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어느 스타트업의 일일 직원이 됩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시간 꽉 채워 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보면서 이 회사가 어떤 고민을 갖고 무슨 일을 하는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려 합니다. 하루 출근했다고 회사를, 산업을 모두 알 수는 없겠죠. 다만, 한 시간 만나 짧게 인터뷰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의 노동력이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일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잠깐, 마드라스체크는 어떤 곳?

업무용 협업툴 ‘플로우’를 만든다. 조금 더 쉽게 푼다면, 메신저와 업무 및 프로젝트관리를 묶었다. 플로우라는 하나의 툴 안에서 출결 관리, 일정 등록, 프로젝트 진행 상태 관리, 업무 협조 요청, 전직원 스케줄 확인, 화상 채팅, 메신저, 파일 주고 받기 및 저장 관리 등등을 할 수 있게 했다. 아무리 좋은 툴이라고 하더라도 사용하기 어려우면 땡인데, 자주 사용해 익숙한 메신저와 비슷하게 만들어 쉽게 쓸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 강점이라고 이 회사 측은 설명한다. 대표적인 레퍼런스로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KT, 모비스, 웹캐시 등이 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하나를 대라면, 주저없이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을 꼽겠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 회사가 하는 업이 꼭 그 회사의 문화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시대가 열린 후 슬금슬금 성장한 업무용 협업툴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폭발적으로 커졌다. 업무 혁신을 말하는 이 회사들이, 정작 본인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던 차에 이학준 마드라스체크 대표를 만났다. 마드라스체크는 국내 B2B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협업툴 ‘플로우’를 만든다. 이학준 대표와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귀에 한 마디가 꽂혔다. 전직원이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말이었다. 인상적이었다. 모두가 주인으로 협업툴을 만드는 회사는 어떤 분위기에서 일할까. 그래서 요청했다. 대표님, 저 하루 출근시켜주세요.

그리고, 5월 18일.

나는 서울 영등포구 KnK빌딩에 위치한 마드라스체크로 헐레벌떡 뛰어들어갔다. 신입직원을 기다리던 고참 장아람 파트장과 박병교 책임이 먼저 마케팅 회의를 진행 중에 있었다. 안건은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 개발. 플로우라는 브랜드를 알릴 때 어느 시간대, 어떤 채널을 선택해야 하는지가 안건이다. 미래아이엔씨 이지원 대리가 파트너로 화상회의에 들어와 한창 논의중에 있었다. 입에 지퍼를 채운 신입직원이 주워들은 몇 가지 꿀팁이 있다. 예를 들어, 업무시간에 직장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검색 채널은 네이버이며, 주말을 향해 모두가 마음이 붕 뜬 금요일의 광고 배너 클릭률이 높다는 것 등이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미래아이엔씨 이지원 대리, 마드라스체크 마케팅팀 장아람파트장, 박병교책임. 협업툴로 회사 외부의 다양한 파트너들과 내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플로우의 강점이라 설명했다.

회의가 끝날 무렵, 혹시 궁금한 것이 없느냐는 말이 나올 때를 기회삼아 슬쩍 손을 들었다. “이 회의는 왜 하는 건가요?” 모자람엔 끝이 없다. 그러나 고참은 친절했다. “코로나로 오프라인 접점이 줄어들어 온라인에서 플로우를 알리기 위한 새로운 광고 전략을 검토하려는 거예요.”

코로나19로 인해 협업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외산으로는 ‘슬랙’이나 ‘MS 팀즈’가, 국산으로는 메신저와 포털의 파워를 앞세운 ‘카카오워크’나 ‘네이버웍스’, 스타트업 ‘잔디’ 같은 서비스가 나와 있다. 이 시장에서 어쩌면 가장 대중적으로 낯선 이름이 ‘플로우’일 수 있다.

그러나 성적을 까고 보면 플로우의 힘은 예상외로 세다. 마드라스체크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객 현황판이 뜨는데 클라우드로 플로우 서비스를 쓰는 기업/기관의 수는 대략 20만개, 그중 돈을 내는 곳은 2000개다. 이 회사 측 주장에 따르면, B2B 협업툴 유료 시장에서 일등을 하는 성적이다. 이학준 대표를 비롯해 이 회사 직원들은 코로나가 터지기 전, 1000여 고객사를 만나러 발로 뛰어다녔다. 지금은 입소문이 났다. 영업을 담당하는 AM본부의 안효민 책임은 “자랑 아닌 자랑이지만 아웃바운드 영업을 안 하고 있다. 인바운드로 들어오는 문의만 대응해도 고객 수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학준 마드라스체크 대표

일등에게는 어떠한 고민이 있을까. 이학준 대표에게 물었다. 지금 고민하는 것이 있는지. 누가 제일 경쟁자이고 견제가 되는지를.

“MS 팀즈가 너무 강력해요.”

