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에 몰리는 ‘큰손’ 헤지펀드…유니콘도 늘었다
올들어 전 세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붐을 이루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투자 규모도 커졌고 투자자들이 다양해졌다는 것.
1일(현지시간)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까지 전 세계적으로 신규 벤처 및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7% 늘었다. 7월 말 현재 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유니콘 기업은 700개가 넘는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이 1500억달러를 기록해 거의 작년 한 해 투자금 규모에 육박하는 걸로 확인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인도 등에 몰린 스타트업 투자금도 적지 않다. 딜룸(Dealroom)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럽 스타트업에 몰린 돈은 약 490억유로, 전년 동기에 비해 2.9배나 늘었고, 인도엔 총 104억6000만달의 투자가 이뤄졌다. 작년 한 해동안 인도 스타트업에 이뤄진 투자가 116억달러였으니 벌써 이를 뛰어넘을 기세.
스타트업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데엔 헤지펀드를 포함, 뮤추얼펀드, 심지어 국부펀드 등 비전통적인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미국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한 건이 128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헤지펀드가 118건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눈에 띄는 곳은 타이거 글로벌(Tiger Global Management). 이미 타이거 글로벌은 지난해 전 세계 유니콘 투자사 가운데 2위로 이름을 올렸다. 상장 기업들이 있는 주식시장 외에 이렇게 비상장 투자도 오가는 이들을 크로스오버 헤지펀드(Crossover hedge fund)라고 부른다.
이들 ‘빅머니 매니저’들은 원래도 투자 포트폴리오 일부를 스타트업 투자에 할당해 오긴 했지만 저금리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고수익을 위한 투자로 스타트업 투자에 더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벤처캐피탈(VC)들은 이들을 가끔 시장을 들여다보고 투자한다고 해서 ‘관광객 투자자'(tourist investor),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특별한 기술도 지식도 부족한 ‘바보같은 돈'(dumb money)이라 치부했지만 이렇게 투자 규모가 부푼 상황에서 더 이상 그렇게 평가절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타이거글로벌의 경우 이른바 ‘타율’도 좋다. 내부 수익률이 전통적인 VC들의 수익률의 두 배에 이른다. 요즘 메타버스 테마주로 분류되는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그리고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등에 투자해 이들을 유니콘으로 만들었고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로 수익을 냈다.
‘큰 손’들이 나서자 투자 규모가 더 커진 건 물론이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016~2019년엔 1억달러 이상의 투자는 한 달 평균 35건 정도 이뤄졌는데, 올들어선 한 달에 1억달러가 넘는 투자가 126건에 달하고 있다. 기업가치 평가도 확대되어서 지난 2분기 136개 기업이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5년 전 같은 기간엔 불과 14개 스타트업이 이 가치를 인정받았었다.
스타트업들이 전통적인 VC보다 이들 ‘큰 손’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신속한 투자 결정(high-velocity investing)을 한다는 점, 그리고 VC들이 투자 후 이사회에 자리를 꼭 얻어서 경영에 관여하는 것과는 달리 헤지펀드 등은 투자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갖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홀가분한 느낌을 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VC들은 회사의 A부터 Z까지 챙기며 성장을 돕는데 힘을 기울이지만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로서는 굳이 이사회에 참여해 시간과 자원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 더 많은 투자를 위해서이다.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의 상황에 따라 유리한 투자자를 유치하면 되는데 성장에 대한 도움을 더 적극적으로 받고 싶다면 VC 투자를, 재무적인 이유가 더 크다면 헤지펀드 등과 손잡으면 된다. 다만 후자의 경우 신속한 투자만큼 이익 실현도 신속하게 할테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