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기반 LG엔솔, 전자 기반 삼성SDI, 둘다 목표는 EV배터리?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과 맞물려, 배터리 기업, 특히 K배터리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내달 초 정부는 배터리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정책, 일명 K배터리 전략을 수립할 계획인데, 국내 업체들은 이에 힘입어 더욱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여기서 K배터리는 K반도체 전략과 비슷하게 정부, 기업, 기관에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연구지원, 배터리 인프라 및 R&D에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지난 1분기 실적 결과는 엇갈렸다. 지난 1분기 K배터리 업체들의 실적 발표를 종합해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실적이 오른 반면, 삼성SDI는 실적이 소폭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캐파(CAPA, 생산능력)을 키워가고 있었지만, 그에 비해 삼성SDI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양사의 태도가 상반됐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업구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사업 기반부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사업 구조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정유·화학에 주력하고 있는 LG화학의 자회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2월 1일 창립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출범했는데, 그전까지는 LG화학의 한 부서였다. LG화학은 당시 분사 이유에 대해 “배터리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하는 만큼 전문적으로 배터리 사업에 주력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LG화학은 세계 최초로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에 뛰어들었다. 오랜 기간 전기차 배터리 외길인생을 걸어오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강자가 되었다. 배터리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에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탑재되는 소형 전지를 생산하는 비중은 적지만,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기술력도 갖추고 있으며, 고객사도 폭스바겐, GM 등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를 다수 확보해 놓았다. GM과는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은 전자를 기반으로 한다. SDI도 삼성의 S, 디스플레이·디지털의 D, 인터페이스·인터넷 부품의 I를 합쳐서 만든 명칭이다. 과거 삼성전관(현 삼성SDI)는LCD 사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후 LCD 시장이 확장됐는데, 그 가운데 메모리 공정과 LCD 공정 과정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삼성의 LCD 사업은 삼성전자가 담당하게 됐다.
이후 삼성전자가 본래 진행하고 있던 2차 전지사업을 삼성SDI로 이관했다. 이를 시작으로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결국, 삼성SDI는 전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물론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중대형 배터리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중대형 배터리 부문의 매출 비중도 늘리고 있다. 2008년 보쉬와 합작을 했고, BMW, 폭스바겐 등을 고객사로 수주하는 등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아직 삼성SDI의 매출 중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에 탑재되는 소형전지의 비중은 30%정도로, 여전히 기여도가 크다.
소형전지 사업을 완전히 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캐파는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적발표 당시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는 “계절적 비수기로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감소했지만, 2분기 주요 모델 공급 늘어나면 하반기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도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캐파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전기차 사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한 투자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각 기업의 강점이 다른 만큼, 집중하고 있는 배터리 종류도 차이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으며, 삼성 SDI는 각형 배터리와 원형 배터리를 전기차용으로 납품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각 기업마다 주력하는 배터리 종류가 다른데, 각 기업의 강점에 따라 주력 제품도 상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전기차에서 주로 사용될 배터리 종류가 무엇일지 아직 예측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각 전기차 업체가 선호하는 배터리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각 배터리 업체들도 수요에 맞춰 고객사를 유치하고 있는 중이다.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업체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등 협업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현재 배터리 업계가 당면한 과제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서 안정성을 갖추는 것이다. K배터리 업체들이 이에 접근하는 방식 또한 상이했는데, 이 또한 각 기업이 가진 가진 강점으로 접근할 전망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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