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밀리의서재’ 팔렸다

최근 두 가지 지분 인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하나는 깜짝 인수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예고되어왔으나 발표가 늦어진 것이었죠.

먼저, 오랫동안 예고되어 왔던 소식부터 전합니다. 네이버가 드디어 문피아 지분 인수를 공식화했습니다. 최근 네이버웹툰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가 문피아 인수 건에 대해 “공시를 통해 알릴 사안”이라고 답해 조만간 관련 소식이 전달될 것을 암시하기도 했었는데요.

지난 10일, 네이버는 공시를 통해 자회사인 네이버웹툰이 웹소설 업체 문피아의 지분 36.08%를 1082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취득목적은 사업 제휴라고 공개했습니다만, 곧 그 내용이 바뀔 수도 있겠습니다. 네이버 측이 문피아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문피아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 웹소설 시장의 간판이 되기 전, 시장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플랫폼이었습니다. 많은 웹소설 작가가 문피아를 통해 데뷔했죠. 창업자인 김환철 대표가 ‘금강’이라는 필명의 인기 웹소설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무협’과 ‘판타지’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갖췄으며, 콘텐츠가 당연히 ‘무료’라고 인식되던 시절에 남들보다 앞서 한편에 100원 유료 판매를 시작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뿐만 아니라 게임회사,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앞다퉈 웹소설 IP를 가진 회사 인수경쟁이 심해지면서 문피아 역시 누가 차지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었는데요. 지난해만 하더라도 유력한 인수처로 카카오페이지가 거론되기도 했었죠. 그러나 승자는 네이버가 됐습니다.

네이버가 문피아를 탐낸 이유는 앞서 언급한 문피아의 핵심 자산인 ‘무협’ 콘텐츠 때문입니다. 무협은 네이버웹소설이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장르 중 하나입니다. 또, 기성작가는 물론이고 계속해 생겨나는 신진 작가풀을 흡수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죠. 카카오가 인기 작가와 작품을 가진 출판사, 에이전시를 중심으로 인수전략을 짜온 것과 달리 네이버는 웹소설 기반 에이전시나 아마추어 작가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 인수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글로벌 인수전에서도 카카오페이지는 오리지널 IP를 많이 확보한 ‘래디쉬’를 선택했지만, 네이버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유연재 할 수 있는 공간인 ‘왓패드’를 인수한 것과 마찬가지죠. 물론, 아직 네이버가 문피아의 경영권을 확보한 것은 아니고요. 당분간 문피아는 독자 경영을 하면서 네이버웹툰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네이버가 계속해 추가 지분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라 이같은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네이버웹툰이 문피아의 경영권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문피아가 가진 독자적인 가치를 십분 활용하려면 기존의 경영틀을 완전히 흔들어 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웹툰과 문피아의 시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나아가겠죠. 마치,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한 다음 경영은 각자 유지하되 IP의 활용과 관련해서 합작 사업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처럼요.

다른 하나는, KT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지니뮤직이 전자책 구독 플랫폼 ‘밀리의서재’를 인수했다는 겁니다. 이건 나름의 깜짝 소식이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한 수순인 것으로도 보입니다. 양쪽의 필요가 모두 맞아 떨어지는 것이 읽히기 때문이죠.

일단, 구체적으로는 KT그룹 미디어 그룹사 지니뮤직이 464억원을 투자해 ‘밀리의 서재’ 지분 38.6%를 인수하고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확보했습니다. 지니뮤직은 밀리의 서재 인수를 통해 국내 최고의 ‘AI 오디오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조훈 지니뮤직 대표는 “저성장 국면의 음악 스트리밍 시장을 극복하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밀리의 서재를 인수하게 됐다”며 “앞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창의적인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고 커넥티드 영역까지 서비스를 넓혀 청각 점유율을 높이고 지니뮤직 기업가치를 향상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밀리의서재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앞세운 스타트업입니다만, 지니뮤직이 탐낸 것은 전자책이라기보다는 오디오북입니다. 밀리의서재는 MZ 세대를 타깃한 디지털 콘텐츠를 기획해왔는데요, 그중 대표상품이 도서를 30분 분량으로 요약해 전문 성우가 읽어주는 버전으로 만든 ‘오디오북’입니다.

현재 밀리의 서재가 확보한 오디오북의 가짓수는 3000여권. 보유한 전자책을 활용해 인공지능이 읽어주는 오디오북을 매월 1000여 권 이상 제작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 또 셀럽이 참여한 ‘책이 보이는 오디오북’, 성우 여러 명이 참여하고 음향효과를 넣은 완독본 오디오북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는 중인데요.

지니뮤직은 밀리의서재가 보유한 오디오북을 ‘지니’에서 서비스하고, 책·예능·드라마 등 여러 오디오 콘텐츠를 추가적으로 제작할 방침입니다. KT스튜디오지니는 밀리의 서재를 통해 IP를 제공받아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며 제작된 영상 콘텐츠는 올레티비(올레tv), 시즌(seezn), 스카이티비(SkyTV) 등을 통해 서비스 하고 있습니다.

밀리의서재는 웅진씽크빅을 이끌었던 서영택 대표가 만든 전자책 플랫폼인데요, 그간 시리즈B까지 투자와 유상증자 등을 통해 대략 5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마련해왔습니다. 계속되는 브랜딩 활동으로 인지도를 높이 올렸고 매출도 성장했으나 흑자전환은 어려운 상황이었죠. 이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엑시트 역시 필요한 상태였고요. 지니뮤직이 서영택 대표의 지분과 투자자들의 지분을 인수해 이같은 고민을 해결했네요.

장기적으로는 밀리의서재는 지니뮤직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가져가겠죠. 그간 밀리의서재가 핵심 상품으로 가져왔던 ‘종이책+전자책 구독 서비스’와 유명 작가의 작품 선공개 같은 (매력적이지만, 돈이 많이 드는) 모델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해지는 상황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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