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연말이 가까워지면 다음 해 사업계획을 세운다. 연간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 이 목표와 전략에 기반해 조직이 구성되고 예산이 배정된다.

여기서 시계를 2019년으로 돌려보자. 2019년 연말에도 기업들은 열심히 사업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그 계획이 2020년에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었을까?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2020년에는 2019년 말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목표와 전략을 수립한다고 보낸 시간만 낭비한 셈이다.

이처럼 기존의 연간 단위의 사업계획은 변화에 취약하다. 특히 디지털 경제는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계획과 현실의 괴리는 더욱 커진다.

이런 문제에 대안으로 등장한 것은 애자일(agile) 방법론이다. 애자일 방법론은 ‘짧은 주기의 반복 실행을 통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으로 처음 등장했는데, 이제는 개발을 넘어 일반적인 경영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애자일 방법론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오픈소스컨설팅 AX(Agile Transformation) 팀을 만났다. 오픈소스컨설팅 AX팀은 LG그룹사를 비롯해 여러 국내 기업에 애자일 도입 및 구축 컨설팅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애자일 구현을 위한 프레임워크인 SAFe(Scaled Agile Framework)를 자사에 구현했으며, 국내 최초의 SAFe 파트너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인터뷰에는 오픈소스컨설팅 AX팀의 박현철, 길도현 애자일코치와 한진규 최고전략책임자(CSO)가 함께 했다.

(왼쪽부터) 박현철 애자일코치, 한진규 CSO, 길도현 애자일코치

우선 애자일 방법론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현철 : 애자일은 시장의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고 협업을 통해 빠르게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활동인데, 조직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론입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리딩 기업들이 애자일을 가장 장 활용하며 선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약간 추상적인 느낌인데,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한진규 : 기업들이 연말에 1년 계획을 세우고 그거에 따라 평가하고 그러잖아요? 애자일로 바뀌면 그 단위가 더 길어지고 더 짧아지고 두 가지가 생깁니다. 우선 3년 뒤에 어떤 회사가 된다는 비전을 세우고요, 그걸 다시 1년 단위로 3개월마다 계획을 세웁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계획을 세우고 끝나는 게 아니라, 3월이 되면 다시 다음해 3월까지의 계획을 세우고 6월이 되면 다음해 6월까지의 계획을 세웁니다. 그 계획을 3개월 단위로 구체적으로 세웁니다.

3개월 안에서도 2주마다 할 일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어떻게 됐는지를 회고하기를 반복합니다. 이렇게 해서 회사가 전체적으로 한 방향으로 가는지 보게 됩니다. 매 3개월마다 주요한 결과물을 평가하고 우리 팀이 할 일, 다른 팀과 협업할 일을 논의합니다. 3개월이 지났을 때 갑자기 세상이 바뀌었다거나 고객이 우리가 만든 것을 원하지 않는다거나 하면 빠르게 변화를 모색하게 됩니다. 그거에 맞게 예산도 변경되고요.

시기마다 유행하는 경영 방법론들이 있는 것 같아요. 한 때는 품질경영 한다며 식스시그마 열풍이 불었었는데, 지금은 시들하잖아요? 애자일도 그런 거 아닐까요?

한진규 : 식스시그마 같은 거는 목표를 많이 얘기해요. ‘이렇게 저렇게 되어야 해’ 이런 식으로. 그러나 애자일은 과정과 문화의 변화를 많이 얘기하거든요, 그래서 좀 더 오래 갈 수 있고 근본적인 변화를 많이 꾀하는 거죠.

박현철 : 식스시그마 같은 거랑 비슷해 보일 수도 있는데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요. 품질관리 같은 관리 체계는 수직적인 체계에서 관리를 하는데, 애자일은 팀 차원에서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합니다. 팀 스스로 일정관리, 품질관리 이런 것을 다 합니다. 의사결정 구조 부문에서 보면 식스시그마와 애자일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길도현 : 식스시그마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같은 것들은 올바른 계획을 세워서 그거를 제대로 실행해서 일정 기간 후에 큰 결과물을 만드는 게 목표에요. 애자일은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 게 좋다가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법, 그리고 변화를 만드는 법에 주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고객을 변화시키겠다는 게 아니라 고객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접근입니다.

