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화를 경계한다…’잃어버린 30년’의 교훈

30년 전만해도 ‘넘사벽’이었던 일본을 우리나라가 여러 면에서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990년 이후 한일 경제·경쟁력 격차 변화를 분석, 발표한데 따르면(관련 자료 링크), 우리는 일본을 추월해 버렸거나 격차를 상당히 줄였다.

우선 국가경쟁력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제쳤다. 스위스 소재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매기는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올해 64개국 가운데 23위였고, 일본은 31위였다. 1995년 우리나라가 26위, 일본은 4위였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매기고 있는 국가신용등급도 우리가 높다. 1990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국가신용등급에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4단계 낮았지만 지금은 일본보다 2단계 높다.

물가와 환율 수준을 반영해 국민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1인당 경상 국내총생산(GDP)도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2018년에 우리나라가 일본을 추월,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구요, 명목 GDP는 격차가 많이 줄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의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에 따르면, 1990년 17위였던 한국은 3위로 올라섰고, 당시 2위였던 일본은 5위로 떨어졌다.

그런데 일본은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일본은 그동안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다. 플라자 합의에서 비롯된 엔고로 수출 경쟁력이 크게 저하됐고 구조개혁 대신 금리인하라는 쉬운 방식을 택했고, 부동산과 증시 등 거품이 끼었던 자산가격도 다 무너지고 말았다 디플레이션의 시대가 본격화된 것.

소니, 파나소닉 등을 위시해 ‘웰메이드’ 제조업으로 앞서가던 경쟁력도 인터넷과 신기술이 가져온 신경제 속에선 맥을 못 추게 됐다. 혁신이 없었던 일본은 후퇴하기 시작했고 고령화라는 큰 변수도 있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1995년 정점을 찍었고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자산가격도 하락하니 소비, 투자가 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나라 경제가 곧 일본화(日本化;japanification) 될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데 이들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 등이 늘게 되면 경제 활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미국 등 선진국들도 모두 일본화를 경계하고 있다.

또한 ‘양질의 일자리’도 적은데다 디플레이션 상황이 오래될 수록 기업들은 이익이 될 만한 상품이나 인재에만 투자하는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에 나서게 되고, 훈련받지 못한 사람들의 구직은 더 잘 안 되는 악순환의 굴레가 만들어지는데 일본이 딱 그런 경우다.

일본처럼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저금리가 투자와 소비를 불러 일으키는 힘도 그리 크지 않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만 너무 뜨거워졌다. 이러다 보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계속돼 나라 곳간의 적자를 늘리게 되는데, 일본과 너무 같은 과정을 밟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구조개혁을 두려워하지 말고 수출 지향적이어서 외부 변수에 휘둘리기 쉬운 경제 구조를 조금은 더 내수쪽으로 돌리는 등의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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