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포크레인은 스스로 언제 고장날 지 알고 있다

현대건설기계(이하 현대)가 생산하는 굴삭기(포크레인)나 지게차는 스스로 언제 어디에 고장이 날지 예측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고장이 나기전에 미리 수리를 할 수 있고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일도 없겠네요.

17일 회사 측에 따르면 클라우드와 AI, 엣지컴퓨팅 등의 기술을 이용해서 이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장비에 달린 센서와 엣지컴퓨팅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클라우드로 보내서 머신러닝을 수행한 후 만들어진 예측분석 모델을 엣지컴퓨팅 시스템에 보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네트워크가 끊어진 상황에서도 추론(고장예측)을 할 수 있습니다.

현대가 이런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는 시장환경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건설기계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요소는 제품의 품질과 내구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요소는 아주 기본적인 것일 뿐입니다. 품질과 내구성 이외에도 더 차별화 된 경쟁우위 요소가 필요해졌고, 서비스 품질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됐습니다. 예를 들어 기계고장 등의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가 얼마나 빠르게 대처하느냐 등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건설기계의 경우 전세계 곳곳에서, 심지어 오지에서도 활용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계장치는 언제든 고장날 수 있는데 고장이 난 이후에 고치려고 하면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고장접수 이후 엔지니어가 이동하는 시간, 고장을 진단하는 시간, 수리하는 시간 등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공사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되고, 이는 공사 비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만약 고장을 미리 예견하고 고칠 수 있다면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이 회사 윤영철 CTO는 “현대건설기계는 글로벌 선두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면서 “제품의 수리 시간을 최소화하고, 생산성 향상, 운영비용 절감 등 고객들을 위한 최선의 노력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현대는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인 AWS와 손을 잡았습니다. AWS의 클라우드 및 사물인터넷(IoT), AI 기술을 기반으로 고장을 미리 감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예를 들어 포크레인에 센서와 엣지컴퓨팅 시스템을 부착시키고  AWS 그린그래스를 설치했습니다. AWS 그린그래스는 장비의 데이터를 클라우드와 연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클라우드에서는 AWS IoT 코어가  포크레인이 보내온 데이터를 받아들입니다. 클라우드에 데이터가 수집되면 아마존 세이지메이커로(SageMaker)의 머신러닝으로 고장감지 AI 모델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다시 엣지의 AWS 그린그래스로 전달돼 기계가 고장이 나지 않았는지 고장이 날 징조가 있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합니다.

현대건설기계 김판영 선행기술센터 상무는 이 시스템에 대해 ” 고장 진단 및 수리 시간을 감축시키고, 장비 가용시간을 최대화할 수 있으며, 잠재적 고장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에 개발된 AI 모델이 비지도 학습으로 만들어졌다는 부분입니다. 비지도 학습은 정답이 라벨링 되어 있지 않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방법론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지도학습(정답이 라벨링된 데이터로 학습)보다는 좀더 어려운 방법론입니다.

현대가 비지도 학습이라는 방법론 선택한 이유는 정답이 라벨링된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황의 데이터와 고장났을 때의 상황 데이터가 모두 있어야 지도학습을 할 수 있는데 현대가 보유한 데이터는 기계가 정상작동될 때의 데이터뿐이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기계가 고장나면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저장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고장데이터도 수집해서 전문가들이 라벨링을 한 후 머신러닝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현재까지 구축된 시스템은 1단계이고 앞으로 데이터를 더 수집해서 지도학습까지 더하면 이상감지 시스템의 정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김 상무는 “처음에는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지금은 많은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으로, 점점 빅데이터가 쌓이면서 고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건설기계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현재는 장비를 판매하고 판매 이후 AS를 제공하는 방식이지만, 앞으로는 장비의 업타임(uptim)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는 현대건설기계와 같은 회사가 제조업체가 아닌 서비스 업체로 변환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클라우드와 IoT, AI를 활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되는 것입니다.

AWS 코리아 함기호 대표는 “AWS가 지닌 머신러닝 기술과 고객경험을 기반으로 현대건설기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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