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카카오 규제 전에 고려할 일
반면 아마존 생태계에서 공급자와 노동자는 힘들다. 아마존이 최저가를 제공하려면 공급자는 이윤을 낮출 수밖에 없고, 아마존 노동자의 임금도 낮게 책정된다.
(물론 공급자들이 플랫폼으로부터 피해만 입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은 공급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상품이 아마존에서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배달앱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인적이 드문 골목 안쪽 음식점이 아무리 맛이 있어도 목 좋은 사거리에 있는 음식점과 경쟁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배달앱은 이와 같은 지역의 경계를 없애 새로운 도전자에게 기회를 준다. )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플랫폼의 독점은 선이다”라는 주장도 나온다. 독점 플랫폼이 등장하면 공급자들은 그 플랫폼 내에서만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공급자간 치열한 경쟁은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기 마련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배달의민족 플랫폼에서 음식점주는 배달비 일부를 부담할 때가 많은데 배달비가 많으면 주문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 쇼핑검색에서 판매자들은 1원이라도 싸게 가격을 책정해야 최저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이처럼 독점 플랫폼은 소비자와 공급자의 딜레마를 야기한다. 독점 플랫폼은 이용자들에게 낮은 가격과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공급자간 경쟁을 치열하게 만든다. 공급자들이 대기업이라면 별로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자영업자나 사회적 약자일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국내에서 빅테크 규제가 이야기 되고 있다. 빅테크를 비판하는 언론의 무게중심은 대체로 공급자에 맞춰져 있다. 플랫폼으로 인해 소상공인이 힘드니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가 미용실 사업을 왜 하냐”는 비판이 나오는데, 사실 카카오가 미용실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면 소비자들은 편리하다. 가격도 저렴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미용실은 그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며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고 수익성이 떨어진다.
즉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소비자 후생보다는 소상공인(공급자)의 적절한 이윤을 보장하자”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주장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충분히 고민해볼 가치라고 생각한다. 소상공인이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너무 치열한 경쟁에 몰리지 않도록 소비자들이 조금씩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약간의 가격인상을 용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법적 기준이다. 전통적인 경쟁법은 소비자 후생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위법이냐 아니냐를 따질 때 소비자 후생이 증진되느냐 감소되느냐를 따진다. 소비자 후생으로만 따지면 플랫폼 독점은 장려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빅테크 규제를 말하기에 앞서 이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 소비자 후생을 기준으로 삼는 기존 경쟁법 체계에서 소상공인 피해를 이유로 플랫폼 규제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빅테크 저승사자로 유명한 ‘리나 칸’이 이끄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7월 사실상 소비자 후생을 최우선 가치로 삼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2015년 제정됐던 ‘경쟁법 시행 원칙’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원칙은 FTC의 규제는 소비자 후생을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소비자 후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체계를 기준으로 소상공인의 피해와 플랫폼 규제를 이야기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규제법을 만든다는데, 플랫폼이 우선시해야 하는 가치가 소비자 후생인지 소상공인에 대한 적절한 이윤보장인지도 불명확하다.
빅데크 규제를 말하기에 앞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고, 공정거래법의 대원칙에 대한 재합의가 필요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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