전국민이 다 쓰는 카카오워크가 경쟁자라는 답이 나올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러나 기업시장에서의 마이크로소프트(MS)의 힘은 상상 이상이다.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PPT)라는 강력한 무기 때문이다. 이들을 묶은 오피스365는 사무직 회사원의 컴퓨터에는 거의 기본으로 깔려 있다. 최근에 MS는 협업툴 ‘팀즈’를 이 오피스365와 묶어 파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그 파괴력이 크다. MS로서도 총력을 다해 팀즈 영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아니, 이정도면 MS가 아닌 곳은 기업 협업툴 시장에서 비전이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학준 대표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로우는 왜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요?”

“팀즈 같은 외산 서비스에 비해서 플로우가 쉽고 접근성이 좋죠. 손에 익숙한 메신저처럼 쓰게 하면서  업무에 쓰는 여러 기능을 제공하니까요. 사용법이나, 필요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도 외산 기업에 비해 플로우가 편하죠. 또, 외산 기업들이 하지 않는 ‘구축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국내 금융권, 대기업, 건설사 등에서는 아직 보안 등의 문제로 구축형 서비스를 선호하는데 외국계 기업은 클라우드 서비스만 제공하니까요. 개별 기업이 원하는 요구를 맞춰줄 수 있다는 것이 강력한 강점이죠.”

이 대표의 말을 요약하자면, 플로우 성장의 바탕은 단 하나라 볼 수 있다. 사람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걸 더 쉽게 만들어 서비스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드라스체크는 조직 문화를 매우 강조한다.

경영지원본부 유성균 책임.

마케팅 팀의 회의가 끝날 무렵, 회의실 문 앞에 경영지원본부 유성균 책임이 나타났다. 나는 곧 그가 내 다음 시간 사수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나에게 회사의 조직 문화를 가장 여러번 언급한 사람이기도 하다. 유 책임은 회사에서 재무회계와 조직문화(HR)를 담당하고 있는데, 마드라스체크의 가장 큰 특징을 ‘친밀감’으로 꼽았다. 온오프라인에서 수시로 만날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이 그 친밀감의 원인이라 설명했다.

그의 이날 업무 중 하나는 금요일에 있을 ‘플로마켓(플로우 플리마켓의 줄임말)’의 사전점검이었다. 플로마켓은 직원들이 기증한 소장품을 판매해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행사다. 유 책임 책상 옆에는, 직원들이 내놓은 소장품들이 쌓여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아주 오랜만에 지구본을 보았다. 그는, 물건을 사고파는 이 행사가 또 한 번 직원들의 친밀감을 고양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지구과학 시간의 추억을 떠올렸다.

곧 플로마켓 행사 공간을 어떻게 꾸며야 직원들이 좋아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에 가야할 시간이 됐다. 그런데 그때, 정신 바짝 차리고 회의에 들어가야 할 그 순간에, 이 산만한 신입의 눈에 무언가 서류 한 장이 눈에 띄었다. 유 책임 책상 위에 놓인 근로 계약서다. 혹시 일일직원인 내 것인가 싶었다. 김칫국부터 마셨다. “이번에 인턴에서 정직원으로 전환하는 분들의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턴이 정직원이 되는 비율은 지금까지는 100%다. 정직원 전환에는 서로의 ‘니즈’가 맞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데 100% 채용은 서로가 서로를 마음에 들어했단 뜻이 된다.

회의실에 올라와, 플로마켓을 같이 준비하는 CX본부 윤선희 책임과 인사했다. 이 회의실이 금요일에 플로마켓을 위한 장터로 바뀔 예정이다. 이 회의실에서, 나는 유성균 책임이 말한 ‘친밀감’이 무엇인지 조금 눈치채게 됐다. 윤선희 책임이 보여준 적극성 덕이다. CX본부의 뜻은 고객경험을 책임지는 부서라는 뜻이다. 즉, 내부 직원 행사인 플로마켓 준비는 윤 책임의 업무는 아니다. 회의에 윤 책임이 들어온 것은 “플로마켓 준비를 내가 해보겠다”고 손 든 적극성 때문이다.

이들은 플로우의 조직 문화 중 독특한 것이 각자 속한 부서가 아니더라도 관심 있을만한 주제로 회의나 프로젝트가 열리면 누구든 신청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협업툴을 쓰기 때문에 회사 내 주요 스케줄이 공유가 된다. 정보는 열려 있으며, 적극성을 가진 직원들의 참여가 장려된다. 일반적이라면 서로 데면데면할 타부서 직원들 간 친밀감은, 이런 개방성이 바탕이 된 것처럼 보였다.

