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TSMC 파운드리를 넘어서기 위해 필요한 것 ‘OSAT’

반도체에 관심이 있다면 IDM,(종합반도체제조사), 팹리스, 파운드리 등 반도체 기업의 종류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OSAT이라는 용어는 다소 낯설 수 있다.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란 반도체가 생산된 후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후처리를 하는 기업을 말한다. 파운드리에서 웨이퍼 위에 회로를 구성하고 반도체 칩을 생산하면, OSAT에서는 반도체를 외부와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열이나 습도 등과 같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후처리 공정을 한다. 더불어 반도체가 잘 작동하는지 테스트하는 것도 이 OSAT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다른 반도체 업체에 비해 OSAT는 국내에서 다소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시장도 크게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은 실정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비메모리보다는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주로 IDM(종합반도체기업)에서 생산한다. 한 기업에서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팹리스, 파운드리, OSAT 시장은 다소 약세를 보이고 있었다.

최근 OSAT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와 OSAT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파운드리가 생산하면 OSAT에서 웨이퍼를 넘겨받아 테스트와 패키징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의 세트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은 OSAT 시장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이어졌다.

파운드리와 OSAT간 협업의 중요성은 TSMC와 삼성전자의 사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TSMC의 시장점유율은 55%,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17%를 기록했다. 미국 오스틴 한파의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소폭 하락한 것이 큰 이유지만 TSMC와 삼성전자의 OSAT 및 에코시스템 구축 여부에서 나오는 경쟁력 차이도 양사간 격차의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TSMC는 OSAT 협력사 에코시스템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으며, 고객사도 이를 적극 활용해 TSMC에 맡기는 것을 선호한다”며 “그에 반해 삼성전자는 TSMC에 비해 업력이 짧기 때문에 에코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OSAT 기업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국내 후처리 공정 시장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네페스아크를 포함한 국내 OSAT 업체들이 하반기부터 외형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미국 OSAT 업체 앰코(Amkor), 국내 OSAT 업체 네페스 등의 기업과 협업해 모바일 제품용 칩 관련 패키징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외주 기획·운영 관련 인재 채용을 진행하면서, 외부 업체와의 협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할 것을 암시했다. 정부도 올해 5월 13일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면서 “그간 소외돼 있던 팹리스, OSAT 기업을 위한 거점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OSAT 시장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미 대만과 미국의 OSAT 시장이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 OSAT 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대만의 ASE와 미국의 앰코다. 게다가 이 기업들은 최근 찾아온 파운드리 호황으로 인해 설비투자(CAPEX)도 대폭 늘리고 있다. 따라서 파운드리 업체들도 확장하는 대만, 미국 OSAT 시장을 중심으로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 OSAT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파운드리부터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 시점에서 다른 국가를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반도체 국산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국가 차원에서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국내 파운드리 업체들이 고객 다변화를 취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모바일 위주로 OSAT 에코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모바일 외의 부문에도 OSAT 에코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국내 OSAT 시장의 활성화는 국내 파운드리에 달렸기에 삼성전자가 OSAT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OSAT 기업들이 활성화될 때 삼성 파운드리의 에코시스템이 탄탄해지고, 이는 결국 삼성 파운드리에게 수혜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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