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TSMC와 삼성전자 등 아시아 주요 파운드리 기업에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하는 동시에 압박을 넣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미국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미국 진출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0일(현지시각) 반도체 기업들을 재차 불러모아 화상 회의를 진행했다. 지난 4월에 진행한 화상 회의와 동일하게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골자로 한다. 참여한 기업들도 ▲TSMC ▲삼성전자 등으로, 지난 회의와 동일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손에 들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이 기업들을 자주 소환하는 이유는 미국이 팹리스에 강하고, 파운드리를 포함한 생산에 약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애플, 엔비디아, 퀄컴, AMD 등 내로라하는 팹리스 기업은 대부분 미국에 위치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매출 기준 글로벌 팹리스 상위 10개 업체 중 6곳이 미국 기업이다.

하지만 생산 면에서는 다소 부진하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아시아 파운드리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만 해도 75% 이상이다. 그만큼 아시아가 생산라인을 주도하고 있는 것인데, 코로나19로 인해 공급난이 이어지면서 미국은 자급자족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에 적극적으로 생산라인 확장에 팔을 걷었다.

이후 지난 3월, TSMC는 미국에 6개의 공장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미국과 대만 사이의 밀월설이 나올 정도로, TSMC는 적극적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언뜻 보기에는 이미 세계 파운드리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TSMC를 유치했으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 없이도 충분해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삼성전자에게 여전히 생산라인 투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이 삼성전자의 투자 유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이유로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TSMC가 대만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과 손을 잡은 상황이지만, 나중에는 대만도 결국 미국의 견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미국은 여전히 ‘자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반도체 기업들을 모아 놓고 반도체 공급난을 두고 화상 회의를 진행할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세계 반도체 기업 앞에서 “미국이 21세기를 이끌기 위해서는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이번 회의의 목적은 미국 반도체 산업을 강화할지 말지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목적은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 해결 이전에, 미국 반도체 산업 강화다.

대만은 반도체 산업에서 강점을 두루 갖추고 있는 국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미디어텍을 포함한 대만 팹리스 기업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TSMC 다음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라며 “따라서 대만을 견제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포섭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 시기에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세제 및 지원 혜택을 받으면서 팹리스 기업을 수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는 것”이라며 “6월에는 본격적으로 관련 법안이나 지원책 청사진이 그려질 예정인데, 그 전에 미국 진출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1일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에 EUV(극자외선) 파운드리를 최초로 구축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EUV 파운드리는 첨단 공정을 위해 필수적인데, 이 생산라인을 미국에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