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를 강제할 수 없도록 막는 법안,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법 개정안)을 지난달 31일 통과시켰다. 전 세계에서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횡포를 법으로 막는 첫 나라가 된 것. 국회와 규제당국이 조속히 구체적인 규제 방법을 시행령을 통해 마련할 방침이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어떨까.

유럽연합(EU)이 사실 가장 앞서 움직였다. 지난해 12월15일 디지털 마켓법(Digital Markets Act· 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 초안이 발의된 것. DSA는 플랫폼 기업들이 불법적이고 유해한 콘텐츠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골자이고, DMA는 플랫폼 기업들, 이른바 ‘게이트키퍼'(gatekeeper) 기업들이 경쟁을 해치지 않도록 규율하는 것이 핵심. 게이트키퍼 기업으로 지정된 사업자에는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는 것에 대한 기술적 제한 등을 금지당하게 되는 등 다양한 의무가 부과된다.

위반시 벌금도 아주 세게 물리는데, DMA에서 중대 의무를 위반한 경우 연간 총 매출액의 10%를 벌금으로 내게 하고, 덜 심각한 경우라도 1%를 내야 한다. 유럽의회 입법 과정을 거쳐 도입까지는 약 2년여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상원의원 3명이 초당적으로 애플과 구글 등 시장 지배력을 너무 많이 행사한다고 여겨지는 기업들의 앱 장터를 규제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민주당 소속 리처드 블루먼솔,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그리고 공화당 소속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이 내놓은 ‘공개 앱 장터 법안'(The Open App Market Act)은 구글과 애플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것을 독점으로 간주하며, 이를 금지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블루먼솔 의원은 한국의 법 통과와 관련해 “한국은 앱 경제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뒤처질 수 없다”고 말하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애리조나주 하원은 지난 3월 구글·애플 인앱결제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HB2005’법안을 통과시켰다. 자신들의 주에서 구글이나 애플이 앱 개발자, 사용자에게 인앱결제를 강제할 수 없도록 했고, 이를 거부했다고 해서 앱 개발자에 보복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는데, 주 상원을 통과하진 못했다.

이런 가운데 인앱결제에 반대하며 구글과 애플의 앱 장터에서 자사 앱을 삭제하고 소송에 나섰던 에픽게임즈와 관련한 재판이 끝났고, 올해 말이면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 결과가 법안 통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 과정에서 에픽게임즈가 지난 2년간 인앱결제로 인해 지불한 수수료만 1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ustralian Competition and Consumer Commission)는 오랫동안 플랫폼 기업 및 시장에 대한 조사를 해 오고 있는데, 지난 4월 중간 보고서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경쟁을 억누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로드 심스 ACCC 위원장은 한 웨비나 연설에서 “아직 최종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나라들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애플과 구글이 합리적이라고 믿는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규칙을 제정할 것”이라면서 “해외의 움직임을 면밀히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심스 위원장은 특히 “전 세계 당국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전 세계적인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