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어느 회사의 일일 직원이 됩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시간 꽉 채워 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보면서 이 회사가 어떤 고민을 갖고 무슨 일을 하는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려 합니다. 하루 출근했다고 회사를, 산업을 모두 알 수는 없겠죠. 다만, 한 시간 만나 짧게 인터뷰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의 노동력이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일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지금부터는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는 대신증권 브랜드전략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분명히 증권사에 입사했는데, 유튜브 채널 기획에 촬영과 출연까지 하고 있는 직원들의 하루에 관한 얘기죠.

일은 매주 화요일에 벌어집니다. 원래는 증권맨이어야할 이들이, 화요일 오전 8시가 되면 조명이나 카메라, 삼각대 같은 촬영 장비를 끌고 강당에 모입니다. 이쯤에서 ‘인간극장’의 배경음악이 깔렸으면 좋겠네요. 머릿속으로 떠올려주세요, 띠리리리.

띠리리리

밀차를 끄는 오인환 주임, 조명을 설치하는 김기원 과장, 카메라의 초점을 맞춰보는 김혜정 책임, 남들이 촬영할 때 조용히 사무실로 돌아가 대본을 고치고 영상에 쓸 판넬을 만드는 이재훈 팀장도 사실은 평소 컴퓨터 앞에 앉아 전략 기획을 짜는 이들입니다. 그러나 화요일만은 어쩔 수 없죠. 이들에게는 호랑이 같은 대장, 아니 상사 김봉찬 브랜드전략실장(이사)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흥. 대신증권 유튜브 제작팀의 우두머리 김봉찬 브랜드전략실장

썰을 풀자면 이렇죠. 보통은 말입니다, 대기업에서 유튜브를 한다고 하면 영상 전담팀을 새로 꾸리거나 전문가 그룹에 외주를 맡기는 것이 대부분이죠. 본사에서는 주로 기획을 하고, 영상 촬영과 편집 등 제작에 드는 일련의 수고는 외부 기획사에 일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전에 인터뷰를 했던 oo은행도 그렇게 유튜브를 운영했습니다. 대신증권도 그럴 줄 알았죠.

저는 생각보다 준비성이 있는 일일직원입니다. 그래서 출근 전날 대신증권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 예습했습니다. 독자님들도 일단, 방송을 한 번 보시죠.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상 속 출연진들은 경제 전문가 같기도 하고, 어딘가 연기자 같기도 하죠. 예습할 때만 하더라도 외부에서 섭외해온 사람들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촬영현장에 도착해 보니, 그 출연진들이 모두 장비 앞에 서서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장을 쓱 훑어보니, 맨 뒷자리에서 전체 촬영 현장을 조망하고 있는 우두머리가 보였습니다. 김봉찬 이사에게로 다가가 물었습니다.

“여기 촬영하시는 스태프분들, 모두 영상에 나오는 연기자 아닌가요?”
“맞아요 , 그런데 촬영도 하고 필요한 일은 뭐든 다 해요. 정태영 아나운서를 제외하곤 모두 우리 직원들이에요.”

(왼쪽부터) 이재훈 팀장, 정태영 아나운서, 김기원 과장. 정태영 아나운서는 모든 코너를 오가면서 질문을 하고 대답을 이끌어내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중 유튜브 프로는 정태영 아나운서 한 명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대신증권 브랜드전략실은 왜 굳이 유튜브 운영을 전문가가 아닌 내부 직원들이 도맡아서 할까요?

“모든 기업의 외주를 많이 맡기죠. 하다못해 과거에는 디자인도 다 외주를 줬잖아요? 그런데 현대카드 때 경험을 살펴보면, 인하우스 디자인 파워가 퀄리티 콘트롤로 이어지더라고요. 외부 의존도가 높아지면 돈을 얼마 쓰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양과 질이 달라지죠. 예산이 많으면 세 편을 찍다가, 예산이 줄어들면 한 편밖에 못찍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꾸준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져가기 어렵죠. 또, 그 회사 콘텐츠를 가장 잘 아는 곳도 내부이기도 하고요.”

김봉찬 실장은 원래 디자이너입니다. 카드업계에 디자인이라고는 약에 쓸려고도 없던 시절, 현대카드에서 ‘1호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달고 십년을 일했죠.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디자인의 불모지로만 옮겨다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증권사도 디자인이나 브랜드가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산업군은 아니었죠.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브랜드 이미지’나 ‘디자인 감성’ 같은 것이 금융권에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부분 말이죠. 잠깐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스마트폰 산업으로 가봅니다.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했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브랜드’였죠. 애플은 브랜드를 파는데 삼성은 상품을 팔기 때문에 갤럭시가 만년 2등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들이 당시에 나왔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아주 실용적인 제품 판매에조차 브랜드라는 감성적 접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했던 단면이죠.

