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정말 ‘퀵커머스’가 하고 싶은 걸까?

현대자동차그룹이 1톤 포터EV를 활용한 도심형 배송 서비스를 론칭했다. 현대백화점, 콜드체인 3PL 팀프레시와 협력해 전기 트럭을 기반으로 배송하며, 이달 말부터 10월까지 약 3개월간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배달 소요 시간은 10~30분으로 최근 여러 물류·유통업체들이 뛰어든 ‘퀵커머스’와 같다. 시범 운영 중 현대백화점의 과일, 채소, 정육 등 신선식품을 배송하고, 고객이 원하는 시간을 설정할 경우 예약 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서비스 지역은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반경 3km 지역으로 한정된다.

시범 운영에 활용되는 투명 윈도우 고상차

배송용 차량으로는 저상차 2대, 고상차 1대, 투명 윈도우 고상차 1대 등 총 4대 차량이 투입된다. 현대차 측은 “저상차는 작업효율과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고 냉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간을 세 부분(냉장 2칸, 냉동 1칸)으로 분할했다. 차량 밖에서 상하차 작업이 가능하고 빈 공간 없이 최대한 많은 양의 물건을 적재할 수 있다. 또 한쪽 도어를 열어도 다른 쪽 공간의 냉기 손실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정말 퀵커머스가 하고 싶어서?

현대차그룹이 전기 냉장·냉동탑차를 동원해 30분 내 배송을 시작한 것은 정말 퀵커머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함일까? 단순히 퀵커머스만을 위한 시범 운영이라고 봤을 때는 오히려 비효율적인 모습이다. 배송 수단만 보더라도 유연성과 유지비 효율성이 훨씬 높은 이륜차를 놔두고서 충전 시설 등이 별도 인프라가 필요한 전기 트럭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의는 무엇일까?

현대차그룹은 ‘물류 솔루션’ 고도화에 한창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시범 운영 전부터 콜드체인 3PL 팀프레시와 협력해 현장 데이터 수집 등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 현대차 측은 “시범 운영 동안 제공하는 물류 솔루션에는 차량, 단말, 서비스플랫폼, 충전 인프라 등이 포함돼 있다. 화주인 현대식품관 투홈 앱을 통해 주문과 결제가 이뤄지면 해당 정보를 팀프레시가 받아 배차, 기사 배정, 배송 관리 등을 수행한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양산형 포터EV를 콜드체인을 갖춘 ‘이동형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 차량으로 개조해 제공할 예정”이라며 “향후 물류 차량으로서의 상품성도 테스트할 계획이다. 상용 FMS*(Fleet Management System) PoC 단말을 통해 수집한 EV데이터(충전 상태, 충전 잔여시간, 주행가능거리) 및 실시간 온도 등을 통해 차량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도심 물류 환경에 맞춘 ‘통합 EV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 차량 관제(관리) 시스템. 차량의 다양한 센서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차량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제하고 최적의 차량 운행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이륜차는 ‘메쉬코리아’, 사륜차는 ‘로지스텍’

현대차는 이륜차를 기반으로 성장한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에 일찍이 투자한 바 있다. 메쉬코리아는 IT를 특히 강조하는 배달대행 브랜드로, 자체 개발한 주문관리시스템(OMS), 창고관리시스템(WMS), 운송관리시스템(TMS)을 기반으로 고객과 상점, 배달 라이더를 연결하는 통합 물류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메쉬코리아의 물류 솔루션(사진: 메쉬코리아 홈페이지)

최근 메쉬코리아는 GS리테일이 2대 주주로 참여해 GS리테일의 마트, 편의점, 홈쇼핑을 활용한 이커머스 전략에 협력하고 있으며, 신선식품 온라인몰 ‘오아시스’와 합작법인을 출범해 퀵커머스 플랫폼을 선보일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륜차 관련 데이터 수집 및 솔루션 고도화를 꾸준히 추진 중이다.

현대차의 또 다른 협력사 ‘로지스텍’은 배송 차량 내 적재된 물품의 재고를 확인하고 차량 관제, 배차를 관리할 수 있는 물류서비스 운영시스템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다. 이번 시범 운용도 참여했으며, 전기 트럭 충전의 경우 현대백화점 주변의 급속 충전 시설을 충전 인프라로 우선 활용할 예정이라 밝혔다. 나누자면 이륜차는 메쉬코리아, 사륜차는 로지스텍이 담당하는 모양새다.

로지스텍의 배송 솔루션 ‘알로아'(사진: 로지스텍 홈페이지)

현대차그룹 측은 “물류 시장의 EV 대중화를 견인하겠다. 신선식품 물류 서비스 차량의 배송 운행, 주행거리, 배터리 상태 및 다양한 충전 시나리오를 점검해 향후 도심형 물류 서비스에 최적화된 통합 물류 솔루션을 구축해 나가겠다. 이번 도심형 배송 시범 서비스 결과를 토대로 배송 품목과 배송 지역, 협력 대상 등 사업 영역을 지속 확대할 것이다. 향후 자율주행 배송으로 이어질 미래 물류 사업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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