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끝나지 않은 ‘가져오려는 자와 막는 자’의 대립

마이데이터 시행까지 약 두 달 밖에 남지 않았으나, 가이드라인 세부조항을 두고 핀테크와 금융사들의 공방이 치열하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주로 정보 개방에 초점을 맞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금융사는 자사 데이터를 개인정보, 금융사 자산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내줄 수 없다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이루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 “정보개방 더 필요하다”

핀테크 기업들은 마이데이터 대상 정보의 종류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 별로 요구하는 정보들은 다르지만,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정보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공통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적요정보다. 적요는 통장에 찍히는 거래내역을 말하는데, 마이데이터 가이드라인에는 해당 정보가 포함되지 않았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제대로 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가 은행 계좌를 통해 무엇을 얼마나 썼는지 꼭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요정보와 함께 핀테크 업계에서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카드사의 가맹점 정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카드사 제공범위에 가맹점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나 가맹점명에 그친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해당 업체가 카페인지, 베이커리 가게인지 등의 구체적인 분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두고 카드사에서는 여러 가맹점의 코드를 분류화하기 어렵고 해당 정보는 금융사 자산이라며 반박하고 있는 상태다.

세 번째는 사설인증이다. 최근 정부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통합인증 수단으로 사설인증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전자서명인증사업자인 네이버, 카카오, 토스와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은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 자체 인증서를 제공할 수 있다.

자본금이 여유있는 빅테크와 시중은행에서는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소규모 핀테크 업계에서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사설인증서를 허용한 것은 긍정적이나 자사 서비스 경쟁력에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는 우려에서다. 이해관계에 따라 빅테크나 시중은행의 인증서를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공동인증서를 도입하자니 사용자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소규모 핀테크 업계에서는 물적시설, 보안 등 강도 높은 전자서명인증사업 심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슈어테크 업계에서도 꾸준히 정보공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장내역과 계피상이다. 마이데이터 가이드라인에 보장내역이 빠지면서, 기존의 보장분석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보험상품은 보장내역을 보고 가입이 이뤄지는 만큼, 인슈어테크업계에서는 앙꼬없는 찐빵이라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계피상이는 계약자와 대상자인 피보험자가 다른 경우다. 마이데이터 가이드라인에 계피상이 보험정보가 제외되어, 제3자가 보험을 가입한 경우 인슈어테크 서비스에서 관련 서비스를 받아볼 수 없다.

금융사들은 핀테크, 빅테크, 인슈어테크 업계에서 주장하는 정보 개방에 대해 고객의 개인정보 문제가 얽혀있으며, 자사가 축적해 온 자산이라는 입장에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금융사, “우리도 정보 부족하다”

금융권에서도 마이데이터 정보에 대한 몇 가지 요구사항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커머스 업계(전자금융업자)에서 제공하는 구매품목 데이터를 세부정보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자금융업자의 주문내역 정보는 크게 12개 카테고리로 나뉜다. 예를 들어, 책상용 의자는 ‘생활/가구’에, 신발은 ‘패션/의류’ 카테고리로 금융사에 전달된다.

전자금융업자의 주문내역 정보는 크게 12개 카테고리로 나뉜다.

그러나 금융사에서는 카테고리 분류만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하기에는 정보가 포괄적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의자, 신발 등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는 대면채널 개방이다. 마이데이터 기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불완전 판매 가능성으로 대면 방식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할 수 없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친숙한 대면채널로 서비스를 하는 것이 당국에서 말하는 ‘알고 하는 동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또 대면채널을 통해 개인별로 다른 금융지식 수준을 고려한 설명이 가능해 불완전 판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금융사고 측면에서도 휴대폰 분실로 인한 서비스 해지요청 등 긴급한 마이데이터 서비스 재신고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면 채널의 발 빠른 응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보주체의 대면 전송요구권 행사가 가능할 경우, 지점 은행원은 단말을 통해 고객정보를 확인하며 상담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중은행은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과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차별화 전략으로 ‘점포 활용’을 내세운 만큼 대면채널 활용의 필요성이 절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몇몇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에 대면채널 개방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으나, 당국으로부터 대면채널 개방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기업의 관계자는 “금융사와 핀테크, 빅테크 등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되고 있다”며 “정보를 지키려는 자와 이를 가져오려는 자의 첨예한 대립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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