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규제 한 손에 든 중국 정부, ‘부동산 대마’ 헝다그룹 살릴까

중국의 국가자본주의가 전 세계에 나비효과를 주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제의 뇌관이자 골칫거리로 여겨져온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어떤 입장을 보일 지 주목된다.
중국은 알리바바에 이어 최근 당국의 요청을 거부하고 뉴욕증시에 상장한 디디추싱에 대해 ‘괘씸죄’ 규제를 단단히 내렸다. 사회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이유를 들어 규제할 때만 노려왔던 사교육 기업들에 대해서도 강력한 규제를 내렸다. 이에 놀란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을 쳤다. 중국이 이미 ‘손을 보려’ 했던 곳 중 하나는 부동산 시장. 버블이 형성돼 있어 경제적 불안정성도 크지만 사회 불평등도 유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명문학교 인근에 있는 주택, 이른바 쉐취팡(學區房) 가격이 뛰는 것에 대해 호통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연관 산업도 많고 내수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때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나 시진핑 지도부가 제시하고 있는 쌍순환(双循环) 전략은 내수를 경제 성장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 근간인 부동산 시장을 함부로 건드릴 순 없다.
그럼에도 마구 뛰는 시장을 그냥 둘 수는 없기에 올해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주택은 살기 위한 곳이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Housing is for living in and not for speculation)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중국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 헝다그룹(恒大集團·Evergrande Group)이 부실로 무너질까 우려되는 상황.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이 일제히 헝다그룹의 위기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헝다그룹은 아시아에서 정크본드(투자부적격 회사채)를 많이 발행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그래도 블룸버그 표현에 따르자면 쉬자인(許家印·Hui Ka Yan) 회장의 ‘재벌 친구들’이 많아서 그나마 채권을 사주는 사람들이 있는 거란 얘기도 나온다. ‘헝다는 망하기엔 너무 큰 기업이야’라고 생각했던 글로벌 투자자들도 많이 사들였다.
채권 발행이 많다는 건 그만큼 빚이 많다는 뜻. 팩트셋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내년부터 2025년까지 총 195억달러의 달러 채권을 상환해야 한다. 지난 6월말 현재 은행 등으로부터의 차입금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이자 부담만 880억달러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엔 순이익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에 투자자들의 걱정이 한계에 달한 듯하다. 헝다의 주가는 최근 특별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소식이 유동성 우려로 이어지며 이틀동안 20% 이상 빠졌고 올해 들어 현재까지는 60%나 급락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한 4년 만기 채권 가격도 바닥을 향하고 있는데 달러당 53센트까지 내려갔다.
최근엔 오랜 협력 관계였던 광파은행이 법원으로부터 헝다그룹의 자산을 동결할 수 있도록 승인받는 일도 있었다. 선제적으로 파산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중국 후난성 사오양시 주택건설부는 오는 10월13일까지 헝다그룹 산하 2개 아파트단지 분양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렇지만 메리츠증권의 최설화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헝다그룹이 부도 위기라면 광파은행 외 다른 은행들도 자산 동결을 요청했을텐데 그렇지 않고 헝다그룹은 생수와 자동차 등 부동산과 무관한 계열사들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서 헝다그룹이 파산해 부동산 시장과 중국 경제를 흔들 시스템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봐서 주목된다.
블룸버그 역시 중국 정부는 대마가 그냥 죽게 두진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이 공산당 노선을 따르지 않는 자유분방한 억만장자를 통제하고 싶어하는데, 쉬자인 회장의 경우 당의 호의를 받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수한 은행과의 거래가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의 파산은 금융 시스템에 충격을 주고 중국 경제를 흔들 수 있어 무너지도록 두진 않을 거라는 설명이다. 또 이미 헝다그룹은 비부동산 부문 지분을 팔아(전기차 사업부, 온라인 플랫폼 FCB 등) 올해만 80억달러를 조달한 것을 보면 기업은 작아져도 생존은 가능할 거라 전망했다.
부동산은 중국에서 이처럼 금융 위험은 물론 부의 불평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천이다. 하지만 불평등의 원인은 정부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부패와 잘못된 정책에도 달려 있다. 그렇지만 하루아침에 체제가 변하지 않는 한 중국 정부가 자신들에게 책임을 돌릴 것 같진 않아 보인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결국엔 안 막는 것일 수도 있다. 못 막는 것이 아니라.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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