김봉찬 이사는 금융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가장 이성적인 분야이지만, 사실은 그만큼 회사별 차별성도 없는 영역이죠. 그러나 최근들어 상황이 변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나 여러 채널을 통해 증권 방송이 많이 생겼고, 그 채널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금융권에서도 MZ세대를 사로잡을 감각적인 디자인과 영상에 관심들을 보이고 있죠. 대신증권도 여기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 안팎으로 금융 영상 전문가라고 할만한 사람들은 없죠. 그렇다면 내부 자원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본인들이, 디자인이나 브랜드 정체성에 일관성을 갖고 콘텐츠를 기획해 성과를 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또 물었습니다. 사실 대신증권 유튜브 팀에 하루 출근하면서 이게 가장 궁금했거든요. 이제 일반인들은 ‘삼프로TV’나 ‘슈카’와 같은 유튜브 채널을 신뢰하며, 이로부터 정보를 얻어 재테크를 합니다. 최근의 투자 바람을 타고 이런 프로그램들이 크게 인기를 얻기도 했죠. 그런데 증권사의 개별 유튜브가 힘을 받을 수 있을까요? 신입사원이, 일은 안하고 자꾸 상사에게 질문만 하고 있네요.



“전체 취지는 왜 금융은 딱딱하고 재미 없을까, 자체가 재미는 없더라도 조금 더 말랑말랑하게 전달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슈카나 삼프로TV의 장점은 아무래도 회사 이름을 안 달고 하다보니 객관적 정보를 준다고 사람들이 생각을 해요. 얘기도 세게 하고요(웃음). 그런데 우리는 자체적으로 모든 콘텐츠를 심의를 받고,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안에서 콘텐츠를 만들죠. 그러다보니 더 전문성 있고 정제된 정보를 책임감을 갖고 만든다는 차이가 있죠.”

 

이 신생 유튜버들은, 그래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합니다. 재미와 신뢰죠. 그런데 아무리 신뢰가 높은 콘텐츠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와서 보지 않는 채널은 의미가 없겠죠. 당연히 트래픽에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종일 서울 명동과 경기 위례의 사옥을 오가면서 일주일치 영상을 촬영해 거의 매일 새 에피소드를 올립니다. 거의 1년을 여러 코너를 실험해보면서, 어떤 것을 꾸준히 만들 수 있고 또 어떤 내용에 시청자가 반응하는지를 살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종목탐구생활’ ‘투자탐구생활’ ‘주유소(주식을 유튜브로 소개합니다)’ 등의 코너가 조금씩 인지도를 쌓고 있습니다.

제가 출근한 날은 공교롭게도 ‘투자탐구생활’의 첫 방송편을 촬영하는 날이었습니다. 앞서 ‘종목탐구생활’이라는 코너가 있었는데요, 종목을 찍어둔다니 귀가 솔깃하죠? 이거이거 대신증권이 찍어주는거니까, 내가 믿고 산다, 떨어지기만 해봐라, 막 이런 마음이 들죠? 하지만 사실은 그런 내용은 아닙니다. 어떤 종목이 왜 잘 나가는지, 또 우려할만한 요소는 없는지 등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죠. 이 코너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보다 거시적인 측면의 경제 이야기를 다루는 새로운 코너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투자탐구생활이죠.

 

첫날 게스트로는, 대신경제연구소 조윤남 대표와 이선경 본부장이 참여했네요. 요즘 가장 핫한 이슈인 ‘ESG’를 설명했습니다. 기업을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죠.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이 화두가 지금 왜 중요한지, 앞으로 이 지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등을 다뤘습니다. 일일출근해서 지식이 한 뼘 늘어나는 기분이더군요. 직원이 아니라 방청객 모드로 물개박수를 치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저를 살짝 불렀습니다. 영상에서는 ‘이소장’을 맡고 있는, 이재훈 팀장이었습니다.

구세주였습니다. 사실 물개박수를 치고 있으면서도, 내가 일을 안 하고 방청객 역할을 하고 있구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거든요. 여러분은 혹시 남의 회사에 와서 월급 루팡이 되는 기분을 아시나요? 그런 찜찜함을 안고 있는데, 제게 24층 사무실에 함께 가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이재훈 팀장이 해준거죠. 저는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로 향했는데,

판넬 달인 이재훈 팀장.

