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손 안에 들어갔다. 미국은 일단 정치,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됐고, 중국은 탈레반의 극단주의 테러리즘이 자국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놓칠 수 없는 곳이라는 점에서 탈레반 달래기(?)에 나서는 듯한 모습이다.

미국은 9.11 테러가 벌어지자 주범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하고 있는 곳 아프간을 타깃 삼아 공습했다. 미국은 근 20년간 아프간에 2조달러가 넘는 돈을 쓰며 미군을 주둔시켜 아프간 전쟁을 계속했고, 이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그만 하기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결정을 내렸다. ‘미국 우선주의’와 국내 여론 회복을 위해서, 그리고 외교 정책의 무게중심을 중동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 옮기려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예상보다 너무 순식간에 탈레반이 정권을 찬탈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 최근 경기 부양을 위한 1조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이 최근 의회 통과 9부 능선을 넘었는데, 공화당이 아프간 철군이 실책이라고 공격하고 나서고 있다. 초당적인 합의로 통과가 되지 않고 미뤄질 경우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게 된다. 이를 기대하고 있었던 투자자들에게도 실망감을 안기면서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인프라 투자 계획 자체가 대대적으로 수정될 수도 있어 보인다.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탈레반이 정권을 차지하면서 국제적인 테러 위협이 더 많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 군사비에 더 많은 예산을 지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 수 있어서다.

중국은 그러는 사이 탈레반 편을 공식적으로 들고 있다.

중국 텐진을 방문한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맨 왼쪽)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맨 오른쪽)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이후 첫 공식 논평에서 “아프간 상황은 이미 중대한 변화를 겪었고 우리는 아프간 국민들의 희망과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을 통해 “아프간 재편성에 나섰던 지난 20년간의 미국의 노력은 완전히 실패했다”면서 탈레반이 재집권한 건 미국의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있어 아프간은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추진의 요충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로 정세가 불안해진 아프간 인근 중앙아시아 3국을 돌며 상황을 파악했다. 왕이 부장은 탈레반의 ‘2인자’로 알려진 물라(스승이라는 뜻. 이름을 수식한다)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중국으로 불러 회담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엔 탈레반에 우호적인 사인을 공개적으로 보낸 것.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주저앉아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극단주의 테러리즘으로 인해 자국의 안보 우려만 대두되지 않는다면(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불안정성이 커지지 않는다면) 중국이 아프간과 전략적인 이해 관계를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탈레반은 이란과도 가까워지고 있어 중국-아프간-이란, 이렇게 중동에 반미 세력이 형성되면 미국엔 위협적일 수도 있다.


인구 90%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고 있는 최빈국 아프간은 대외 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세계은행에 따르면, 개발원조가 국민총소득의 22%에 해당한다. 하지만 탈레반 재집권으로 여러 서방국가들이 원조를 끊을 것 같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주 ZDF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하고 샤리아법(종교법)을 도입한다면 우리는 한 푼도 더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경제를 이끌고 있는 한 축은 아편(opium). 아프간은 세계 최대의 아편 생산, 공급국이다. 그리고 탈레반은 이 아편 경제의 꼭지점에 있다. 이슬람 율법(Sharia)을 엄격히 준수하는 탈레반은 과거 아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었지만 달리 돈을 벌 방법이 없자 아편을 적극적으로 선택했다. 미국은 80억달러 이상을 써서 마약을 근절하고 이 자금이 탈레반에 유입되는 걸 막으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미국의 아프간재건 특별감사관실(SIGAR) 보고서에 따르면, 탈레반은 연간 수입의 최대 60%를 불법적인 아편 거래를 통해 얻고 있다.

아프간의 광물 매장량이 3조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특히 금과 산업용 금속, 전기차 배터리에 많이 쓰는 리튬도 상당량 있을 걸로 예상된다. 잠재력이 있는 땅이란 얘기다. 그러나 외교적으로 수세에 있는 탈레반이 이를 적극적으로 ‘무역’해 돈을 벌긴 쉽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다만 중국은 이미 아프간 석유와 구리 개발 등에 투자해 놓고 있어서 탈레반과의 관계 설정에 따라 중국에 기회가 될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