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미국 진출 시동… “더 늦어지면 안 돼”

삼성SDI가 미국 진출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간 미국 진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삼성SDI는 2025년 양산이 가능하도록 미국 진출 계획을 곧 확정할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더 이상 삼성SDI가 미국 진출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한다.

그간 삼성SDI는 K배터리 대표기업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해외 투자에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삼성SDI는 미국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지 않으며, 해외기업과의 합작법인도 설립하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공장을 설립하고,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는 다소 대조적이다.

그렇게 신중한 태도를 보여오던 삼성SDI가 지난 6월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1 행사에서 “미국 투자를 검토중”이라며 미국 진출 가능성에 대해 넌지시 언급했다. 이후 지난 6월 말에는 2023년까지 미국에 생산라인을 마련하고 2025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7월 말 진행된 2분기 실적발표에서는 “시기적으로 늦지 않게 미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미국 진출 시기가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삼성SDI 측에서 구체적으로 공개한 사항은 아직 없지만, 업계에서는 합작회사까지 설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부터 완성차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절반 이상의 제품을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라”고 주문했다. 더불어 배터리의 경우에는 첨단 제품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이기 때문에 기술력만 가지고 있다면 외부에서 끌어오는 것보다 내재화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완성차 업체들이 제품을 단순 납품받는 것보다 합작법인 설립을 선호하는 것인데, 삼성SDI는 아직 완성차와 설립한 합작법인이 없기 때문에 새롭게 설립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합작 회사 설립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는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리비안(Rivian)이 거론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세계 4위 자동차 업체로,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전기차 진출 선언 당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CATL ▲BYD ▲S볼트와 협업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텔란티스가 직접적으로 삼성SDI의 이름을 언급된 가운데, 삼성SDI도 여러 기업들 중 생산량이 많은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리비안은 2009년 설립된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이다. 아마존과 포드자동차 등으로부터 25억달러(한화 2조8588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아직 스타트업이지만 배터리셀 생산 시설을 갖출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특별히 리비안 고위관계자들이 최근 한국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합작회사 설립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만 리비안 관계자는 내한 시 K배터리 주요 3사 관계자와는 만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SDI가 이 시점에서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이유는 2025년부터 발효되는 신북미무역협정(USMCA) 때문이다. 제품의 핵심원료 및 부품을 75% 이상 북미산으로 확보해야만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2.5%를 관세로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는 자동차 및 전기차 산업도 포함된다. 전기차는 가격의 40%는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내 생산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현지에 공장이 있는 기업의 배터리를 사용할 것으로 보이며, 삼성SDI도 이를 노리기 위해 준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완전히 늦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을 놓치면 해외 진출뿐만 아니라 주요 수요국가 하나를 놓치기 때문에 사업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2025년 USMCA 자동차 관련 조항이 발효되기 전에 미국 내에서 양산을 해야 미국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그 전에 공정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확정을 지어야 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무작정 빠른 진출보다는 여러 제반사항을 고려해서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USMCA가 발효되는 2025때까지 늦지 않게 미국에 진출해 시장을 확보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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