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 미국 콘텐츠 시장에 대대적 투자

와, 오전에 엄청난 소식이 나왔네요.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놀라운 얘긴데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의 지분을 100% 인수했습니다. 아직 인수 중인 상황이라 투자금을 정확하게 밝히진 않았지만  각각 6000억원, 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했네요. 북미 시장을 본격 공략하는데, 앞서 시장에 터를 닦아 놓은 두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연매출이 1조원 정도인데, 본인들 덩치만한 돈을 들여 플랫폼을 사들였네요. 통큰 배팅입니다.

인수와 함께 두 회사의 창업자들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최전방 글로벌 공격수로 편성됐습니다. 타파스 창업자인 김창원 대표와 래디쉬를 만든 이승윤 대표는 모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전략담당(GSO)으로 임명됐습니다. 물론, 타파스와 래디쉬의 경영도 계속 하고요. 카카오엔터가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북미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전반에 걸친 비즈니스에 역량을 다해달라”는 것이죠.

두 회사의 지분 100% 인수에는 아마도, 카카오재팬이 직접 리드하면서 시장을 장악한 일본에서의 사례가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그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네이버가 미국에서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사업을 하고 있죠. 본사가 강한 장악력을 가지고 사업을 드라이브 하되, 현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경영인을 확보하는 방식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합쳐서 1조원이 넘는 가치를 인정받은 두 회사가 각각 어떤 역량을 가진 곳인지 살펴볼까요? 우선 타파스입니다. 2012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들어졌고요. 창업 당시부터 북미에서 콘텐츠 회사를 만든 한국인 창업자로 꽤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이미 카카오페이지와는 협력관계가 있었고 지난해 11월에는 카카오의 해외 관계사가 되기도 했죠.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내맞선’, ‘승리호’, ‘경이로운 소문’, ‘나빌레라’등의 카카오엔터의 주요 IP가 타파스를 통해 북미시장 독자들과 만났죠. 타파스트리(Tapastry)라는 작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현지 작가들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역으로 타파스를 통해 인기를 얻은 웹툰 ‘끝이 아닌 시작’이 카카오페이지와 일본 픽코마에 연재되기도 했습니다.

김창원 타파스 대표

래디쉬는 어떨까요? 2016년에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모바일 특화형 영문 소설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2019년부터 집단 창작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자체 제작 콘텐츠 ‘래디쉬 오리지널’로 히트 작품들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2020년에는 연 매출이 열배 이상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고 하네요. 네이버가 인수한 왓패드가 무료 연재를 위주로 운영하는 것과 달리 오리지널 IP가 90%라 매출 중심의 운영방식을 가져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치 카카오페이지를 보는 것 같네요.

이승윤 래디쉬 대표

오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네이버도, 앞서 언급한 ‘왓패드’의 인수를 마무리지었다고 밝혔습니다. 왓패드는 북미 최대 사용자를 확보한 웹소설 플랫폼인데요,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특징이 있죠. 여기도 몸값이 셉니다. 우리 돈으로 6700억원을 들여 지분 100%를 확보했습니다. 네이버는 “웹툰, 웹소설 1위 플랫폼을 합친 스토리텔링 플랫폼으로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이끌어간다”는 전략을 세웠죠. 아 여기서 웹툰 1위 플랫폼이란 네이버웹툰을 말하겠죠? 왓패드를 통해 확보한 IP를 웹툰으로 만들어 네이버웹툰에 태우고,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상 등의 제2, 제3의 IP를 계속해 만들어내겠다는 소리입니다.

왓패드는 어떤 곳인지 잠깐 살펴보시죠. 무려 9400만명이라는 사용자 수를 확보했습니다. 심심해서 계산해봤는데요, 6700억원을 9400만으로 나누니 한명당 7100원의 확보 비용이 나오네요. 물론, 이런 계산은 너무 단순하죠. 이용자를 그만큼 확보한 것 외에 작가들, 그리고 작품 IP를 네이버라는 생태계로 끌어들였다는, 어마어마한 이득이 있을테니까요. 일단 네이버는 왓패드 이용자 9400만명과 네이버웹툰 이용자 7200만명을 합쳐 매월 1억6600만명이 찾는 어마어마한 플랫폼이 되었다는 것을 셀링 포인트로 삼고 있습니다.

아차, 왓패드 이야기 하고 있었죠. 마저 얘기할게요. 창작자 약 570만명, 창작물 약 10억 개 이상을 보유한 곳입니다. 작품수가 엄청나네요. 물론 품질을 모두 보장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국내에서도 아마추어 작가들의 연재 공간을 네이버가 제공하는데, 그 상황을 유추해보면 비슷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아마추어 연재공간에서 종종 스타가 탄생하죠. 터지면 대박이라는 뜻입니다.

네이버 측은 네이버웹툰을 통해 검증된 IP 비즈니스와 수익화 모델을 왓패드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로 잇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난 2013년 유료보기, 광고, IP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PPS 프로그램(Page Profit Share Program)을 선보였고, 이걸 국내에서는 물론 북미 시장에서 검증했으니 왓패드에도 당연히 이식하겠다는 거죠.

두 회사가 올해 북미 콘텐츠 시장에 부은 돈이 그러니까 1조원이 넘는군요. 대단합니다. 웹툰이나 웹소설은 현재로선 한국이 주도하는 분야이며, 또 세계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입니다. 두 회사가 쓴 돈이, 한국의 IP가 세계로 뻗어가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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