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 핵심이었던 칭화유니, 시작부터 몰락까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 칭화유니그룹, 그런 기업이 파산 수순을 밟게 됐다. 칭화유니그룹 채권자인 휘상은행은 지난 9일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에 칭화유니그룹의 파산신청서를 제출했다. 중국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으나, 결국 몰락하게 된 것이다.

칭화유니그룹의 시초는 삼성이 처음 반도체에 진출했던 1983년보다 조금 늦은 시기였던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진핑 주석이 나온 칭화대학은 칭화대학과기개발총공사라는 이름으로 기술관련 기업을 설립했는데, 이것이 2003년 칭화유니그룹의 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가 된다. 2010년에는 지금과 같이 칭화홀딩스가 51%의 지분을 소유한 지주회사 칭화유니그룹을 설립했다. 칭화대학은 중국 국가중점대학인데, 칭화유니그룹이 사실상 국유기업으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칭화유니그룹이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2013년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면서부터다. 2013년 7월,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팹리스 반도체기업인 스프레드트럼을 인수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모바일 SoC 및 통신용 반도체 생산업체인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다. 이를 기점으로 칭화유니그룹은 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났다.

물론 모든 인수합병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칭화유니그룹은 2015년 미국 하드디스크 생산업체 웨스턴디지털의 지분 15%를 취득하려고 했으나 미국의 제재로 인해 실패했다. 이후에도 대만의 리청 테크놀로지, 쓰핀정밀, 난마오테크놀로지 등 해외 반도체 기업들을 인수하려고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그럼에도 반도체 굴기 발표 이후에는 칭화유니그룹에 대한 중국 정부의 기대가 더욱 커졌다. 중국은 2015년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중국제조 2025’ 산업계획을 발표하며 ‘중국 반도체 굴기’도 선언했다. 중국 반도체 굴기는 2025년까지 70%의 반도체를 자급자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중국의 집적회로 시장은 여전히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은 상황이며, 여전히 수입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중국 내 기업을 활성화하며 반도체 자급률을 높일 계획을 가지고 었다.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칭화유니그룹은 2016년 7월 우한신신반도체제조(XMC)를 인수해 허베이성 우한시에 새로운 메모리공장을 설립하고 나섰다. 칭화유니그룹은 해당 공장에 2020년까지 240억달러(약 27조576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며, 2018년에는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돌연, 2020년 중국 신용평가업체 중국 청신 인터내셔널이 신용등급을 B등급으로 강등했다. 이후 2020년 11월 13억위안(한화 약 2305억원)의 회사채 해결하지 못해 첫 디폴트를 기록했으며, 결국 2029억위안(약 35조 9782억원)의 부채를 안고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업계에서는 칭화유니가 갑작스럽게 파산한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결론적으로 회사를 무리하게 확장했으나 정작 기업의 수익은 나지 않아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됐다고 분석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국가 전략 수립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칭화유니가 한국 대기업처럼 지주회사-자회사 체제를 유지하는 전략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결국 사업구조가 복잡하고 불투명해지면서 자금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칭화유니의 파산으로 중국 반도체 굴기의 중심도 바뀌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중국이 반도체 굴기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허베이성과 같은 지방성이 칭화유니그룹의 반도체 자회사를 이끌고 반도체 굴기에 재도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칭화유니그룹이 파산한다고 해서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포기한다거나 방향성이 변경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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