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국산화에 돌입한 지 어언 2년.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반도체 소재를 국산화했지만, 여전히 장비 국산화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기업과 정부는 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하며, 이에 더해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화수소, 폴리이미드 등의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응해 우리나라도 부랴부랴 소부장 국산화에 팔을 걷고 나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지만, 결국 수출규제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의존하고 있던 ▲고순도 불화수소 ▲EUV용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등의 소재를 국산화해 나가기 시작했다. 정부도 소부장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을 지속해서 마련해 나갔다. 특별히 2020년 7월에는 소부장 2.0을 통해 소부장 국산화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고순도 불화수소 ▲EUV용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등 일본 수출규제 품목들은 어느 정도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에 더해 지난 6월 9일에는 삼성전자가 국내 화학기업 백광산업과 함께 고순도 염화수소를 개발하면서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반도체 첨단공정의 핵심인 같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예외인 것이, 유일하게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생산업체 ASML에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이 EUV 노광장비를 개발하려고 해도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 않을 뿐더러, 설령 시도한다 하더라도 라이선스 문제 때문에 어렵다. 결국 EUV 노광장비는 해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른 분야라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도쿄일렉트론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등 해외 반도체 생산업체가 국내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70%다. 다행인 점은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기술력이 해외 반도체 장비업체의 기술력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기술력이 도쿄일렉트론의 90% 정도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모두 노력해야 하는데, 특히 다른 분야보다 R&D 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장비 하나가 바뀌면 시스템부터 도입되는 재료 및 부품의 종류까지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 이는 복잡한 일이기에, 기존에는 선뜻 나서 사용하던 일본 반도체 장비에서 국산 장비로 바꾼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만한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술력은 필수적이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에 따르면,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성장하고 있던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분석해 보면 R&D 역량에 집중하고 있었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반도체 장비 R&D를 위해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후 2021년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3.9% 늘어난 753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1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는 28억원 적자였는데, 지난 1분기에 흑자전환한 것이다.

또 다른 국내 반도체 후공정 장비업체 한미반도체도 마찬가지다. 한미반도체는 실적이 저하됐던 2017, 2018년에도 R&D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올 정도로 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고 한미반도체는  2021년 1분기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1% 증가한 705억원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1.5% 증가한 185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전문가는 “성장하는 기업들과 성장하지 않는 기업들의 차이는 기술력에서 났다”며 “수출 규제가 오히려 국내 기술력 좋은 장비 업체들에게는 희소식이었으며, 일본 기업의 공백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R&D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국내에 들어와 있다는 점을 이용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주요 장비업체의 한국지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주요 장비 업체들이 국내 소부장 기업을 이끌어주고, 이를 기반으로 작은 업체들도 배워서 진정한 소부장 국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들어와 있다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