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은행에서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고객이 오해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상품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라는 것이 시행됐기 때문인데, 설명이 부족한 불완전판매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게 하기 위한 법이다.

이법이 본격 시행된 첫날. 금융을 취재하지만 현실 금융에는 취약한 통장 얇은 기자가 은행을 찾아가봤다. 내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은행 창구에서 완전한 설명이 가능할까? 그것이 궁금했다.

월요일 오전, 걱정과 동시에 설레는 마음으로 집 밖을 나섰다. 처음으로 펀드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을 가기 위해서다. 평소 주거래 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의 한 지점을 찾아갔다.

은행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한산하고 여유로웠다. 27일은 금소법의 계도기간이 끝난 후 실질적인 첫 영업일이지만 은행은 평소와 같았다.

지난 3월 25일 시행된 금소법은 금융소비자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다. 은행, 보험사 등 금융사와 전자금융업자(핀테크)를 대상으로 6대 판매규제를 시행한다. 쉽게 말해,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을 통해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부당한 권유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을 규정했다.

금융사 등이 지켜야 하는 6대 판매규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안내직원의 도움을 받아 펀드상품 가입 창구로 이동했다. 다행히 대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곧바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펀드상품을 가입하러 왔다”며 처음이라고 입을 뗐다. 그렇게 펀드상품 가입을 위한 상담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이뤄진 것은 투자성향 파악. 금소법에서 은행에 지키라고 지시한 6대 판매규제 중 ‘적합성 원칙’에 해당된다. 가입자가 고위험 손실을 감수하고 높은 수익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혹은 낮은 수익률에도 저위험 손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결과에 따라 직원이 추천해줄 수 있는 상품이 정해져있다.

펀드상품 가입 전 이뤄지는 투자성향 파악 설문. 모든 질문에 답을 하면 합산을 통해 투자성향 등급이 정해진다.

태블릿에다가 고객정보를 입력하고 몇 가지 설문에 응답을 했다. 설문에서는 가장 먼저 금융상품 투자에 대한 지식수준을 물었다. 펀알못(펀드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양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투자의사 결정을 스스로 내려본 적이 없는 정도’에 체크를 했다. 이외에도 투자경험이나 선호하는 투자상품의 유형 등을 선택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면서 솔직하게 선택 문항을 채워나간 결과, 나온 성향은 ‘위험중립형(3등급)’. 전체 5등급 가운데 다소 안정을 추구하는 타입이다. 평소 안정적이면서도 적당한 수익을 원하는 성향이라 예상했던 대로 나왔다.

직원은 투자위험등급 관련 자료들을 보여주며 위험중립형에 대해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유형의 분들께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고위험 투자상품 추천을 하지 못 한다”며 “3등급은 상대적으로 1~2등급에 비해 고수익, 고위험 투자상품을 가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이 역시 금소법의 6대 판매규제 중 적합성의 원칙에 해당된다. 고객의 성향에 맞지 않는 상품은 추천할 수 없다.


성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겠다던 직원은 전체 금융시장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분석 자료를 건넸다. 해당 은행 금융사의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리포트로 꽤 두꺼웠다. 투자상품 가입에 앞서 고객에게 최근 금융상황, 시장동향, 전망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고객이 시장동향을 알고 금융상품에 가입해도 되는지 판단을 돕기 위한 취지로 해석됐다.

다만, 어려운 용어가 수두룩한 리포트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직원은 이해를 돕기 위해 리포트의 첫 장을 설명해줬으나, 준비한 대본(?)을 토대로 기계적으로 빠르게 읽어 내려가는 방식이어서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다. 동공지진이 일어나는 가운데 가끔씩 귀에 들어온 것은 코로나19, 델타변이 등의 낯익은 단어. 코로나19로 인해 금융시장이 좋지 않은 것 같다는 대략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이해를 할 수는 없었다.

