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대만에서 열리는 컴퓨텍스 2021 키노트에서 AMD의 리사 수 CEO는 “엑시노스에 RNDA2 커스텀 GPU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RNDA2는 이미 성능이 검증된 트리플 A(AAA) 게임용 GPU다. PS5와 Xbox(Series S/X)가 모두 RNDA2 기반 GPU를 사용한다. 즉, 삼성 엑시노스가 이제 콘솔급의 GPU를 탑재한 SoC로 출시된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들은 노트북용인 라데온 RX6800M, RX6700M, RX6600M 세가지로, 최소 1080p로 100fps, 최대 1440p 120Hz를 구동할 수 있는 GPU다.

수 CEO의 말에 따르면, 엑시노스용 커스텀 GPU에도 레이 트레이싱과 가변 레이트 쉐이딩을 적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중 가변 속도 음영 처리(Variable Rate Shading, 이하 VRS)은 스냅드래곤 888에서도 이미 제공되고 있다.

VRS는 게임이나 3D 툴 등에서 픽셀을 불러올 때 각각의 픽셀마다 하던 음영 처리를 개선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빛을 받는 픽셀은 하나하나 처리해줘야 하는 게 맞지만, 배경에 있는 어두운 픽셀은 하나씩 처리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잘 안 보이는 영역의 픽셀은 두개나 네개 등 여러 픽셀을 묶어서 처리한다. 이런 방법을 사용할 경우 GPU 프로세싱에 대한 부하가 줄어들고 사용자가 보는 화면의 품질 저하도 거의 없다. 따라서 최근 등장한 GPU 대부분에 VRS가 적용되는 추세다. 퀄컴에서 만드는 스냅드래곤 888에도 동일한 기술이 적용된다.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 광선 추적)은 실제처럼 빛을 추적하는 기술이다. 레이 트레이싱은 컴퓨터 그래픽에서 물체와 광원을 설정한 후, 물체에 빛이 닿을 때의 모습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즉, 빛과 물체가 별도로 움직이고, 그림자나 빛 반사, 소리 등이 상호작용한다. 현실에서 물체가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실시간으로 계속 픽셀의 컬러를 바꾼다. 레이 트레이싱 등장 이전의 3D 소프트웨어들은 주로 래스터화 방식을 사용해왔다. 포토샵의 그 Rasterize로, 픽셀을 그림으로 만든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레이 트레이싱은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방식인데,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사용자 마음대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정해놓은 형태로만 빛이 흐를 수 있다. 그러나 레이 트레이싱을 사용하면 빛 흐름 역시 실시간으로 움직일 수 있다. 모든 픽셀의 컬러를 실시간으로 계속 바꿔야 하므로 굉장히 많은 연산을 소모하는 작업이라 주로 최고사양 게임(AAA 게임)들에만 적용되는 경향이 강했다. 따라서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을 실행할 수 있는 것도 최신 세대의 콘솔(PS5, XSX/XSS) 혹은 RTX GPU를 갖춘 고사양 PC 뿐이었다. 이를 스마트폰에서 구현하겠다는 것이 AMD와 삼성의 야심 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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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레이 트레이싱을 구현하면 어떻게 될까

레이 트레이싱을 실시간으로 구현한다는 것은 짧은 3D 애니메이션을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수준의 작업에 해당한다. 따라서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는 게임 그래픽 품질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우선 낮은 그래픽 사양을 요하는 게임에만 적용해도 그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마인크래프트에 레이 트레이싱을 적용하면 왠지 낯선 실제 같은 마인크래프트로 변한다. 블록으로 이뤄진 그래픽은 그대로지만 빛 흐름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고사양 게임의 경우 모든 장면을 레이 트레이싱으로 처리할 수 없어 레이 트레이싱과 래스터화를 섞어서 사용한다. 이를 엔비디아는 하이브리드 렌더링이라고 부른다. 주로 캐릭터나 사물은 레이 트레이싱으로, 구석의 배경 등은 래스터화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방법을 사용해서 GPU의 부하를 줄이면서 게임 그래픽 품질을 높인다.

