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인심잃을까 조바심?…바이든, OPEC+에 증산 촉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석유수출국기구, OPEC+에 석유 생산량을 늘려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OPEC+가 최근 증산 계획을 내놨지만 이것은 지난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의 감산량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세계 경기 회복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해 OPEC+는 하루 1000만배럴, 전 세계 수요의 10%에 해당하는 물량을 줄였지만 경기 회복에 따라 서서히 생산량을 늘려 왔고 지난달 회의에서 이달부터 한 달에 40만배럴씩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런 계획에도 자국의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속이 탔던 모양.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전 세계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소비자들에게 더 낮은 가격에 석유를 공급하기 위해선 OPEC+가 팬데믹 기간동안 감산했던 건 복구되어야 한다”고 한 마디를 보탰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18달러까지 뛰었다. 지난해에 비해 1달러 이상, 올해 초에 비해서도 30% 이상 올랐다. 휘발유 가격만 오른 게 아니라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구성하는 가격들이 다 많이 올랐다. 이날 발표된 7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4%, 지난달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같았다. 식료품 가격, 임대료, 그리고 휘발유와 중고차 가격, 호텔 이용료 등이 다 많이 오르고 있어 서민 생활을 옥죌 가능성이 엿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산유국 압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툭하면 했던 했던 압박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군사 지원을 철회하겠다는 ‘협박’까지 하며 감산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관행을 깨겠다던 약속을 바이든 행정부는 스스로 어기면서까지 증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기조도 흔들리는 셈. 석유 생산량을 늘린다는 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청정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한 경제로 가겠다던 방향을 스스로 ‘배신’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FTC가 미국 휘발유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소비자 가격을 올리기 위한 어떠한 불법적인 행위도 단속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고물가 고민은 심각해 보인다.  치솟는 물가로 서민경제가 어려워지면 지지도가 낮아지고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년엔 중간선거도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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