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삭은 안돼” Z세대 전용 플랫폼 만드는 은행들
미래고객인 Z세대 포섭은 그동안 핀테크, 빅테크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시중은행들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 Z세대에 관심을 보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를 제치고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따라서 시중은행들 사이에서 먼저 주도권을 확보하지 않으면, 향후 10년 뒤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잡았다. 은행들은 “디지털 친화적인 Z세대에게 앱삭(앱 삭제)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며 이들을 위한 별도 플랫폼을 만들거나, 전용 서비스, 상품 등을 선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Z세대를 공략한 별도 앱을 만든다. 리브 앱을 1020세대 전용 서비스로 개편 중이다. 이곳에서 맞춤형 금융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간편뱅킹 앱 리브는 간편 송금, 결제, 외환 등을 서비스하는데 2030세대가 주요 고객층이다. 국민은행은 리브 앱 개편을 통해 10대로 사용자 층을 넓힐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미래고객인 10대들도 전용 앱이 필요하며, 이들을 향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Z세대를 겨냥한 플랫폼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은행 측은 아직 준비단계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시중은행들이 1020세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로부터 시작됐다. Z세대도 금융 서비스, 상품에 충분한 수요가 있고 고객 연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카카오뱅크 선례로 확인한 은행들은 하나둘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년 10월 카카오뱅크가 선보인 ‘카카오뱅크 미니’는 만 14세부터 만 18세 이하 청소년만 개설할 수 있는 선불전자지급수단 서비스다. 10대의 경우 비대면 계좌개설에 제한이 있어 카카오뱅크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선택했다. 계좌개설도 약관 동의 후 비밀번호 설정만 하면 된다. 그 결과, 미니 출시 사흘 만에 가입자 수가 10만명을 훌쩍 넘어섰으며, 4월 말 기준 약 77만명을 기록했다.
미니가 당장 카카오뱅크의 실적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이용자의 저변을 넓히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 참여자, 미니 등 계좌가 없는 이용자는 약 1645만명이다. 계좌는 없지만 직간접적으로 카카오뱅크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잠재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따라서 미니로 인한 고객 수 증가는 카카오뱅크의 미래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미니는 카카오뱅크의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이용자들 수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며 “미래 고객 확대를 위한 상품으로, 출시 이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Z세대를 위한 브랜딩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뱅킹 앱 쏠에 20대 전용 플랫폼인 ‘헤이영(Hey Young)’을 내놨다. 20대 전용 파킹박스인 헤이영 머니박스, 헤이영 체크카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10대 고객을 겨냥하기 위해 신한은행은 e스포츠에도 발을 뻗었다. 지난 2월, 신한은행은 넥슨의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 e스포츠대회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신한은행의 헤이영 브랜드와 함께하는 대회로, 20대뿐만 아니라 10대 고객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신한은행의 취지다.
우리은행은 MZ세대를 위한 일상생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옥션과 손잡고 자사 뱅킹 앱 우리원뱅킹에서 미술품 분산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또 편의점을 지정해 택배를 배송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다만, 은행을 포함한 전통 금융사들이 Z세대를 제대로 포섭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 핀테크에 준하는 디지털 전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경연구소는 “국내 금융사들은 미래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할 Z세대 유치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 디지털 채널 내 고객경험 측면에서 여전히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 핀테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향후 디지털 역량 제고, 데이터 분석력 강화 등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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