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퍼 “성능보다 고객경험에 집중…무기는 AI”

얼마전까지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들은 장비의 성능과 커버리지를 두고 경쟁했다. 어느 장비가 성능이 좋은지, 얼마나 더 많은 이들에게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두고 기술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아무리 성능 좋은 장비로 서비스를 해도 직원이나 이용자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장비의 장애로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진다거나, 네트워크에 접속한 상태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거나, 또는 자꾸 해킹에 노출된다면 이용자의 만족도는 떨어진다. 아무리 성능 좋은 장비라도 그 장비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 이용자가 만족하지 못하면, 좋은 장비라고 할 수 없다.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업체 주니퍼네트웍스(이하 주니퍼)가 ‘경험 우선 네트워킹’이라는 새로운 지향점(True North)을 선정한 이유다. 주니퍼는 최근 회사의 미션과 목표를 새로 정립하고, 네트워크의 이용자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정했다.

이를 위한 주니퍼의 무기는 AI(인공지능)이다. 주니퍼는 지난 2019년 미스트(Mist)라는 AI 기반의 무선 네트워크 회사를 인수한 바 있는데, 이후 미스트의 기술을 발전시켜 자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키웠다.

지난 7월 14일 바이라인플러스 웨비나에서는 주니퍼 김현준 이사가 ‘경험 최우선 네트워킹(Experience-First Networking)’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김 이사는 이 자리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네트워크 운영 방안을 소개했다.

한국주니퍼네트웍스 김현준 이사

예를 들어 IT운영팀에는 “인터넷 연결이 안돼요”라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이런 문의가 들어오면 엔지니어들이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한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이용자들의 업무는 중단된다.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리 없다.

김 이사는 “이용자가 인지하기 전에 먼저 문제를 찾아서 최적화시켜서 풀어줄 수 있느냐, 혹시 풀기 어려운 문제라면 그런 부분을 사용자에게 사전에 알림을 줄 수 있느냐에 따라 사용자 경험이 달라진다”면서 “주니퍼는 이런  사용자 경험을 완성시키기 위해 머신러닝이나 딥러닝과 같은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주니퍼는 미스트를 통해 획득한 마비스라는 AI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주니퍼는 미스트를 인수한 이후 마비스를 유선, 무선, WAN까지 확대 적용시켰다.

마비스는 다양한 AI 알고리즘을 내장해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김 이사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마비스에 포함된 K-민즈라는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운용하고 있는 AP를 한눈에 분류해 볼 수 있다. 사용자는 많이 붙어있는데 트래픽은 많지 않은 AP를 분류했다고 가정하자.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많으면 트래픽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용자이 뭔가 안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문제를 찾아내는데 클러스터링이 유용하다. 클러스터링 알고리즘 이외에도 회기분석, 시계열 분석 등의 알고리즘도 마비스에 내장돼 있다.

AI는 이상탐지에도 유용하다. 평소와 다른 변칙적인 트래픽이 발생한다면 이를 순간 감지해서 장애 등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모니터링 해야 한다. 이용자들에게도 문제점을 알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안내해야 한다. 김 이사는 “만약 한 장비가 이상한 움직임을 한다면 이를 곧바로 캐치해서 재부팅을 하든지, 장비를 고치든지, 이용자를 다른 네트워크로 이동시키든지 해야한다”고 말했다.

AI 기반으로 로그 분석도 가능하다. 네트워크 장비는 굉장히 많은 로그를 기록한다. 무수한 로그 속에서 사람의 눈으로 특별한 점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그 마이닝 기술을 내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AI 매니지먼트는 클라우드에서 진행된다. 클라우드를 활용한다는 것은 주니퍼가 지난 세월동안 학습해놓은 결과물을 함께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회사는 불과 10개의 AP만 관리한다고 해도, 수만, 수십만 개의 AP에서 나온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지금까지 주니퍼는 어떻게 고성능 네트워킹 환경을 구축할 것인가에 집중해왔지만 이제는 저희 고객의 고객, 즉 최종 사용자의 경험을 높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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