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바우처 사업 갈등 “할수록 손해” vs “눈먼 돈 아니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데이터 바우처 사업의 정산 방식이 바뀌어 참여기업들이 손해만 보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사업을 주관하는 데이터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8일 데이터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 바우처 사업 중 데이터 가공 업무는 지금까지 기업이 정부에 용역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예산을 집행해 왔다. 즉 일반적인 정부 조달 사업 사업처럼 ‘소프트웨어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이나 ‘데이터 구축사업 대가 산정 기준’ 등에 따라 용역비를 지급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용역 서비스 정부 조달이 아니라 정부가 참여 기업을 지원하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즉 정부의 필요에 의해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가 도와준다는 관점이다.
이는 큰 차이를 가져온다. 일단 지원 사업이 되면 참여 기업은 이익을 남기기 힘들다. 정부가 기업에 지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제공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번 데이터 바우처 사업에서 진흥원은 데이터 가공 용역에 참여하는 직원의 급여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인건비 책정 기준을 용역 서비스 구매가가 아니라 그 직원이 회사에서 받는 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직원의 인건비와 업무 수행 비용, 약간의 이윤을 더해서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참여 기업들은 이렇게 되면 사업을 해도 손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한다. 기업 운영을 위해서는 용역 참가자의 인건비와 경비 이외에도 판관비나 부동산 임차료, 스텝부서 인건비 등 부가적인 비용이 들어가는데 인건비와 경비만 지원받으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다.
물론 정부과제와 같은 학술용역의 경우 이와 같은 지원 방식이 합당할 수도 있다. 기업은 기술을 개발하는 동안 생존하기 위해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고, 개발한 이후에는 그 기술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펼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데이터 바우처 가공 업무는 결과물이 참여기업의 자산으로 남는 것이 전혀 없다. 가공된 데이터는 수요기업의 자산이지 가공 서비스 제공기업의 자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데이터 가공 사업에 참여한 회사는 일은 했는데 수익도 얻지 못했고, 남은 자산도 없는 상황이 된다.
데이터 가공 사업에 참여했던 기업의 한 대표는 “급여 공개와 환수는 용역 사업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공기업은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에 투입된 직원의 급여만으로 운영될 수 있지 않다”면서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에 투입된 직원이 쓰는 컴퓨터, 복리후생비, 여비 교통비, 일반 관리직원의 급여 등 이 사업을 위해 소비되는 많은 제반 경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흥원 측은 “(정산방식 변경은)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흥원에서 데이터 바우처 사업을 주관하는 부서의 팀장은 “견적서 받을 때 인건비와 경비, 이윤에 대해 명확히 하도록 했다”면서 “지난 해 사업을 하면서 투입 인력 부풀리기 등 부정수급하는 회사들이 있었고, 소위 ‘눈먼 돈 먹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업의 목적에는 공정한 시장 조성이라는 것도 있다”면서 “기업의 이윤에 대해서는 기존과 달라진 것이 없고 관련 기업들의 문의에 저희가 설명하면 이해하고 돌아가신다”고 전했다.
한편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은 데이터 활용을 통해 비즈니스 혁신 및 신규 제품·서비스 개발 등이 필요한 기업에게 바우처 형식 데이터 구매·가공서비스를 지원하는 정부 사업이다. 데이터 활용은 하고 싶지만, 기술이 부족한 수요기업에 공급기업(데이터 판매, 데이터 가공 기업)을 연결해주고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