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앱’으로 알려진 야놀자가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1조원을 투자받고, 연내 미국 나스닥으로 직행할 계획을 세웠다는 보도가 나왔죠. 야놀자 측의 공식 입장은 “사실무근”입니다만, 보도된 것 중 한 가지는 확실한 사실입니다. 그곳이 어디든, 연내 상장하겠다는 야놀자의 의지죠.

야놀자의 상장 준비는 꾸준히 이어져왔습니다. 2018년 선정했던 상장주관사를 지난해 미래에셋과 삼성증권으로 교체했습니다. 올해는 꼭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연초부터 계속해 밝히고 있는데요. 단, 그것이 나스닥이 될 것이란 이야기는 야놀자의 공식입장으로 나온적은 없습니다. 물론 “해외 상장의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은 했지만요.

나스닥 상장설의 기원을 따지자면, 아마도 야놀자가 싱가포르투자청과 부킹홀딩스로부터 투자 받을 당시 자문을 받은 곳이 모건스탠리라는 게 추측의 원인이 됐을 수 있겠네요. 마켓컬리가 상장을 준비하며 모건스탠리를 주관사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으니까요. 여기에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이 야놀자 나스닥 상장설에 불을 지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남들이야 어떻게 추측하든 말든(사실은, 이런 보도들이 많이 나올수록 기업 가치 제고 측면에선 더 좋겠지만요) 야놀자는 올해 상장 계획을 실현하려 마음이 바빠 보입니다. 굳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흑자전환했다”는 실적을 대대적으로 발표했죠. 시장에 “건실하다, 성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판단으로 읽힙니다.

야놀자는 본사 기준(국내외 계열사 제외) 지난해 매출 1920억원, 영업이익 16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3.8% 늘었고, 드디어 영업손실이 아닌 이익을 냈죠. 코로나로 인해 여행, 숙박 업계가 대체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홀로 성장했다는 것이 발표의 핵심이었습니다. 추후 발표될 계열사 연결 기준 실적에서도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외 투자처로부터 380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한 상태에서 경영 흑자 전환을 이뤘으니 추가 투자가 없어도 현행 사업을 유지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야놀자 측의 입장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것이 소뱅의 투자이든, 상장이든 목적은 ‘큰 돈’아니겠습니까? 야놀자 말대로 지금 이대로도 잘 나간다면, 이 회사는 왜 굳이 상장을 하려는 걸까요?

투자자들의 이익 회수 등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가장 큰 까닭은 회사의 체질전환입니다. 최근 야놀자의 행보를 보면 독특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해외 투자죠. 동남아 이코노미 호텔 체인인 ‘젠룸스’에 투자를 단행, 1대 주주가 됐죠. 더 중요한 투자도 있었습니다. 호텔 자산관리 시스템(PMS)을 만드는 인도의 ‘이지 테크노시스’를 인수했습니다. 이 회사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PMS를 제공하는데, 야놀자 측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로 오라클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흔히 기업이 더 크게 성장하려면 글로벌 진출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이나 반도체 등을 팔아 글로벌 1위 기업이 됐죠.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제품은 해외에 내다팔기 비교적 수월합니다. 최근 ‘국뽕’을 최고치로 올려놓은 콘텐츠는 더욱 글로벌 진출에 유리한 상황이죠. 플랫폼을 타고 어디든 뻗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숙박은 어떨까요? 어렵죠. 호텔을 짊어지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세계 호텔 체인을 모두 인수하는 것도 불가능하잖아요? 나라마다 건물을 세운다고 치면 그 돈이 다 얼마입니까.

야놀자가 동남아의 호텔 체인에 투자하고, PMS 사업에 뛰어든 것은 ‘확장의 가능성’에 있습니다. 아직 세계 다수의 숙박업소들이 디지털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에 주목했죠. 세계 숙박업소에서 예약 관리를 디지털로 하는 곳을 따지면 전체의 10%가 안 된다고 합니다. 호텔을 모두 사들일 순 없어도, 각 호텔에서 쓰는 시스템을 공급한다는 것은 괜찮은 전략으로 보입니다.

오라클이 이지 테크노시스보다 PMS 시장 점유율 면에서는 앞서 있지만, 최근 중소규모 호텔들에서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야놀자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도 있겠죠. 대형체인을 제외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형 호텔 체인에서는 값비싼 오라클의 시스템이 멀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디지털 예약관리는 국내 숙박 앱들이 잘하는 일이기도 하죠.


숙박에 이어 여가와 여행, 그리고 솔루션으로. 야놀자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합종연횡하며 글로벌 성장을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야놀자의 계획대로, 몇 년 안에 글로벌 PMS 시장에서 오라클을 제치고 1위가 될 수 있을까요? 상장은 그 계획을 위한 마중물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이 회사가 어떤 전략을 택해 나갈지 그 결정이 궁금해지네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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