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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을 양지로 끌어올린 리디, 다음 단계는?

전자책으로 성장한 리디가, 이제는 종이책도 펴낸다. 자회사인 오렌지디를 통해서다. 오렌지디는 종이책과 웹소설, 웹툰 등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리디의 자회사다. 웹소설이나 웹툰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 연재하거나 종이책으로 출판하는 일을 한다. 리디IP를 확장하는 비즈니스 역시 오렌지디의 역할이다.

그런데 이 오렌지디가, 이번에는 아예 ‘BL’만 타깃으로 한 브랜드를 선보였다. BL은 남성과 남성의 사랑(Boys Love)을 뜻하는 약어로, 꽤 많은 여성들에게 사랑받으며 성장해온 장르다.

새 브랜드의 이름은 ‘블랙디(blackD)’.

“리디의 매출에 BL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같은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던 터라 아예 BL 전문 출판을 표방한 이 브랜드에 흥미가 생겼다. 지난달 출범한 블랙디는 시작하자마자 나름의 성과도 냈다.  세번째 출판작 <연애제한구역>이 예약 판매 세 시간만에 밀려드는 주문에 추가 제작을 결정한 것이다.

전자책 플랫폼에서 BL 종이책을 펴내겠다는 유쾌한 출사표를 던진 오렌지디의 정은선 대표를 최근 서울 성동구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연애제한구역>이 ‘추가에 추가 제작’을 결정한 후라 표정에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정 대표는 전직장인 위즈덤하우스에서 인터넷 사업부를 개발해 출판 콘텐츠를 영상과 웹툰으로 제작해 마케팅하는 일을 먼저 시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웹툰 플랫폼 ‘코미코’의 웹소설 부문도 정 대표의 손을 탔다. 그에게 리디에게 BL은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 오렌지디와 블랙디는 어떤 역할을 하려 하는지 등을 물었다.

정은선 오렌지디 대표

<연애제한구역>이 예약판매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들었다

예약판매를 오픈하고 세 시간만에 전화가 계속 오기 시작했다.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물량이 부족하다”는 연락이었다. 긴급 회의가 열렸고 곧 추가 제작이 결정됐다. 그런데 오후에 또 연락이 왔다. 그래도 물량이 부족하다고 해서 잇달아 추가 제작을 하기로 했다. BL이라는 장르가 팬덤이 많아 기대를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이다.

왜 이런 반응이 왔다고 생각하나?

웹툰을 그린 단비 작가가 BL계의 아이돌이다. 트위터 팔로워도 10만명 이상이 된다. 태국 코미코에서도 작품이 올라오자마자 최상위권에 올랐다. 팬덤이 있던 데다 작가의 활동도 활발했고, 책과 굿즈를 묶은 상품의 구성도 좋았다. 삼박자가 다 맞았다.

연애제한구역은 오렌지디가 새 브랜드인 블랙디(BlackD)’를 지난달 론칭한 후 선보인 종이책 결과물이다. 블랙디는 회사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나?

오렌지디의 프리미엄 BL 출판 브랜드이다. 프리미엄 등급으 의미하는 컬러 ‘블랙’과 BL(Boys love)의 ‘B’에서 네이밍을 따왔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지닌 19금 BL 장르를 높은 퀄리티의 종이책으로 제작해 서비스한다.

연애제한구역 표지. 사진제공=오렌지디

이제 막 론칭한 브랜드인데, 시작이 좋다

베스트셀러 한국형 BL웹툰 <욕망이라는 것에 대하여>를 시작으로, 리디에서 별점 1위를 한 <해의 흔적> 등을 단행본으로 만들었다. 연애제한구역의 경우에는 태국과 대만에 수출되기도 한 웹툰인데, 웹 콘텐츠의 소장본을 기다리던 팬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리디에게 BL은 어떤 의미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리디는 대한민국에서 BL의 최고, 넘버원이다. 리디에서 나온 BL이 종이책으로 발간되지 못했거나, 혹은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는데 그런 파워있는 BL을 오렌지디에서 블랙디 브랜드로 출판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BL의 매출이 어느 정도 되나

공개하긴 어렵지만 의미있는 숫자다.

