당국이 전력 사용을 통제하기 위해 조업을 멈추거나 줄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전력이 부족한 건 석탄 가격이 오르는데다 공급도 잘 안 되고 있기 때문. 특히 화력발전에 쓰이는 석탄의 5,60%를 조달해 온 호주에서의 수입을 금지한 여파가 적지 않다.

장쑤성 쿤산(昆山)시에는 대만에 본사를 둔 10개 이상의 반도체 생산 업체들이 있는데, 이들 업체는 최근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9월 말까지 현지 공장을 잠정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 한 곳인 창와테크놀로지는 NXP반도체나 인피니언테크놀러지 등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들에 칩 패키징 재료를 공급하는 곳. 가동이 멈추면 그렇잖아도 심각한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이 더 심화될 게 분명해 보인다.

포드 등 자동차 회사에 전기 장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을 공급하는 대만 TTE(Tung Thih Electronic·同致電子)도 영향을 받고 있다.

기계부품 업체 이슨 엔지니어링, 인쇄회로기판 제조업체 유니마이크론 테크놀러지 등도 가동을 멈추고 있는데, 이들은 애플 협력사들이다. 아이폰 조립업체 중 한 곳인 페가트론은 “전력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그래도 애플 협력사들은 급격한 감산은 피하려고 우선적인 에너지 접근권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강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 조치에다 부동산 규제 등 때문에 중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데다  전력난, 에너지 경색은 중국 경제를 더 짓누를 수 있다는것. 노무라홀딩스, 모간스탠리 등은 전력난을 이유로 중국의 GDP 증가율(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하거나 저성장을 경고했다.

노무라홀딩스 홍콩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루 팅은 “이제 중국에 대한 가장 뜨거운 화두는 곧 헝다에서 에너지난으로 옮겨갈 것”이라면서 “전 세계 시장은 섬유, 장난감에서부터 기계부품까지 공급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까지도 지적당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무리한 추진이 아니냐는 것.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0·60 탄소중립목표’를 발표했다. 2030년을 정점으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 206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체제 상 신속하고 일관되게 추진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없기에,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결정은 협상 대상이 아니기에 정책 결정자들은 저성장을 감수하고라도 이 친환경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래리 후 맥쿼리 중국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에너지 위기를 선택한 셈이고 이 때문에 중국 경제 성장 둔화가 전 세계 공급망에까지 부담을 주게 될 거라는 설명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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