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오토바이가 ‘배달’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최근 배터리교환형 전기오토바이가 라스트마일 배송에 전격 투입됐다. 대구 지역에서 100대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현대케피코가 개발한 교체형 96V(48V 배터리팩 2개를 직렬연결) 전압 시스템을 장착할 예정이다. 시범 운영 기간은 3개월이다.

지난 10일 체결한 ‘대구시 PM(Personal Mobility)사업 육성을 위한 서비스형 모빌리티 산업생태계 구축’ MOU에는 현대케피코, 대구기계부품연구원, E3모빌리티, 파킹클라우드(아이파킹), 메쉬코리아(부릉), 풍산시스템, 에임스, 삼보모터스, 고아정공, 현대일렉트릭 앤 에너지시스템 등이 참가한 바 있다. 이번 전기오토바이 도입은 MOU 체결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현장 도입 사례다.

대구시 PM사업 육성을 위한 서비스형 모빌리티 산업생태계 구축 MOU 현장

투입 예정인 전기 오토바이는 국내 스타트업 E3모빌리티에서 개발한 제품으로 현대케피코의 최신 파워트레인(구동시스템)을 탑재했다고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교체가 가능한 배터리팩과 배터리 충전기를 라스트마일 배송 거점인 부릉스테이션에 함께 배치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한적인 ‘1회 충전 후 주행 가능 거리’와 수 시간이 소요되는 ‘충전 시간’ 등 기존 전기오토바이의 배달업무 수행 장애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달용 오토바이의 조건

전기오토바이가 배달용 오토바이로 활용되기 위한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배달시장 및 전기차 개발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 주행거리

전기오토바이의 1회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배달시장 내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음식 등 배달대행은 하루 약 150km 내외를 주행하고, 퀵 서비스의 경우 200km 이상도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의 설명이다.

모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72V 배터리 2개를 직렬 장착한 전기오토바이로 운행을 해보니 주행거리 100km를 채 못 달린다”라며 “현대케피코 배터리가 실용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향후 배달용 전기오토바이는 번거로운 교체형 배터리보다는 최대 용량을 확실히 늘려 종일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하도록 발전해야 할 것”이라 설명했다.

② 가격

전기오토바이의 가격은 배터리 용량과 비례하고 있다. 즉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 안정적 운행이 가능해지면, 그만큼 오토바이 가격은 비싸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연기관과 달리 배터리는 수명에 따른 교체주기가 있기 때문에, 초기 오토바이 구매 가격과 유지비(연료비, 배터리 충전비, 교체비 등)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배달용 내연기관 오토바이로 사랑받는 혼다 PCX 라인의 구매가가 400만원대인 것을 기준으로 삼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메쉬코리아가 공개한 배달용 전기오토바이 콘셉트 이미지. 96V 배터리를 장착했다면 1회 완충 주행거리 150km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③ 정비

전기오토바이의 정비는 부품 가격보다도 ‘얼마나 걸리는지’와 ‘대체할 모빌리티가 있는지’가 핵심이다. 배달 라이더에게 운행 중단은 곧 생계유지 곤란을 초래한다. 정비소가 어디에, 얼마나 있으며, 정비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전기오토바이를 도입해 테스트를 하고 있는 모 배달 관련 기업 관계자는 “정비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은 개인 배달 라이더가 전기오토바이를 선택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며 “이 부분이 해결되지 못하면 지자체 또는 기업 단위의 전기오토바이 도입 외에는 어렵다. 본 기업 또한 운행 이상 시 즉각적인 정비가 아닌 여분의 전기오토바이를 준비해 대처하고 있다. 개인 라이더로서는 불가능한 방식이며, 전기오토바이 도입 장려를 위해 국가에서 2만여대를 보조하기로 했으나 신청은 4000여대 뿐인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라 설명했다.

④ 운전 감도

배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라이더들은 전기오토바이가 내연기관 오토바이와는 완전히 다른 운전 감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언덕에서 정차 후 브레이크를 뗄 시 뒤로 밀리는 현상이 있으며, 가속에 있어 내연기관과 반대로 초반 구간이 빠르다가 뒤로 갈수록 느려지는 특징을 꼽는다.

모 시장 관계자는 “대부분 중국 부품을 사용하는 국내 전기오토바이와 달리 국내 기업이 직접 개발한 기술을 사용한다면 위와 같은 운전 감도 차이를 포함해 라이더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즉각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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