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밈 주식’이 되어버린 로빈후드

블라디미르 테네브 로빈후드 최고경영자(CEO)

미국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밈 주식'(meme stock: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놀이처럼 투자되며 유행하는 주식) 투자 열풍의 통로가 되었던 증권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로빈후드(Robinhood Markets Inc.)가 스스로 밈 주식이 되어 버렸다.

지난주 나스닥에 상장한 로빈후드 주가는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는 듯 초반 별볼일 없어 보였지만 이번 주 들어 폭등했다. 특히 4일(현지시간)엔 장 초반 85달러까지 올라 전일 종가(46.80달러)의 두 배에 육박하더니 전일대비 85% 오른 70.39달러로 마감했다. 수차례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나스닥 상장 이후 로빈후드 주가 추이

기업의 기초 체력(펀더멘털) 상의 큰 변화가 있거나 호재성 소식이 따로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수급이 이끈 상승으로 봐야 한다. 팩트셋 자료에 따르면, 이날 로빈후드 주식 1억7200만주가 거래됐는데, 데뷔 후 평균적인 거래의 5배 이상이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나스닥에서 2달러 이상으로 거래되는 기업들 가운데 두 번째로 손바뀜이 많았던 주식이었다.

밈 주식이 됐다는 건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유명한 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WSB) 등에서 로빈후드에 대한 이야기가 급증하더니 매수세가 이어진데서 알 수 있다. WSB에선 투자자들이 “로빈후드 주가를 70달러 이상으로 올리자”는 의견들이 많았다.

밈 주식은 철저한 기업 분석에 따른 투자가 아니라 단기 투자를 해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종목들이 대상이 된다. 당연히 오르고 내리는 폭도 크고 변동성에 취약하다. 분석 보고서가 제대로 나오는 경우도 별로 없다. 그런 밈 주식을 거래하는 큰 장(場)이 로빈후드였는데 로빈후드가 밈 주식 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되는 건 아이러니하다.

최근 들어 뉴욕증시에서 옵션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로빈후드 주가 급등도 이와 맞물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옵션 거래는 투자자가 프리미엄을 감수하고(더 내고) 주식 등을 나중에 정해진 가격으로 사거나 팔 권리(옵션)을 갖는 거래를 말한다. 콜옵션을 산다는 건 따라서 더 주가가 오를 것에 베팅하는 것이고, 풋옵션을 산다는 건 주가가 향후 내릴 걸로 예상하고 베팅하는 것. 만약 예상대로 주가가 움직인다면 상당한 차익을 거둘 수 있지만, 반대로 예상과 다르게 주가가 움직이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는 투자다.

로빈후드는 옵션 거래로 재미도 봤고 몸살도 앓았다. 옵션 거래 수수료를 매우 낮게 책정해서 투자 위험성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 이 위험한 거래에 몰려들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대 젊은이가 로빈후드 옵션 거래로 자신이 엄청난 돈을 잃었다고 오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런 로빈후드에 대한 옵션 거래가 늘었다는 건 투자자들이 로빈후드 주식에 꽤 큰 ‘내기’를 걸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로빈후드 주가가 20달러, 30달러까지 떨어질 거라 예상하는 풋옵션 거래가 콜옵션 거래에 비해 더 많았다고 한다.

‘돈나무 언니’ 캐시우드의 아크인베스트먼트는 로빈후드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현재까지 655만6000주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커진 로빈후드 주가에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주가지수펀드(ETF) 투자가 ‘생명선’을 공급했으며, 심리적인 닻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CNBC ‘매드머니’ 진행자로 유명한 짐 크레이머는 투자자들에게 로빈후드 주식 보유분의 일부는 팔아서 차익을 거두라고 주장했다. 물론 하나의 의견일 뿐이지만 이미 밈 주식이 되어버린 로빈후드의 변동성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건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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