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바잉은 현상일 뿐…영국 ‘휘발유 대란’의 뿌리는 브렉시트
휘발유를 넣고 싶어도 넣을 수 없는 대란이 지금 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부터 급속히 나빠진 상황은 우선 영국인들의 패닉 바잉(panic buying: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이나 물량 소진 등에 대한 불안으로 마구 사들이는 것) 때문이다.
그랜트 삽스 영국 교통부 장관은 “이번 사태는 패닉 바잉에 따른 것이지 연료(휘발유)는 풍부하고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영국 전역에 1200개 주유소를 두고 있는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지난 이틀간 엄청난 수요가 발생해 현재 전체 주유소 가운데 약 30%가 높은 등급의(질좋은) 휘발유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고 로얄더치셸이나 엑슨모빌 등도 휘발유 재고가 바닥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물류, 운송의 문제. 이를 담당하는 트럭 운전사가 적어진 까닭이다. 그동안 저렴한 인건비로 영국에서 트럭 운전사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대거 자국으로 돌아간데다 최근 브렉시트 때문에 신규 유입마저 잘 안 되고 있는 것. 그래서 휘발유 공급이 줄어들고 사지 못할 것을 우려한 영국인들이 패닉 바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지난해 브렉시트 이후 점수 기반 이민제도(points-based immigration system)를 발표했다. 저숙련 노동자들의 이민을 사실상 불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어 이들의 노동력에 의존하던 분야에서 인력난이 심해질 것은 이로 인해 이미 예상됐다.
영국 정부는 상황이 급박해지자 단호했던 입장을 조금 바꾸는 모습이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총리 내각은 다음 달부터 트럭 운전사 5000명, 그리고 농장 노동자 5500명에게까지 3개월짜리 임시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생각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26일 옵서버가 진행,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영국 유권자의 67%는 정부가 위기에 “잘못 대처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의 대다수는 브렉시트가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정부가 판단을 잘못하고 정책을 잘못 쓴 탓을 더 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은 “내각이 브렉시트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해 제대로 계획하지 못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