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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시작하니 은행 창구에 ‘AI 상담사’ 등장

금융소비자보호법 (금소법) 시행으로 시중은행들이 분주하다. 24일, 계도기간을 지나 금소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은행이 꼭 지켜야 하는 의무사항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은 고객의 이해도와 상관없이 상품을 소개하고 동의를 얻었다면, 앞으로는 상품 판매에 앞서 고객을 꼭 이해시켜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금소법에 명시된 6대 판매규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금소법 시행과 함께 은행들이 가장 먼저 손 본 것은 상품설명서다. 취재 결과,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고객이 계약체결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요한 정보를 쉽게 정리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준비했다. 예를 들어, 유사한 상품을 비교해 무엇이 다른지 설명했고 고객문의,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사항에 대해 Q&A 형태로 정리했다. 또 어려운 금융용어를 쉽게 풀었다. 이밖에도 창구 현장에서 지켜야 할 의무사항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 배포했다.

그러나 사람이 모든 것을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몇몇 시중은행은 IT기술로 금소법 리스크 해소에 나섰다.

현장에서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금소법의 6대 판매규제에 따라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판매하는지,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는지 모니터링하는 시스템과 고객의 민원 등 불만사항을 모으는 플랫폼을 구축한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은행 창구에서 ‘AI금융상담시스템’을 활용한다. 사람대신 AI 시스템이 창구에서 고객에게 금융상품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A투자상품을 가입하길 원하면, 직원은 AI금융상담시스템을 활성화해 스피커로 고객에게 상품설명 내용을 들려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 판매 시 고객에게 정확한 상품 설명을 하고, 소비자보호의무에 따른 적법한 판매 절차를 준수하기 위한 AI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에는 텍스트 데이터를 음성파일로 변환하는 기술(TTS)과 음성파일을 텍스트 데이터로 변환하는 기술(STT)이 적용됐다. TTS는 고객에게 안내할 상품을 음성으로 설명할 때 사용되며, STT는 고객상담 녹취 정보를 분석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검증할 때 활용된다.

음성인식 기술은 영업점에서 수개월 간 학습해 90% 이상의 음성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AI금융상담시스템은 상품설명 읽어주기 뿐만 아니라, 고객 맞춤형 상품설명, 상담 시 금칙어 사용여부 검증, 설명내용 자동 녹취 및 저장, 불완전판매 현황 모니터링, 주요 불완전판매 유형 분석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사람이 잡아내기 어려운 실수나 위반사항 등을 이 시스템이 잡아내고 안내한다.

이렇게 녹취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민은행은 금융상품 판매방식과 AI금융상담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금융당국과 의사소통을 하겠다”며 “녹취 프로세스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AI금융상담시스템을 지속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 디지털 플랫폼(가칭)’을 구축한다. 민원이나 고객칭찬, 불편사항, 개선사항 등 고객이 대면, 비대면 거래에서 느끼는 경험을 데이터화한다. 이렇게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면, 비대면 채널에 반영할 계획이다. 미리 고객 불만을 파악해 이를 서비스와 플랫폼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신한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 디지털 플랫폼과 함께 데이터댐을 구축한다. 데이터댐은 민원, 고객칭찬, 불편사항 등의 데이터를 모으는 곳이다. 이렇게 모은 고객경험 데이터는 내부 금융정보와 결합되어 분석이 이뤄진다.

은행이 수집하는 데이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고객칭찬과 같은 긍정적인 데이터와 민원과 같은 고객불만 데이터로 각각 나눠 데이터화한다. 긍정적 데이터는 굿(Good)서비스지원 시스템에 반영되며, 부정적 데이터는 민원, 금융소비자보호 등에 활용된다.

외부 민원 데이터도 수집한다. 주요 포털이나 SNS에서 언급되는 신한은행에 대한 주요 의견을 모은다. 이외에 앱스토어같은 앱장터 리뷰의 모바일 불편사항도 청취, 수집하는 항목 중 하나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들은 사용자인터페이스, 사용자경험(UI, UX)를 설계하고 개발하는데 반영된다. 또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 프로세스 최적화를 위한 UI, UX에도 반영하다는 것이 신한은행 측의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느끼는 다양한 경험을 데이터화해 이를 금융거래 데이터와 결합해 금융소비자보호에 활용할 것”이라며 “외부에서 언급되는 민원예상 정보도 수집해 고객 불편사항과 불만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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