직원도 민망했는지 약간의 미간을 찌뿌리며 “혹시 이해가 되셨나요?”라고 물었고, 예의상 “대강 됐다”고 답했다. 투자성향 분석부터 시장현황 소개까지 걸린 시간은 약 15분 정도. 이제 금융상품을 가입하기 위한 첫 관문을 넘었다. 직원에 따르면, 사람에 따라 최대 20분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직원은 곧바로 자료를 꺼내 투자성향에 적합한 상품 두 개를 설명했다. 역시나 어려운 금융용어가 수두룩했다. 클래스, 환매, 총보수 등 생소한 단어들의 집합체였다. 당황스러웠지만, 표가 나지는 않았나보다. 직원은 나를 의식하지 않은 채 준비된 대본과 자료대로 상품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몇 분간 이어진 의무적인(?) 설명이 끝난 후에야, 나는 총보수 등 잘 몰랐던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내게 더 적합한 상품일지를 물었다. 임무를 마친 직원도 기다렸다는 듯 이해할 수 있도록 답변을 해줬다.

역시 의무적인 설명보다 직원이 쉽게 해주는 설명이 귀에 쏙쏙 박혔다. 덕분에 두 상품 중 수익률이 높고, 수수료가 적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었다. 상품선택을 마치자 또다시 직원은 대본대로 상품 소개를 이어갔고 자료를 건네줬다. 금소법의 6대판매 규제 중 ‘설명의무’로, 은행 직원은 상품을 권유하거나 고객이 요청할 경우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꼭 대본을 읽으면서 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직원은 “(대본 혹은 가이드라인)에 다 맞춰서 설명을 드려야 한다”며 이런 행동이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더 강화됐다”고 말했다. 금소법이 시행되기 전인 작년까지만 해도 모든 절차마다 대본을 읽진 않았으나, 이제는 꼼꼼하게 설명하지 않을 경우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어 의무가 됐다고 한다.

약 30분이 넘는 긴 설명 끝에, 직원으로부터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는 고객 확인서를 작성해야 했다. 펀드상품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전에 이를 인지하고 가입했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것이다. 상품의 위험도나 손실 가능성, 수수료에 대해 들었고 이해했다고 서명했다.

직원에게 고객 한 사람당 소요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곰곰이 고민하던 직원은 “투자성향 검사는 하루에 한 번만 하면 되는데 상품은 개별로 다 설명을 해야 하니까 꽤 걸린다”며 “만약 한 번에 여러 상품을 가입한다고 하면 꽤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고 답했다. 특히 금융취약계층이거나 투자경험이 없는 사람일수록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말이 끝나게 무섭게 직원은 각종 서류를 뽑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펀드상품에 가입하기까지 약 40 여 분간의 대장정이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직원은 상품에 가입할 것인지 물었다. 이때 뇌리에 스친 것이 있었다. 상품설명 시 직원이 모바일로 가입할 경우 수수료가 약 두 배 저렴하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한 푼이라도 아끼고 벌려면 모바일로 가입하는 것이 맞지만, 그냥 가버리기엔 지금까지 고생하면서 설명을 해준 직원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이익을 택할 것이냐, 고마움을 택할 것이냐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직원에게 말을 건넸다. “수고해주셔서 정말 감사하지만, 모바일로 해도 될까요?”라고. 직원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해를 해줬다.

곧이어 직원이 마음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한 마디 더 했다. “올해부터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했지만 원래도 이렇게 해왔고, 해야했던 것이다. 펀드상품이란 것이 원금보장이 안 되고, 무엇보다 직접투자와 달리 저희(은행)을 통해서 한 것이니까.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저희도 고객에게 꼼꼼하게 설명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몇 년 전, 뉴스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예금, 적금밖에 모르는 한 할머니가 고위험 펀드를 10개 넘게 들었다고. 당시 할머니는 은행창구 직원이 좋다고 하니 가입했던 걸로 기억한다. 금소법에 적용된 6대 판매규제가 은행 직원과 고객에게 번거로운 절차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돈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보호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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