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뛰어든 반도체 기업들, “아직 기준 모호해”

반도체 기업들의 ESG경영 소식이 작년부터 자주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er)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말한다.

과거에는 단순히 재무적인 요소로 기업을 평가했지만, 이제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투명한 경영 여부도 고려해야 하는 시대다. 돈을 많이 버는 것 외에도 환경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대처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것이 기업을 평가하는 요소로도 작용하게 된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ESG 경영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높아지는 추세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ESG 경영에 투자한 금액은 2012년 13조3000억달러(한화 약 1경5129조원)을 기록했으나, 2020년에는 40조5000억달러(약 4경6077조원)를 기록했다. ESG에 대한 관심은 과거에도 존재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기업의 실적만큼 기업의 ESG 경영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특히 ESG 부문 중에서도 ‘환경’이 화두다.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세계 각국은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는데, 조사 내용에 따르면 ESG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문이 환경이라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60%에 달했다. 특히 평가 지표 중 가장 중시하는 부문은 기후변화와 탄소배출로, 26.7%의 표를 받았다. 따라서 최근 이야기하는 ESG 경영은 다소 환경 부문에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다.

해외 반도체 기업의 경우, 친환경적인 업체를 고객사로 선정하거나, 직접 친환경적인 방법을 도입해 제품을 생산한다. 또한,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는 수자원이 대량으로 필요한데, 물을 재사용함으로써 물 절약을 실천하는 기업도 존재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ESG 경영을 이끌어가고 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도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2020년 지속가능 경영사무국을 신설했다. 해당 부서는 삼성전자의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요소를 지원하고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저전력 반도체를 포함해 친환경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도 ESG 경영의 일환이다.

특별히 지난 6월 5일에는 반도체 업계 최초로 전 사업장에 대해 트리플 스탠다드(Triple Standard) 인증을 받았다. 트리플 스탠다드란 3년 간 사업장의 탄소 배출량은 3.7%, 물 사용량은 2,2%, 폐기물 배출량은 2.1%를 저감하고 각 분야에 대한 경영 체제 또한 기준에 부합했을 때 수여되는 인증 제도다. 삼성전자는 국내 5개 공장과 중국 3개 공장, 그리고 미국 오스틴까지 탄소·물 사용량·폐기물 배출량을 저감하면서,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로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 2020년 9월에는 CEO 직속의 ESG TF를 출범했고, ESG 경영위원회를 꾸려 ESG 경영에 접목시키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부서는 ESG 컨트롤타워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ESG 경영의 활성화를 위해 인사 영입을 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제품 또한 기존 저장장치인 HDD를 저전력 SSD로 대체하는 노력을 지속해 친환경 기술 확대에 팔을 걷고 있다.

특별히 SK하이닉스는 국내 대기업 중에서 처음으로 RE100에 가입했다. RE100이란 2050년까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을 말한다.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폐기물 저감과 수자원 재활용 등의 방안을 통해 환경 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 중심으로 ESG 경영이 확산되고 있지만, 더 효과적으로 ESG 경영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반도체 기업들이 ESG 경영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가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기존의 환경 사업을 ESG 사업으로 발표함으로써 갖다 붙이면 다 ESG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ESG 경영을 정부와 다양한 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받고 있는데, 기관마다 평가 기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실무진 사이에서도 혼란이 존재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ESG 경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지난 4월 ESG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반도체 업계 종사자는 “지금은 글로벌 경쟁 시대이기 때문에 국내 기준으로 한정 짓지 않고, 세계적인 기관에서 보는 ESG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 기준과 국내 기준이 맞을 때 기업 차원에서도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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