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생각] 신용카드사들이 적과의 동침에 나선 이유

신용카드사들이 적과의 동침에 나섭니다. 최근 신용카드사 9곳이 여신금융협회의 모바일 협의체를 통해 올 연말을 목표로 모바일 앱 연동 규격을 동일하게 맞추기로 합의했습니다. A카드사 결제 앱에서 B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지금까지는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KB페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는 KB국민카드뿐이고, 계좌연동을 할 수 있는 은행은 KB국민은행뿐입니다. 지금까지 서로 협업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이들이 갑자기 손을 잡은 것입니다.

이들이 갑작스러운(?) 협력에 나선 이유는 간단합니다. 외부의 적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외부의 적이란, 빅테크 기업들입니다.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이용자들에게 신용카드 결제 대신 현금결제를 종용합니다. 이용자들이 현금결제를 위해 포인트나 충전금을 쌓아두면 이들에게 큰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결제수수료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카드수수료를 아낄 수 있고, 충전금이 많이 쌓이면 이자 등 부수적인 소득이 생깁니다. 이를 이용자에게 포인트 등으로 지급하면 이용자의 충성도가 더욱 높아지는 선순환에 들어갑니다.

이는 신용카드사에게 큰 악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아직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신용카드 결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이미 간편결제 시장은 빅테크 기업들이 장악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건수는 일평균 1455만건, 이용금액은 4492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대비 각각 44.4%, 41.6% 증가한 수치입니다.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전자금융업자를 통한 간편결제 이용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전체 이용건수 가운데 상당 부문인 747억건이 전자금융업자를 통해 이뤄진 것입니다. 이용금액도 약 절반에 가까운 2052억원이 전자금융업자를 통해 결제됐습니다. 종합결제 사업에 나선 신용카드사들이 적과의 동침을 선언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커질 대로 커졌고, 사용자들의 결제습관은 전자금융업자들이 제공하는 핀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형성됐습니다. 게다가 카드사들이 계획하고 있는 모바일 앱 연동은 이미 한참 전부터 핀테크 서비스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이버페이, 토스에서 여러 신용카드의 사용내역을 확인하고, 결제하는 기능은 이용자에게 당연한(?) 기능이 됐습니다.

따라서 관건은 신용카드사들이 빅테크 기업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빅테크 중심의 시장구도를 바꾸지 못할 것입니다.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만드는 종합결제 앱이 빅테크 기업과 얼마나 차별화되고, 더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은행과 함께 보수적인 집단으로 꼽히던 카드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동안 IT기술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모습과 달리, 최근에는 신기술과 인력 투입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변화를 위해,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그동안 금기시해왔던 적과의 동침을 예고한 신용카드사들의 행보가 기대가 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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