유성균책임과 CX본부의 윤선희책임

그리고, 그 친밀감을 가장 강하게 느끼게 된 사건이 30분 후에 일어났다. 포토월을 마련할 공간, 벽을 꾸밀 색, 문구 등을 정하는 회의가 끝나고 “제가 다음에 일하게 될 부서는 어디인가요?”를 물으려는데, 문 밖에 상기된 표정의 한 여성이 나를, 그러니까 “내가 곧 너의 동료가 될 것이다”라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3, 2, 1. “안녕하세요!!!!!”, 찐텐션의 생기발랄한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사실, “출근했습니다”라는 코너는 외롭다. 낯선 공간에 덩그러니 떨어져 하루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낯섦을 한순간에 깨트려주는 것은 구성원의 관심이다. 내가 관종이라서만은 아니다. 아닐 것이다. CX본부의 임유림 책임은 ‘미’가 최선인 나의 톤까지 ‘솔’로 올려놓았다. 김 책임을 따라, CX본부에 임시로 마련된 내 책상에 앉았다. 그 자리는, 원래는 외근을 나간 또 다른 동료의 자리였지만, 어쨌든 그 순간은 내 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임유림 책임은 곧바로 내게 일 같은 일을 주었는데, 그때부터 와, 정말,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왜냐하면, 고객응대 전화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텐션의 본산지, CX본부. 사진에서 크게 보이는 순으로 임유림책임, 이혜련 책임, 김동영 책임

“자, 이제 실습을 해볼거예요. 지금 보시는 목록이 인바운드로 플로우에 관심을 보여주신 고객 명단이에요. 이메일로 회사 자료를 요청하신 분들인데 확인은 하셨는지 여쭙고, 혹시 더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한달 무료 체험을 해보실 수 있다는 안내를 하는 전화예요. 제가 옆에 있으니 긴장하지 마시고 전화를 걸어보세요.”

와… 기자라는 직업은 하루종일 전화를 끼고 사는 것이 일인데, 나는 이때만큼 전화기가 무서웠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마련된 대본을 두 번, 세 번 숙지하면서도 혹시 이 고객이 내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숫자 버튼 한 번 누를 때마다 임유림 책임의 얼굴도 한번씩 바라봤다. 타들어가는 내 속마음과 달리 이 사람, 나를 믿는 눈치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목적을 달성했다.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어 시도한 네통의 전화에서 나는 한 고객과 연결이 되었고, 앞서 다른 직원의 안내를 받았다는 친절한 답을 들었다.

CX본부는 플로우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 서비스에 대한 안내를 하고, 또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을 정리해 개발부서 등에 전달하는 일을 한다. 최전선에서 이용자를 만난다. 또 고객사들이 플로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그 사례와 이용법을 콘텐츠로 만들어 공유하는 일도 한다. 이용자가 플로우와 만나는 A부터 Z까지이 경험을 총괄하는 곳이 여기다.

여기 나의 일일 책상.

한시간이 후딱 갔다. 역시 시간은 상대적이다. 잠시 후, 개발팀으로 건너가 플로우 2.0 리뉴얼 현장에 들어섰다. 유민호 파트장은 “채팅 메시지를 누가 읽었는지 확인하는 기능, (마치 스냅챗처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는 채팅방, 업무 내에서 하위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는 기능 등을 새로 추가해 아예 새로운 플로우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개발팀 유민호 파트장

유 파트장이 입사할 때만해도 마드라스체크의 직원은 열명 남짓이었는데 현재는 60명이 넘는 조직으로 바뀌었다. 조직이 커지면서 회사가 각 구성원들에 바라는 일도 달라졌다.

AM본부의 이오준 책임과 안효민 책임

하나의 예를 꼽자면 AM본부다.  ‘어카운트(Account) 매니지먼트’의 약자가 이 팀의 이름이다. 예전에는 고객 영업과 상담을 담당하는 부서를 ‘세일즈(sales)’라고 불렀는데, 마드라스체크에서는 이를 ‘컨설턴트(Consultunt)’의 영역으로 나누고, 기업 고객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겼다. 회사 서비스가 알고 싶다는 인바운드 영업이 들어오면 기계적 답을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컨설턴트 답게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답을 주는 것을 업무로 삼는다.

AM 본부의 안효민 책임은 “최근 삼성전기라는 큰 회사에서 인바운드로 문의가 왔고, 안내를 진행했다”며 “지난 2주간 8개 부서의 260명이 참여한 테스트에서 각 부서별 요구사항을 반영한 솔루션을 제공했고, 만족스럽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이학준 대표 자리의 뒤에 붙어있는 칠판에는 “디테일이 S급을 만들어낸다”고 쓰여있다. 그런데 그 디테일이라는 놈은 누가 가르쳐줘서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니다. 붙잡고 앉아서 하루종일 가르쳐봐야 배울 마음이 없다면 나아지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조직원이 적극적으로 알려고 나서는 것이고, 그래서 상황을 개선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다섯개 부서를 거치면서 이들이 말한 ‘친밀감’ ‘자율성’ 이 어떻게 엮여 디테일을 만들어내는지를 살짝 엿봤다. 플로우라는 서비스가, 강자가 많은 협업툴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된 방법도, 그 디테일에 있지 않을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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