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별 물류 경쟁력 갖춰라” 이커머스 다음 타깃은 ‘정육’
네이버의 다음 선택은 ‘정육’이었다. 지난달 말 네이버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정육각’에 1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를 “신선식품 유통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네이버는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필두로 물류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육류, 달걀, 유제품 등 카테고리별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네이버 X 정육각, ‘농가’를 스마트스토어로?
정육각은 ‘초신선’이란 이름으로 신선식품의 물류·유통 단계를 최소화하여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오늘 낳은 달걀, 오늘 착유한 우유를 바로 먹을 수 있게 제공하자’라는 목표 아래 관련 농장을 선별하고, 들여온 달걀과 원유를 자체 구축한 생산‧유통 라인을 활용해 최대한 빠르게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산란일과 착유일을 표기해 판매할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주력 상품인 육류의 경우 정육각은 돼지고기, 소고기 등에 도축일을 표기하여 판매하고 있다. 돼지고기 기준 도축 후 7~45일이 소요된 기존 유통 방식을 1~4일로 개선해 제공한다. 가장 신선한 돼지고기가 가장 맛있다는 정육각의 철학에 따라 육가공 및 유통 프로세스에 IT를 접목했다는 설명이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는 과거 인터뷰를 통해 “우유만 봐도 원유를 모으고 나르는 배송업자, 탱크로리에 우유를 보관하는 업자, 납품업자, 가공업자 등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라며 “때문에 착유일이 아닌, 제조일을 기록하는 우유는 2~3일을 묵어도 소비자가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달걀도 수거 후 GP(Grading and packing)센터라 불리는 달걀집하장을 거쳐 판매에 이르기까지 2~3일의 시간이 걸린다. 이를 해결하여 적기적지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초신선의 본질”이라 설명한 바 있다.
네이버와 정육각의 만남을 통해 향후 정육각이 축적한 신선식품 관련 데이터 및 물류·유통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정육각은 식품 취급에 있어 관련 농장 선별부터 직접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육류 및 신선식품 셀러 전체를 대상으로 정육각식 물류·유통 체계를 접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유통 및 판매업자보다 앞선 단계에서 농가 자체의 입점을 도와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업계 분석이다.
육그램, 육류 ‘퀵커머스’ 도전
비슷한 시기 축산 유통 스타트업 ‘육그램’은 당일 배송 서비스 ‘미트퀵’을 공식 출시했다. 서울 지역을 우선으로 시작한 미트퀵은 소비자가 오후 3시 이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오후 9시 내로 받아볼 수 있는 당일 배송 서비스다. 이번 배송 서비스는 배송 테크기업 ‘체인로지스’와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베타 서비스를 거쳐 올 2분기 공식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 체인로지스는 도심형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를 기반으로 이륜차 기반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육그램은 “기존 B2B 거래처 대상에 한해 시행하던 미트퀵 서비스를 이번에 B2C 고객까지 확대함으로써, 일반 소비자들이 더욱 편리하고 신선하게 제품을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미트퀵 서비스를 통해 온택트 시대에 맞는 커머스 사업을 확장하고, 향후 지역거점 MFC 기반의 즉시 배송 서비스도 순차 오픈해 나갈 방침”이라 설명했다.
육그램의 최종 목표는 퀵커머스다. 오는 9월 온라인 정육점 애플리케이션 출시를 통해 B2B와 B2C 각 대상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일반 소비자들도 육류를 음식배달, 마트배달과 같이 1시간 내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을지 기대해볼 만하다.
동원홈푸드, 육류 도매에서 ‘배달앱’으로
11일 동원홈푸드는 온라인 고기 배달앱 ‘미트큐(meat Q) 딜리버리’를 출시했다. 미트큐 딜리버리는 ‘정육 버전 배달의민족’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등록한 주소지 주변에서 가맹 정육점을 찾고, 원하는 육류의 부위와 중량을 선택해 결제하는 방식으로 배달받을 수 있다.
동원홈푸드의 정육 도매브랜드 ‘금천미트’ 고객 정육점들을 우선으로 미트큐 딜리버리 가맹점으로 모으고 있으며, 서울·경기지역에서 시작해 전국 서비스로 확장하겠다는 것이 동원홈푸드 측 설명이다. 오픈일 기준 가맹 정육점은 약 30여개다.
운영 방식도 배달앱과 비슷하다. 가맹 정육점에게 사장님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여, 고객의 주문이 접수되는 동시에 고기를 썰어 보냉팩에 포장한다. 이렇게 포장된 고기는 최대 1시간 이내에 고객에게 배송된다. 배송 파트너는 배달대행 브랜드 ‘바로고’로 알려졌다.
금천미트는 1987년부터 30여 년간 한우와 한돈, 수입육을 취급하고 있으며, 축산 도매 온라인몰에서 확장해 이번에는 B2C 사업에 첫 도전 한다. 동원홈푸드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육점 소상공인들에게 새 판로를 제공함과 동시에 소비자들이 신선한 고기를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만나볼 수 있도록 이번 앱을 기획했다”라고 설명했다. 수년간의 정육 산업 노하우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볼 만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