애자일을 하기 위해서는 피자 두 판 조직(피자 두 판으로 모두 식사를 할 수 있는 규모)을 만들라는 얘기가 있잖아요. 애자일은 대기업보다는 작은 기업 단위에 맞는 게 아닐까요?

길도현 : 네, 애자일이 처음 나올 때는 8~12명 정도가 일을 하는 방법론으로 시작됐어요. 그런데 벤처라든지 스타트업은 그 8명에서 12명의 업무가 팀의 업무기도 하지만 조직의 업무이기도 하거든요. 그들이 기업 차원에서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거든요. 그런 식으로 활용되면서 이게 좋다고 소문이 나서 대기업들도 이제 가져다 쓰는 거죠.

그런데 스타트업이 쓰는 거 그대로 쓰면 안 맞는 부분이 있으니 ‘엔터프라이즈 애자일 방법론’이 따로 등장했어요. 저희가 하고 있는 SAFe(Scaled Agile Framework)가 바로 엔터프라이즈 애자일 방법론입니다.

앞에서 글로벌 테크 기업 5개사의 조직운영방법이 애자일 방법론과 관계가 깊다고 말씀하셨는데, 스티브 잡스나 제프 베조스 같은 천재적 CEO의 리더십 덕분에 성공한 게 아닐까요? 강한 리더십과 팀이 자체적으로 의사결정한다는 건 반대되는 이야기 같은데…

박현철 : 그렇지 않아요. 애자일에서 이야기하는 첫번째가 인디비주얼(개인)이거든요. 애자일은 개개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엄청 강조하고 있어요. 애자일에서 CEO는 가장 파워있는 개인이에요. CEO가 있지만 기업에는 영업, 마케팅, R&D, 엔지니어링 여러 분야가 있잖아요. 각 분야의 개개인이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CEO의 리더십도 애자일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애자일은 팀의 자율성을 강조한다고 했는데 각 팀이 임의대로 움직이면 조직이 산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박현철 : 많은 사람들이 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는데 애자일에서는 관리를 안 한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아닙니다. 애자일도 관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관리를 안 하는 것은 주먹구구라고 하죠. 애자일은 중요한 관리기법이고 그 관리기법의 핵심은 바로 스크럼이라고 하는 방법론입니다(스크럼-짧은 주기로 반복해서 결과물을 산출하고 평가 및 관리하는 방법론).

국내 기업들이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하는 곳이 많나요?

한진규  : 국내도 애자일을 적용하고 싶어하거나 하려고 하는 조직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희에게 컨설팅 의뢰를 하는 대기업이 많아졌습니다. 공기업들도 많이 컨설팅 의뢰가 많거든요. 저희가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있는데 거기도 많이 참석합니다. 이전에는 아무래도 개발팀쪽에서 많이 왔는데 요즘에는 기획팀, 인사팀 이런 분들이 관심이 더 많아요.

길도현 : 앞에서 애자일로 리딩하는 테크기업 5개 이야기 했는데, 실리콘밸리는 전부 애자일 문화라고 보면 됩니다. 그들은 애자일이라는 말을 하지도 않아요. 너무 기본이니까. 그런 걸 보다보니 우리 기업들도 앞다퉈 하는 겁니다.

한진규 :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애자일을 안 하면 해외 파트너들이 같이 일을 안 하려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에게 문의하는 공기업이나 이런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해외 사업을 하는 경우 애자일를 못하면 비즈니스를 못 한다고 합니다.

국내 기업 중에서 애자일 방법론을 잘 활용하는 곳이 있을까요?

한진규 :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애자일합니다. 게임회사들도 다 그렇다고 볼 수 있고요. 두산도 열심히 하고,  많이 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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