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조직개편은 IT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시중은행 조직개편의 무게중심이 금융에서 IT로 옮겨졌다. 지난해 말,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디지털을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한 데 이어, 최근 디지털 세부 업무를 위한 관련 조직 신설에 나섰다.

지난 2일, 우리은행은 디지털 관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코로나19로 스마트뱅킹 이용고객이 1년 전보다 약 두 배 가까이 늘면서, 비대면 고객을 전담할 조직을 만든 것이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들을 전담 관리하기 위해 ‘원(WON)컨시어지 영업부’를 신설했다. 비대면 서비스인 ‘WON컨시어지’를 통해 전담직원이 고객에게 일대일 금융상담, 상품추천, 가입 등을 돕는다.

고액자산가를 위한 비대면 상담 조직도 신설했다. 디지털 프라이빗뱅커(PB)팀과 비대면PB사업팀이다. 우리은행은 디지털PB팀에 자산관리 전문 상담인력을 배치해 개인화된 자산관리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조직개편 단행은 지난 5월 우리은행이 디지털 조직을 체계화한데 이은 행보다. 당시 우리은행은 기존 DT추진단을 디지털그룹으로 격상했다. 그룹 내 디지털금융단과 신기술을 담당하는 DI추진단을 만들었다. DI추진단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개발업무를 담당하는 D&A플랫폼부, 신기술연구팀을 배치했다. 이외에도 모바일 뱅킹 앱 신기능을 개발하는 뱅킹앱 연구팀과 기업금융플랫폼부를 신설했다.

NH농협은행은 올 하반기 사업조직과 IT개발조직을 융합한 ‘융합센터’를 신설할 계획이다. 융합센터는 사업의 기획, 개발, 운영을 통합해 수행하는 조직이다. 지금까지 기획, 개발 등 업무에 따라 부서가 나눠졌다면, 융합센터는 사업조직과 개발조직이 함께 업무를 한다.

농협은행은 우선 3개소를 시범 도입한다. 스마트뱅킹 융합센터와 기업디지털뱅킹 융합센터는 고객의 앱 리뷰, 제안사항 등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벤치마킹을 통해 고객 편의성을 개선하는 업무를 맡는다. AI융합센터는 각 부서가 AI기술을 접목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은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농협은행의 IT개발조직은 의왕 NH통합IT센터에, 사업부가 있는 본점은 서울 중구에 위치해 있어 거리가 멀다. 따라서 서비스 개발을 위해 개발조직과 사업부 직원들은 많으면 일주일에 두세번 이동을 하며 소통을 해야 한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업무 형태를 개선하기 위해 농협은행은 IT개발조직과 사업부의 서면조사를 진행, 협업 의사가 일치하는 곳을 우선적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간제약이 있는 만큼 당장 통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농협은행은 약 6개월 간의 시범운행을 한 뒤, 통합 확대 여부를 내년 조직개편 시기인 10~11월 사이 결정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비금융조직인 O2O추진단을 만들었다.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사업으로, 가장 먼저 음식주문중개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현재 뱅킹 앱 쏠(SOL) 내에 음식주문중개 서비스를 위한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이외에도 신한은행은 O2O를 포함한 비금융 서비스 기획, 개발을 O2O추진단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디지털 중심의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신한은행은 디지털혁신단을 신설했다. 혁신단은 AI 유닛, 마이데이터 유닛, 데이터 유닛, 디지털 R&D센터 네 개 조직으로 구성됐다.

KB국민은행은 사업조직과 기술조직이 함께하는 25개 플랫폼조직을 8개 사업그룹 내 신설했다. 플랫폼조직은 기획, 개발, 운영이 동시에 이뤄지는 조직이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오는 12월 조직개편을 발표할 전망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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