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기부 행렬…생존이 혁신보다 중요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기부 행렬에 나서는 등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안간힘이다.

기술 개발과 혁신이란 가치가 ‘체제’와 ‘제도’에 지고 있는 모습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부자와 대기업들을 향해 ‘공동 번영'(Common prosperity, 共同富裕) ‘사회적 공정성'(social fairness)을 강조한 뒤 생존을 위한 움직임은 더 구체적이 됐다.

핀둬둬 창업자 황정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 핀둬둬(拼多多, Pinduoduo Inc.)는 사상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한 뒤 이 금액을 다 기부하겠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핀둬둬는 지난 2분기 24억위안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전년 동기엔 8억9990만위안의 순손실을 기록), 이 회사는 이번에 거둔 순익을 포함해 모두 100억위안(약 1조8030억원)을 기부해 농업과학기술 전담 기금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는 농업과 농촌 지역의 중요한 요구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자이자 회장이었던 황정(黃崢)은 지난해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사태를 보고 일찌감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올해 기부왕으로 등극했다. 120억위안을 기부해 1위에 올랐는데, 회사의 생존과 성장을 여전히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 및 게임 업체 텐센트(腾讯)는 시진핑 주석이 ‘공동번영’을 말하자마자 바로 이를 위해 500억위안을 추가 투척했다. 텐센트는 “특히 빈곤층의 소득 증대와 교육 불평등 해소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으로 중국 최고 청년 부호에 오른 장이밍(張一鳴)은 바이트댄스 회장에서 물러났고 역시 기부에 열을 올리며 시 주석의 지침에 부응하고 있다. 그는 고향에서 교육을 위해 쓰겠다며 약 7770만달러를 기부했다.

당국을 비판했다가 ‘제2의 마윈(馬雲)’이 될 뻔한 음식 배달업체 메이퇀(美團) 창업자 겸 CEO 왕싱(王興)도 최근 거금을 내놓았고, 샤오미(小米) 레이쥔(雷軍) 회장도 지난달 자신이 설립한 두 개의 자선단체에 보유 주식 약 6억1600만주를 양도하는 방식으로 기부했는데 주식 가치는 약 22억달러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들 기업에겐 규제의 다음 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정부 당국은 부자와 대기업을 상대로 거액의 부유세, 자본이득세 등을 물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제 감면 혜택도 줄어들 것이 분명해 보인다.

최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인 증권시보(證券時報)는 “중국이 이제 스스로 번창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해졌기 때문에 게임 회사들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알리바바는 “정부가 수년간 인터넷 산업에 줬던 세금 감면 혜택이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대기업들에게 수십억달러의 비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표준 법인소득세율은 25%이지만 중국은 첨단기업 자격을 갖춘 기업에게는 세율을 15%로 적용했고, 필수 소프트웨어 운영자(KSE)로 인정되는 기업에게는 이보다 더 후한 10% 세율을 매겨 왔다.

장쥔(張軍) 상하이 푸단대 경제대학장은 최근 팽배신문(澎湃新聞·The Paper)과의 인터뷰에서 “부자에게 줄 돈을 강탈하는 것은 ‘공통적인 빈곤’을 낳을 뿐”이라면서 “공동번영에서 전제 조건은 (경제 성장의) 파이가 계속 커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번영이 가져올 수 있는 그림자를 경계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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