사회 경력 20년차, 브랜드 전략 기획의 팀장의 화요일 업무입니다. 판넬에 그래프 붙이기. 경비 절감을 위해서 기존에 붙어 있던 종이를 뜯어내고 새로운 그래프를 붙이는 알뜰함이 돋보였습니다. 유튜브가 여럿 고생시키는군요. 저는 묵묵히, 제게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함께 판넬을 잘랐습니다. 사실 이 팀장은 대신증권 유튜브 채널 중 ‘주유소’를 이끌어가는 핵심 구성원입니다. 아이템이 정해지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대본을 쓰고, 방송에 들어갈 주요 소품 등을 직접 만듭니다. 촬영 틈틈히 대본을 외우고, 대본 안에 들어가 있는 숫자나 사실관계가 혹여나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여러번 검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판넬을 다 만들고 나서, 대본을 수정하는 이 팀장 옆에 앉아 사무실을 둘러봤습니다. 그러다보니, 아 맞다. 이팀의 본업은 브랜드전략기획이고, 김봉찬 이사의 본업은 디자인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김봉찬 이사 자리 뒤에 붙어 있는 수많은 프린트입니다. 똑같은 장면이라도 폰트, 크기, 색감 등에 따라 보는 이에게 주는 이미지나 메시지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김 이사의 이야기죠. 따라서 약간씩 변화를 준 프린트를 붙여놓고 평가하면서 더 나은 결과물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에게 “증권사에 왜 브랜드가 중요하느냐!” 같은 걸 다시 물었습니다. 사실 김봉찬 이사가 대신증권에 합류하고 나서 조금 특이한 일들을 했는데요. 예를 들어 ‘굿즈’ 제작입니다. 에코백, 지갑, 머그컵 같은 것들을 ‘대신증권’이라는 브랜드로 꾸준히 만들어내고, 심지어 판매도 합니다. 아니, 스타벅스도 아니고 누가 대신증권의 머그컵을 가지려고 할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놀라운 것은, 그 머그컵이나 지갑, 에코백 등이 거의 품절 상태라는 겁니다.

증권사에 왜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하죠?

금융은 굉장히 이성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죠. 금융회사에 있어 브랜드 활동이 많이 소외되고 제외되어 왔어요.그런데 잘 보면, 아이폰이나 갤럭시가 상품에 명확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감성적 이미지 소비에서 차이가 나죠.

펀드나 채권 같은 금융상품도 마찬가지로 대동소이해요. 삼성 종목을 삼성증권에서 산다고 더 싸게 사는 것도 아니잖아요?동일한 상품을 파는데 그 편차가 브랜드의 힘에 의해 더 많이 좌지우지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금융사가 브랜드에 힘을 쏟는 이유는 이런 시장 배경에 있죠.

굿즈를 만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가요?

4대 금융이 은행, 보험, 카드, 그리고 증권이에요. 은행이나 보험, 카드는 성인이 되기 전에 모두 경험하는 것이지만 증권은 ‘투자’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문턱이 높죠. 투자에서만 접점이 생기고 있는데,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 이용자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늘리는데 굿즈가 활용적일 거라고 봤어요. 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개념이라고 봐요. 메시지를 전달하는 측면에서요. 증권사에서 브랜드전략실이 있는 곳, 굿즈를 만드는 곳은 대신증권 밖에 없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픈가요?

금융은 사실 생필품이죠. 금융을 모르고는 살 수 없는 상황인데 고등학교 정규과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그런면에서 굿즈를 통해서 금융이 일상에 가깝다는 것을 전달할 수 있다고 봐요.

요즘은 토스나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모두 증권 시장에 뛰어들었죠.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이런 변화를 이끌었을까요?

압박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을 더 크게 봅니다. 젊은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증권사들이 갖고 있던 과거의 올드한 이미지 전체를 같이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와 저희팀도 경쟁사를 다른 증권사로 보지 않고 구글이나 네이버라고 생각해요. 각 프로젝트에 맞춰서 그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기업을 보고 벤치마킹을 하는 거죠.

김봉찬 이사가 대신증권에 합류해 만든 굿즈 중의 하나인 에코백입니다. 뜬금없이 에코백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여기에 이 회사의 브랜드 전략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요즘은 거의 대부분 기업이 에코백을 만듭니다. 환경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에코백을 만드는 대다수 기업이 에코백과 종이백을 함께 씁니다. 대신증권은 에코백을 만든 후 사내에서 쓰는 모든 종이백을 없앴습니다. 그리고 에코백의 제조 비용을 종이백 단가로 맞췄습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에코백 제조에 들어간 재료가 더이상 쓸모가 없어 버려지는 짜투리천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대신증권이라는 로고를 크게 박는 대신, 들고다니는 이들이 기꺼이 맬 수 있을만큼 예쁘게 만들었습니다.

더 적은 비용을 들이고, 더 큰 효과를 얻는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쩐지, 앞서 대신증권이 유튜브를 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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