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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아마존이 인텔의 첫 파운드리 고객사가 된 이유

인텔이 퀄컴·아마존 반도체를 위탁 생산한다고 선언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미국 정부의 영향과 기술 유출 위험 여부 등을 고려해 인텔에 맡기게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도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텔은 지난 27일(현지시각) IDM2.0 전략 업데이트 사항을 공개했다. 발표에는 퀄컴과 아마존의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3월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하겠다며 IDM2.0을 선언했는데, 그 첫 삽을 퀄컴, 아마존과 함께 뜨게 된 것이다.

우선 퀄컴 칩에는 인텔이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2나노 수준의 공정 ‘인텔 20A’ 공정기술이 도입될 예정이다.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는 “인텔과 퀄컴은 오랜 시간 기술적으로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주로 ‘모바일 플랫폼’과 관련된 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마존의 경우에는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를 위탁 생산할 전망이다. 아마존은 지난 2015년 반도체 개발 업체 안나푸르나랩스(Annapurna Labs)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ARM 기반의 칩 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직접 개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프로세서를 인텔이 생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퀄컴과 아마존이 인텔 파운드리에 위탁생산을 맡기게 된 것은 미국 정부의 입김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월 말 반도체 산업에 500억달러(약 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세액공제, 연구비 지원 등의 법안을 발의하는 등 반도체 산업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에 따르면, 퀄컴과 아마존은 미국 정부 친화적인 기업이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기조와 같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텔은 파운드리 진출 선언과 함께 “퀄컴과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가 인텔의 소비자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정부 친화적인 기업들이다.

여기에서 퀄컴을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간 퀄컴은 스냅드래곤 등 핵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을 TSMC나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겼는데, 이번에 새롭게 인텔에게 위탁 생산을 맡기기로 했다. 물론 이것이 곧 삼성전자와의 관계가 끊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와 퀄컴은 협력관계를 쉽게 져버릴 수 없는 상황에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 AP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퀄컴 입장에서는 삼성전자보다 인텔에 맡기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통신칩도 설계하고 있는 기업이다. 따라서 퀄컴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측에 위탁생산을 맡길 때,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삼성전자 측에서도 기술 유출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지만, 완전히 안전하다고 여기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인텔은 통신 칩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우선 지난 2019년에는 스마트폰용 모뎀칩 사업을 애플에 10억달러(한화 약 1조1555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2021년 4월에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로드맵 상에 있는 스마트폰용 AP 개발을 취소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로써 모바일 사업을 대거 정리했다. 결국 기술 유출 문제를 고려했을 때, 퀄컴은 삼성전자보다 인텔에 맡기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삼성전자도 이 시점에 파운드리 사업이나 해외 진출 등 다양한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현재 신중한 판단을 내리고 있어 패권을 빼앗길까 우려된다”고 표명했다. 실제로 인텔과 TSMC는 자사의 강점과 정부 지원에 힘입어 고객사를 유치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삼성전자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미래에는 삼성전자가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인텔이 선언한 2025년 실제로 기술력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따라 사업 성공 여부도 달라질 전망이다. 해당 전문가는 “인텔이 실제로 선언한 기간까지는 4년이 남았는데, 2023년에 본격적으로 파운드리를 가동할 것”이라며 “이 때가 돼야 사업 성공 여부도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인텔은 2나노미터 공정인 20A(옹스트롬, 0.1나노미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력을 제공하는 접판 면적을 더욱 넓힌 인텔의 공정 기술 리본펫(RibbonFET) 기술이 적용된다. 인텔이 20A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한다면, 삼성전자·TSMC·인텔 3파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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