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반도체 생산역량 확보에 팔을 걷는다. 미국, 중국에 이어 유럽도 반도체 굴기에 뛰어든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EU 반도체 전략의 주요 내용과 평가’ 보고서를 발행해 유럽의 반도체 전략과 생산라인 증설을 위한 정책 등을 공유했다. 유럽 내에서는 생산라인 증설이 시급한 가운데,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가 유럽을 방문한 것과도 결이 맞는다는 분석이다. 주변국들의 반도체 굴기 선언과 함께 우리나라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유럽의 5나노 이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0%인데, EU는 이를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2~3년간 1450억유로(한화 약 196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고, EU 공동과제에 대응하는 등 EU 내 반도체 생산역량을 높일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프로세서 디자인, 반도체 공정 등으로 세분화해서 투자하고, 산업계 이해관계자의 결속을 위한 공동투자도 추진한다. 더불어 다양한 펀딩 프로그램을 통해 EU 공동과제에 대응하고, 유럽의 주요 반도체 기업을 활성화하는 한편 EU 역내 생산역량을 제고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그간 미국과 중국 기술에 의존해 오던 기술을 자립화하기 위해 인력을 채용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에 주력할 전망이다.

유럽이 반도체 굴기를 진행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유럽은 그간 지속해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야 하며, 주요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로 투자를 아까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반도체 산업은 배터리·수소경제와 함께 유럽 공동이익 관련 프로젝트 ‘IPCEI(Important Project on Common European Interest)’로도 선정돼 있을 정도로, 현재 유럽에서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사업이다.

유럽은 실제로 반도체 시장에서 강점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인피니언(Infineon),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NXP 등 비메모리 및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도 있으며,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ASML도 네덜란드에 위치하고 있다. 그만큼 강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EU 반도체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생산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필요한데, 특히 인센티브를 통한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현재로서는 해외 기업의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텔이 유럽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는 지난 4월 유럽 주요 국가를 방문해 유럽 생산라인 건설 후보지를 선정한 바 있다. 6월에는 독일 뮌헨 인근에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 여부를 검토한다는 외신보도도 나왔다.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 목적도 아시아에 몰려 있는 반도체 생산기지를 미국과 유럽에도 분포시키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모양이다.

현재는 인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에게도 기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과 EU는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면서 반도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파트너로 판단된다”고 보고서에 수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TSMC와 유럽이 몇 번 생산라인 증설 관련해서 논의를 진행했지만, TSMC 측에서 무분별하게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것 같다고 불편한 기색을 보여 가능성이 다소 낮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기회를 놓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이 기회를 잡아 빠르게 유럽 진출을 위한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국내 기업들이 유럽 투자와 관련된 결정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반도체 라는 것이 외교의 수단으로 자리잡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입지를 다지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유럽의 생산라인 증설 여부 및 파트너사 관련 계획은 올해 안에 결정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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