BL은 꽤 인기 있는 장르지만, 이전에는 대체로 알음알음 유통되어 왔다. 어쩌면 리디의 중요한 역할은 BL을 양지로 끌어올린 데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양지로 끌어올려서 유명한 작가를 연재시켰다. 인기 작가들이 나오면 기다렸던 팬들이 열광을 했다. 한두명씩 좋은 사례가 나오니까 처음에는 연재를 주저하던 작가들도 지금은 다 연재를 하면서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블랙디에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붙였는데

유명 작가의 검증된 BL 콘텐츠만 블랙디로 내겠다는 뜻이다. ‘리디’라는 플랫폼에서 매출이 좋다는 것은 대중성을 검증받았다는 이야기라, 이런 작품을 계속해 블랙디에서 출판할 예정이다. 앞으로 나올 것이 리디의 레전드급이라 불린 ‘시멘틱 에러’나 ‘신입사원’ 같은 인기 작품들이다. ‘시멘틱 에러’의 경우 래몽래인이라는 제작사에서 드라마화를 결정했다. 고급진 BL 드라마를 표방했다.

최근에는 지상파 등 여러 채널에서 BL을 다루고 있다. 거부감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L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설명한다면?

판타지 로맨스다. 남자와 남자가 사랑을 하는 로맨스이지만, 둘 중 한명의 역할에 여성을 감정이입해서 보는 경우가 많다. 여성과 남성이 하는 사랑보다 더 강한 판타지적 요소가 있다. 제 생각엔 그렇지만, 정말 BL을 좋아하는 이들은 또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입문자를 위한 순한 맛BL을 추천해준다면?

<시멘틱 에러>를 추천한다. 원래는 19금 웹소설인데, 웹툰은 15세 이용가로 바꿔서 만들었다. 드라마로도 만날 수 있고.

제목이 IT스럽다(웃음)

주인공이 컴퓨터공학과다(웃음). 이 외에도 <연애제한구역>이나 <신입사원> 같은 오피스물도 인기가 많다.

국내 BL 콘텐츠가 글로벌로도 판매된다

해외에 불펌(불법복제)이 많은 콘텐츠가 BL이라고 하더라. 충성도가 높으니까 국내에서 나오자마자 퍼가는 것이다.

블랙디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취향을 존중하는 비즈니스 넘버원’을 지향한다. 블랙디는 그 취향 중에서 BL이라는 확실한 코드를 담았다. 리디 안에서 라프텔 등 콘텐츠를 표출하는 윈도우가 많다. 우리는 종이책을 잘하는 곳이기도 하니까, 리디의 좋은 콘텐츠를 종이에 담아내서 독자를 만나러 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역할로 보면 될 것 같다.

태생부터 전자책으로 시작해 디지털 콘텐츠만 다루던 곳에서 유일하게 오프라인하고 접점이 있는 창구가 되겠다. 예전에는 전자책이라고 하면, 종이책을 스캔해서 디지털로 옮기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이제는 역으로 인기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종이책으로 옮긴다는 부분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리디에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리디 내부 구성원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웃음). 리디가 이전에도 종이책을 내긴 했지만 외부 출판사 등과 협업해서 내는 구조였다. ‘내 것’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잘 만들어낸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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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충성도라는 단어는 적어도 정상적인 루트로 유료구매한해서 독자들한테나 어울릴법한 단어고요
    불법복제로 힘들어하는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불법복제 그거 다 좋아하니까 하는거다.’라는 말을 하는지요?
    그것도 창작컨텐츠로 돈버는 회사에서…
    참…
    불법복제하는 외국인들이나 다 족쳐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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