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실패했던 정책, ‘플랫폼 택시’와 함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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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2025년 1월 23일 (목) 14:00 ~ 15:10
대형 승합 택시 아이엠을 운영하는 진모빌리티가 ‘택시 차고지 밖 교대 서비스’ 샌드박스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서비스는 9일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승인됐으며, 진모빌리티는 아이엠 택시기사 ‘지니’가 차고지 밖에서 차량 점검, 운송 기록 전송, 운전자 근무 교대, 배차 관리 등을 원격으로 할 수 있는 스마트 기사 교대 관리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왜 차고지에서 교대해야 할까?
기존 법인택시기사는 반드시 택시 차고지로 출근해 교대 절차를 거쳐 운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근거 법령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44조로 ‘차량 운행 전에 운수종사자의 건강상태, 음주 여부 및 운행경로숙지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라는 원칙에 의거 택시기사는 반드시 차고지에서 교대해야 했으며, 이전 근무자도 제시간에 차고지로 복귀해야만 했다.
문제는 택시 차고지가 주민 주거 환경 개선 등을 이유로 점차 교외에 위치하게 됐다는 것이다. 장거리 출퇴근이 불가피한 택시기사들이 생겨났고, 교대를 위해 긴 시간 이동 및 복귀하는 일이 반복됐으며, 그 과정에서 빈 차 운행으로 인해 시간과 차량 연료가 낭비됐다. 또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택시기사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소비자도 근무 교대를 이유로 승차거부를 당하는 등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규제 완화는 첫 시도가 아니다
사실 이번 진모빌리티의 샌드박스 심의 통과는 택시 차고지 밖 교대 서비스의 첫 허용 사례는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100% 자회사로 ‘카카오T블루’를 운영하는 KM솔루션,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 등 플랫폼 택시를 중심으로 작년부터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통과해 각각 차고지 밖 교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서울시는 ‘차고지 밖 교대 사전신고제’라는 이름으로 2008년부터 법인택시기사 차고지 밖 교대의 허용 및 금지를 여러 차례 반복한 바 있다. 첫 허용 당시 서울시는 장애인과 시 외곽에 사는 기사 편의를 위해 차고지 밖 교대를 허용했으나, 신고장소 외 교대·명의도용 도급 택시·불법 대리운전 등 악용사례가 늘어나자 2010년 11월 폐지한 바 있다.
3년이 흐른 2014년 초 서울시는 “승객 안전과 택시기사 편의를 위해 차고지 밖 교대 사전신고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할 것”이라며 제도를 부활시켰다. 적용 대상은 원거리 출퇴근 운전자·장애 6급 이상 운전자·여성 운전자이며, 택시 업체가 보유 차량의 30% 이내에서만 사전신고를 할 수 있게 하고, 교대 기사 2명의 거주지와 차고지 간 직선거리가 각각 7㎞ 이상이어야 하는 등 세부사항을 둬 제도를 보완했다. 이후 서울시는 해당 제도를 2019년까지 지속적으로 보완 및 연장해왔다.
부작용도 존재했다
택시 경력 20년의 A씨는 차고지 밖 교대 사전신고제를 추억하며 “꼭 필요한 제도인 것은 인정하나, 개인적으로 악용사례를 더 많이 봤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고제이다 보니 택시 업체가 몇몇 기사의 편의를 봐주는 형태로 운영이 되거나, 타 업체 기사를 빼 오는 데에 주로 사용되기도 했다. ‘편한 업무 환경을 보장할 테니 우리 회사로 넘어오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교대마다 매번 감시나 본인인증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였으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었을 것”이라 회상했다.
이어 “오죽하면 서울시에서 각종 세부 운영 사항과 상시 모니터링 제도, 불법 교대자 신고 포상제 등을 운영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제도가 꼭 필요한 기사들이 있었을 것이고, 나 또한 모든 택시기사들에게 적용된다면 훨씬 편리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플랫폼 택시, “기술로 허점 보완할 것”
제도가 가진 허점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택시 업체들이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연속해 통과하고 있는 이유는 기술 발전에 있다.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 교대 대상이 되는 택시기사 본인을 정확히 인증하고, 근무 준비 상태를 점검하는 등 원격으로도 차고지 출근과 큰 차이 없는 환경을 구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마카롱 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는 도심 거점 교대지에 ‘마카롱M 키오스크’를 설치해 차고지 밖 교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카롱M 택시기사는 거주지와 가까운 교대지를 주요 근무지로 지정한 뒤 출근 시 키오스크를 통해 지문인증, 영상 촬영, 음주측정 등 5단계 안전운행 검증 절차를 거친다. 관리자는 통합관제센터를 통해 키오스크로부터 전송받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출퇴근 승인을 내리는 구조다. 출근이 거부될 경우 차량 모바일 키가 지급되지 않는다.
대형 승합택시 아이엠을 운영하는 진모빌리티는 ‘지니’ 전용 앱을 통해 택시기사의 지문과 얼굴 인식, 차량 사진 및 근무 복장, 음주측정 결과 등을 인증한다. 진모빌리티 측은 “향후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동 수요 데이터 분석 후 교대 장소를 매칭하고, 상황에 맞는 콜 배차로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시범 기간에는 서울시 내 진모빌리티 제휴 주차장에서 우선적으로 실시하며, 추후 교대 지점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성욱 진모빌리티 대표는 “사업 개시를 위한 몇 가지 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고객과 기사 모두의 만족을 위한 ‘윈-윈’의 계기가 마련된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라며 “이번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택시 운영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 업계 전반에 귀감이 될 수 있는 혁신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는 무엇을 얻을까?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모빌리티 혁신 권고안’을 발표하고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권고안 발표와 더불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하위 법령을 개정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혁신 권고안에는 택시 차고지 밖 교대 허용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차고지 밖 교대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효용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주목받고 있다.
먼저 기대해 볼 수 있는 효과는 승차거부 완화다. 플랫폼 택시는 자동배차를 원칙으로 ‘가까운 거리는 잡히지 않는다’라는 기존 배회형 택시의 단점을 깨뜨렸다 평가받고 있다. 나아가 차고지 밖에서 기사 교대가 가능해지면서 ‘차고지에 간다는 이유’로 승차거부 당하는 일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추가로 국토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택시기사의 편의성은 높이는 한편, 이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처벌제도를 마련해 예방하겠다는 계획이다. ‘음주운전기사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택시기사의 음주운전 적발 시 운수종사자격 취소 또는 자격 취득 기한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택시 서비스 평가 의무화 및 확대’는 향후 택시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전반적인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관련해 모 택시업계 종사자는 “차고지 복귀를 핑계로 불법 승차거부를 일삼는 일부 택시기사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각종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택시 산업의 전반적 수준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