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인증 ‘스마트 물류센터’가 진짜 스마트하려면
국토교통부는 ‘물류산업의 첨단화’를 목적으로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물류센터에 대한 인증제를 실시했다. 인증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을 통해 지난 4월 인증계획 공고 및 신청 접수를 진행한 바 있다.
스마트 물류센터 인증제는 지난해 물류시설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제도로 첨단·자동화된 시설·장비 및 시스템을 도입해 효율성, 안전성, 친환경성 등을 갖췄다고 판단되는 물류시설을 국가가 스마트 물류센터로 인증하고, 행정적·재정적 혜택을 부여한다.
인증 후에는 스마트 물류센터 건축 또는 첨단·자동화 설비 구입에 필요한 비용을 저리로 융자받을 수 있다. 정부가 최대 2%p의 이자 비용(2021년 예산 103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며, 물류센터 건설 전이라도 설계도면 등으로 예비인증을 받음으로써 지원 대상이 된다.
스마트 물류센터 인증은 인증기준에 따라 인증심사단의 서류·현장 심사, 인증위원회 심의를 거쳐 인증 여부 및 등급을 결정한다. 인증기준은 ① 입고·보관·피킹·출고 등 물류처리 과정별 첨단·자동화 정도를 평가하는 기능영역과, ② 물류창고의 구조적 성능, 성과관리 체계, 정보시스템 도입 수준을 평가하는 기반영역으로 나뉜다.
택배 터미널의 경우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의존하고 있는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분류작업, 상·하차 작업의 자동화 정도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1호 스마트물류센터’ 총 6개사 인증
2일 첫 스마트 물류센터 인증 사례가 공개됐다. 파스토 ‘용인1센터'(예비 1등급), 한진 ‘대전 메가허브 터미널'(예비 1등급), CJ대한통운 ‘메가허브 곤지암'(1등급), 로지스밸리SLK ‘안산센터'(3등급), 로지스밸리천마 ‘안산센터'(3등급), 하나로TNS ‘동탄물류센터'(5등급) 총 6개사 물류시설이 받았다. 예비인증을 받은 2개사는 아직 물류시설 구축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로, 정부 혜택을 받은 뒤 향후 본인증을 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인증 결과와 관련해 “예비인증 1등급을 받은 파스토 ’용인1센터‘는 인공지능 기반 물류 운영 최적화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고, 로봇이 상품을 자동 피킹하는 자동창고시스템(Autostore), 최첨단 분류기(SureSort)도 물류 스타트업 최초로 도입하여 자동주행로봇 등과도 연동할 계획”이라 소개했다.
또 “3등급을 받은 로지스밸리SLK와 로지스밸리천마의 안산센터도 자동 운송장 부착기(오토라벨러), 의류헹거용 컨베이어, 자동 분류시스템(PAS), 로봇 팔레트 적치설비 등 자동화 설비와 정보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물량처리의 효율성과 작업 정확도를 향상했다. 하나로TNS ‘동탄물류센터’는 본사와 국내외 거점을 통합관제 및 실시간 연동하는 자체물류시스템(WINS)을 개발하여 5등급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한진의 메가 허브터미널은 1등급을 받았다. 국토부는 “CJ대한통운 ‘메가허브 곤지암’은 아시아 최대 규모 택배 터미널로, 최첨단 자동분류기 등을 통해 하루 175만개 택배를 처리한다. 또 상부의 풀필먼트센터에서 출고된 상품을 층간 설비를 통해 하부의 택배 터미널에서 자동출고하여 배송 시간을 단축했다”라고 소개했다.
관련해 CJ대한통운 측은 “메가허브 곤지암의 규모는 연면적 30만㎡로 축구장 40개 정도에 해당하며, 분류용 컨베이어 벨트 길이는 마라톤 풀코스보다 긴 43㎞에 이른다”라며 “현재 적용 중인 피킹 고도화 시스템 MPS(Multi Purpose System), 택배 운송장 인식시스템 ITS(Intelligent Scanner), 상자의 무게와 체적을 구분해 대·중·소형 택배를 별도로 분류하는 ‘하차대분류시스템’ 등이 차별점”이라 강조했다.
예비인증을 받은 한진(대전 메가허브 터미널, 2022년 준공예정)과 관련해서는 “하차 후 인공지능 형상인식을 통해 상품을 크기별로 분류·정렬하고, 바코드를 인식하여 자동분류기를 통해 목적지별로 분류·이송하는 등 하차부터 상차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터미널”이라 설명했다.
오송천 국토교통부 첨단물류과장은 “이번 스마트물류센터 인증이 물류산업 첨단화를 위한 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물류시설 첨단화는 기업의 시장 경쟁력,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줄 뿐 아니라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 물류의 친환경화 등에도 기여할 것이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상시 인증신청을 받아 우수한 첨단 물류시설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 말했다.
전국택배노조 “스마트 물류센터 환영”
한편 스마트 물류센터와 관련해 현장 작업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전국택배노동조합 측은 “스마트 물류센터 도입 및 인증을 환영한다”라며 “자동분류기 등 각종 자동화 설비들이 물류센터에 도입됨으로써 노동강도가 완화되고, 업무 속도가 향상된다는 측면에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그러나 메가허브가 스마트 물류센터로 거듭난다고 해서 그 효과가 반드시 지역 별 택배 거점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메가허브 내 신속하고 정확한 분류 및 상하차 작업이 택배기사들이 일하고 있는 각지 물류센터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거점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단축된다면 그만큼 택배기사들의 업무 효율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한진을 포함한 택배사들의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논의된 합의사항 이행에 주목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의 분류작업 제외에 따른 분류인력 투입 및 그 이행을 위해 국토부에서 제시한 택배비 170원 인상(분류인력 투입 150원 / 사회보험 가입 20원)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파업을 종료한 현재 일단 9월 1일까지 경과를 지켜보겠다는 설명이다.
택배사들 “택배 단가 인상 쉽지 않아”
완전 자동화를 목표로 스마트 물류센터를 운영 및 시공 중인 택배사들, 특히 CJ대한통운은 일찍이 휠 소터 도입에 앞장서기도 했으나, ‘택배 단가 인상’만큼은 결코 쉽지 않은 숙제다.
지난 4월 택배비 인상을 추진한 택배사들이지만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만이 100~150원 정도 인상한 형태가 됐고, 그 결과 기존 확보한 물량의 10~20%를 타 한진과 롯데에게 내어줬다는 이야기가 현장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결국에 기존 저단가 경쟁 구조는 유지되면서, 택배비 인상 부담은 져야 하는 모양새다. 이커머스 등 판매자 외에 일반 소비자들의 반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관련해 모 택배업계 관계자는 “사실 백마진, 리베이트와 같은 물류 및 택배업계의 뿌리 깊은 관행을 해결하지 못하면 택배비 인상과 그에 따른 분류인력 충원 등이 쉽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불공정 관행은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다루지 못한 주제다. 빠른 합의 도출을 위해 미처 다루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관련해 최근 시행된 ‘생활물류법’은 해당 관행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어떠한 방식으로 시행 및 적용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모두가 공감하는 ‘스마트 물류’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할 시점으로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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