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의 반도체 가격 상승, 삼성전자에게 정말 이득일까?

TSMC가 돌연 반도체 가격을 20% 인상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지면서 파운드리 수요가 증가한 상황이었는데, 그런 와중에 반도체 가격을 올린 것이다. 16나노 이하 공정 제품 가격은 10%, 그 외 차량용 반도체와 같은 제품 가격은 20%까지 올리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TSMC가 가격을 올린 이유를 다방면에서 추측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을 올리면 정말 필요한 고객들만이 반도체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수급난을 완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고 전했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반도체 수급난이 반도체 가격 상승을 좌우한 것이라고 전했다. 첨단공정 도입으로 인해 생산라인이 전환되면서 반도체 장비도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전반적으로 수급난 상황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고도 분석했다.

결국 설비를 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과 반도체 수급난 자체의 영향으로 TSMC가 반도체 가격을 올렸다. 쉽게 말해 TSMC가 임의로 반도체 가격을 올린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의해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을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에게 반사이익이 돌아오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을 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TSMC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1, 2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TSMC는 삼성전자에 비해 긴 업력을 가지고 있으며, 파운드리 전문업체이기 때문에 파운드리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우세할 수밖에 없다. TSMC는 후공정 처리업체 등과 생산 에코시스템도 탄탄하게 확보하고 있는 데다가, 파운드리 전문업체이기에 팹리스 기업들이 반도체 설계 유출 위험 없이 맡길 수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삼성전자는 업력이 짧기 때문에 비교적 에코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하지 못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IDM(종합반도체업체)이기 때문에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담당하는 기업인데, 이런 삼성전자에게 팹리스 기업들이 설계도를 주고 생산을 맡기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가격경쟁력을 강조해 오곤 했다. ‘가성비 있는 파운드리’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TSMC가 가격을 올렸을 때, 삼성전자가 특히 이익을 볼 것이라고 추측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파운드리 가격 인상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TSMC가 반도체 가격을 올린 가운데 삼성전자가 가격을 유지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삼성전자의 가격경쟁력 강점이 더욱 두드러져 삼성전자를 찾는 고객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다소 조심스럽다는 평가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이번 TSMC의 가격 상승이 시장 상황과 적극적인 투자에 의해 올린 것”이라며 “따라서 지금 당장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삼성 파운드리가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간과하면 안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24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인데, 이후 삼성 파운드리의 가격 변동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TSMC의 가격 인상 발표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TSMC의 가격 변동이나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등의 소식만으로 주가가 변화하기보다는, 2022년 업황에 대한 명확한 전망에 의해 주가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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