레이 트레이싱 전(좌)과 후(우)의 그래픽 품질이 매우 다르다


PS5를 예로 들어보면 같은 장면에서 광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다. 같은 스파이더맨 게임에서 레이 트레이싱이 적용되면 유리 등의 빛나는 물체들은 그림자나 빛 반사를 하게 돼 있는데, 레이 트레이싱이 적용돼있지 않은 기기(PS4)에서는 이러한 물체들을 대부분 반투명 처리한다.

동일한 게임이지만 레이 트레이싱 기능이 없던 PS4에서의 스파이더맨(우)와 레이 트레이싱이 적용된 PS5 스파이더맨(좌), 실시간으로 유리창에 캐릭터가 반사되고 있음이 보인다. 각종 차량 역시 실시간으로 캐릭터를 반사하고 있다.

PS5에서 스파이더맨이 야간의 뉴욕에 머무르는 장면의 하단을 주목하자. 젖은 땅 위로 스파이더맨의 엉덩이가 반사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것이 레이 트레이싱이다.

즉, 레이 트레이싱은 가능하기만 하다 보면 게임 그래픽 품질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에 해당한다. 그러나 몇가지 한계점 떄문에 스마트폰용 GPU에서 레이 트레이싱을 제공하기는 쉽지 않았다.

몇가지 한계점이 존재

스마트폰용 GPU는 게이밍 콘솔이나 PC와 다르다. 무한정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기기들과 다르게 전력 효율이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따라서 레이 트레이싱을 GPU가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스마트폰에서 실행 불가능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제품의 자랑인 고주사율 디스플레이를 고해상도에서 실행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전력 효율 때문이다.

발열 이슈도 있다. 전력 효율과 함께 발생하는 문제로, GPU를 많이 구동해서 기기가 뜨거워지면 성능을 낮춰야만 기기 부품이 녹지 않는다. 이때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것을 쓰로틀링이라고 부른다. AMD와 삼성에게는 이렇게 전력 소모와 발열이라는 큰 숙제가 있다.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RNDA2 기반 GPU가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갈릴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마케팅용 성능이 돼버린다. 따라서 RNDA2 기반의 성능과 더불어 고도의 최적화를 통해 하이브리드 렌더링을 구현해야만 제대로 작동하는 GPU가 될 것이다.

성능 개선은 확실할 것

현재 삼성 갤럭시 S21 시리즈에 사용되고 있는 엑시노스 2100의 벤치마크 성능은 스냅드래곤 888에 비해 나쁘지 않다. 그러나 GPU 면에서는 퀄컴의 아드레노660보다 ARM의 Mali-G78(MP14)의 성능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심지어 게이밍 성능에서는 888 이전 세대인 스냅드래곤 865와 비슷한 점수를 받고 있다. 따라서 삼성은 GPU에서의 개선을 이뤄야 할 필요성이 높은 상태다. RDNA2는 콘솔과 PC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므로 성능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재보다 제품이 두꺼워질 가능성은 있다.

PC에도 탑재될까

엑시노스+AMD GPU 조합은 왠지 삼성 ARM 기반 윈도우 10 노트북 출시 가능성을 떠오르게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서피스 프로 X 출시 이후로 자사 소프트웨어들을 ARM 기반 프로세서 위에서 구동되도록 만들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칩 전환을 이뤄낸 애플의 사례도 있기 떄문이다. 과거 ARM 기반 윈도우 10 삼성 노트북이 유출되기도 했다. 이름은 갤럭시북 고(Go)다. 다만 이 제품은 퀄컴 스냅드래곤 8cx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제품이 실제로 출시되면, 내년에는 엑시노스+AMD GPU 갤럭시북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갤럭시북 고 제품은 현재 유출된 상태로 출시 여부는 확실치 않다.

퀄컴 SoC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북 고(출처=winfuture)


퀄컴 SoC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북 고(출처=winfuture)

 

엑시노스 2200의 출시 시점

VSR, 레이 트레이싱이 가능한 AMD RNDA2 기반 GPU를 탑재한 엑시노스 2200은 올 연말 공개, 내년 초 출시가 예상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