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에는 외계인이 산다는 루머가 있다. 그만큼 인텔의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컴퓨터 및 디지털 산업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텔과 마이크론이 처음 차세대 메모리 ‘3D X포인트(XPoint)’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에도, 외계인 급으로 이목이 집중됐다. D램의 속도와 낸드플래시의 저장용량의 강점을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이후 마이크론이 3D X포인트 사업에서 손을 떼고, 인텔은 옵테인이라는 이름으로 이 차세대 메모리를 출시했다. 인텔은 지난 2020년 10월 SK하이닉스에 낸드플래시 사업을 매각하는 와중에도 이 옵테인 사업은 고수했다. 이후 12월 처음 옵테인 메모리 제품군을 출시했으며, 지금도 인텔 제품군에서는 옵테인이 탑재된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텔의 옵테인 메모리 (출처: 인텔)

현재 옵테인 사업 자체가 호황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옵테인 사업 실패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인텔이 이렇게까지 옵테인 사업을 사수하려고 했던 이유는 바로 데이터센터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옵테인은 낸드플래시보다는 더 빠르게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으며, D램보다는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센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따라서 데이터센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필요한 제품군을 확장해 수혜를 입겠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Technavio)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은 2017년 약 1549억달러(한화 약 175조원) 정도의 규모였으나, 2022년에는 2519억달러(약 285조원)를 기록하며 연평균성장률 10.2%를 기록할 전망이다.

인텔은 현재 옵테인을 PC와 데이터센터, 두 가지 용도로 구분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데이터센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박민진 인텔코리아 상무에 따르면, 옵테인은 특성상 데이터센터의 성능 저하를 막을 수 있어, 유용하게 사용될 전망이라고 한다. 박 상무는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읽고 쓰다 보면 가비지(Garbage, 데이터를 읽고 쓰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흔적)가 생성되는데, 이는빈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내 용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의 성능 저하를 야기한다”며 “하지만 옵테인에서는 데이터를 읽고 써도 가비지가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탑재한 데이터센터의 성능은 저하되지 않으며,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옵테인 사업 전략도 데이터센터 및 서버 시장을 공략하는 모양새다. 박 상무는 “물론 데이터센터들도 이미 이전에 사용하던 메모리가 있다 보니, 진출하는 데 장벽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인텔은 탄탄한 고객망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 옵테인이 포함된 제품군을 이들에게 납품해 옵테인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고객사가 다시 옵테인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옵테인 사업을 두고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인텔이 SoP(System on Package)를 통해 데이터센터 시장을 노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SoP란 하나의 패키지 안에 여러 종류의 반도체 칩이 탑재되는 모듈을 말한다. SoC(System on Chip)처럼 하나의 시스템 위에 프로세서, 메모리 등의 다양한 부품이 탑재되는 것과 기본 개념은 동일하다. 다만 SoC는 생산 이후 커스터마이징이 불가능한 반면, SoP는 레고처럼 모듈 위에 부품을 임의로 배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데이터센터에도 이 SoP가 도입될 수 있는데, 이 때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줄이기 위해 SoP인 옵테인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에 따르면, 과거에는 데이터센터가 저장용량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연산 능력도 중시해야 한다. 과거에는 단순히 클라우드 상에 문서나 파일 등을 업로드하는 정도에서 끝났지만, 이제는 클라우드 상에서 프로그램을 구동하고 협업 및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데이터센터 단에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양은 일반 PC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양에 비해 매우 방대하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데이터센터 단에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많아지다 보면 병목현상이 발생하기 쉬운데, 이를 잡아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그 방법으로 D램처럼 임시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면서 용량은 큰 옵테인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은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 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옵테인 기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워낙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업체들이 선뜻 도입에 망설여하는 경우가 있다”며 “옵테인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존 메모리 제품군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텔도 이를 인식하고, 지속해서 가격 경쟁력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 초기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업계에 알릴 수 있는 그 초기 기간이 필요한데, 지금이 그 시기이기에 인텔은 지속해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 박민진 상무의 설명이다. 박 상무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판매량을 늘리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제품 판매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생산 효율성도 늘어날 것이고, 이 과정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인텔의 옵테인 사업은 데이터센터와 서버를 힘입어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현재 당면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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