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흑자궤도에 오르기까지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첫 흑자전환을 했다. 비록 분기 흑자전환이지만, 케이뱅크에게는 나름 의미가 있는 성적이다.

케이뱅크는 1호 인터넷전문은행임에도 불구하고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와 성장성, 혁신성 측면에서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몇 차례 증자에 실패하면서, 1년 넘게 개점휴업을 한 것이 두 은행의 격차를 벌렸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대출영업을 재개한 케이뱅크는 주주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3일, 케이뱅크는 올 2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가 출범한 이후로 보인 첫 흑자전환이다.

다만, 1분기 1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감안하면 상반기 누적 손실은 84억원이다. 전년동기대비 손실액(449억원) 규모가 대폭 줄었다는 점에서 케이뱅크는 의미를 두고 있다.

2분기 흑자 배경에 대해 회사 측은 ‘외형 성장’을 꼽았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400만명의 고객이 늘어, 6월 말 기준 고객 수 619만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배 늘어난 수치다.

어떻게 짧은 기간 동안 고객 수가 급격하게 늘었을까.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의 제휴 영향을 꼽았다. 지난해 6월 두 회사의 제휴로, 업비트에서 거래를 하려면 케이뱅크의 실명계좌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일어난 가운데, 업비트 이용 고객이 늘어나면서 케이뱅크 계좌 개설 고객 수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케이뱅크 측은 업비트와의 제휴가 직접적인 수익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물론 업비트 거래 수수료가 수익으로 잡히긴 하나, 수익보다 고객저변을 확대한 채널 효과가 컸다는 것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업비트를 통해 케이뱅크를 처음 접한 고객들이 유입되면서 홍보 효과가 생겼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제휴를 통해 고객 유입 채널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지표도 개선됐다.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 2.36%에서 올해 6월 말 0.37%로 하락했다. 은행의 건정성과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BIS 총자본비율은 전년 대비 0.7% 개선된 10.9%다. 다만, 1분기 카카오뱅크의 BIS 비율이 19.85%인 것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BIS 격차는 큰 편이다.

케이뱅크, 시작은 화려했으나 길었던 암흑기

케이뱅크의 출범은 화려했으나 과정은 시작과 달리 어두웠다. 지난 2017년 4월 3일.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케이뱅크가 출범했다. 국내에서 약 24년 만에 출범한 제1금융권 은행이자 첫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목을 끌었다. 당시에는 없던 은행의 무점포, 24시간 대출 상담, 중금리 대출 공급, 간편한 송금 및 인증 등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존재를 알렸다. 이에 맞서 시중은행들도 모바일 금융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등 인터넷은행 출범을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기대와 긴장도 잠시, 케이뱅크는 곧 장벽에 부딪혔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가 10% 이하로 제한되는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주요 주주로 예정됐던 KT가 증자를 주도할 수 없게 되면서부터다. 이후 2019년 12월부터 은산분리가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막는다는 지적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됐으나 금융당국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다.

결국 예정됐던 케이뱅크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몇 차례 무산됐고, 자본금이 떨어지자 대출영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이, 2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성장궤도를 그려나갔다. 출범 약 3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2019년 1분기 당기순이익 65억6600만원을 기록하며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결국 그해 연간 당기순이익 137억원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흑자궤도에 올라섰다. 이때부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자본금, 실적, 고객 수 등에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영업 정상화 

그러다 지난해 6월, KT 자회사 BC카드를 주축으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영업재개를 하게 됐다. 당초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올라서려 했으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자회사인 BC카드가 나서게 된 것이다. 지난해 7월, BC카드가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자본확충을 이어나갔다.

실탄을 확보한 케이뱅크는 그해 8월 신규 대출상품 판매를 재개했다. 영업재개와 함께 선보인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은 케이뱅크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제출 서류를 등기권리증, 소득증비서류 두 가지로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출범 초기 선착순 이용 제한에도 불구하고, 출시 10개월만에 누적 취급액 7000억원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 비상금 대출, 사잇돌 대출, 스마트폰 신용대출 등을 선보이며 여수신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올해는 다양한 여수신 상품을 출시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승부수는 주주사와의 시너지 

케이뱅크는 주요 주주사들과의 시너지를 강조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는 BC카드(34%), 우리은행(19.90%), NH투자증권(10%), 케이로스 유한회사(6.72%), 한화생명보험(3.82%) 등이다.

지난해부터 주요 주주사들과의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KT와 함께 대리점 활용, 스마트폰 할부 구입 관련 ‘스마트폰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으며, NH투자증권과 이벤트 제휴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BC카드와 함께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선보였다.

케이뱅크는 앞으로도 KT그룹사와 주주사 시너지를 강화해 금융 상품,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2분기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은 “하반기에도 KT그룹과의 시너지 강화는 물론,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를 통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