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전문가에게 묻다] ② 주호재 삼성SDS 컨설턴트

(편집자주) 경제와 산업의 중심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수많은 전문가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업은 드물어 보인다. 특히 커머스에서는 그 변화가 매우 빠르다. 지금의 이커머스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바뀌어갈지에 대해 살펴보고 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시리즈 첫 번째로, 김형택 디지털이니셔티브그룹 대표의 인터뷰가 나간 이후 독자 이메일을 받았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더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지난해 출간된 <현장컨설턴트가 알려주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저자인 주호재 삼성SDS 컨설턴트를 만나보길 추천했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과 관련해 막연하고 개념이 모호해 참 아쉬웠는데 이 책을 읽고는 적어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 덧붙어 있었다.

곧장 책을 샀다. 이커머스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추천처럼 일반인이 알기 쉬운 설명으로, 기업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도입할 때 어떤 부분에 신경 써야 실패가 적은지를 상세히 적어놓은 책이었다. 음, 이커머스 기업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적극 도입하는 곳이니까, 그 이야기를 육성으로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주호재 컨설턴트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곧 답이 왔다. 그는 현재 프로젝트 참여 차 경상남도 창원에 살고 있어, 비대면시대답게 지난 28일 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호재 삼성SDS 컨설턴트

책에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나 ‘4차산업혁명처럼 난해하고 모호한 말을 쉽게 정의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느껴졌다. 인터뷰를 보는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달라

고민을 많이 했다. 어려워지는 이유는 기술과 개념이 섞여서 그렇다. 둘을 분리해서 생각을 해야 한다. 한 단어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정의하면 무엇이 될까를 고민했고, 그에 적절한 예로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생각했다. 영화에서는 사람의 모든 기능이나 인식 작용을 디지털화해 뇌에 직접 주입한다. 그 영화를 보면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결국 지금은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은 부분을 디지털화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 거다. 디지털화는 계속 되어 왔던 것인데, 왜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지를 고민했더니 그에 대한 답으로 “이제 기술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뒷받침해줄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기존에는 개념적으로만 설명됐던 개념을 현실화할만큼 기술력이 올라왔단 이야기인데, 그 핵심에는 무엇이 있나?

기본적으로는 ‘I’m ABC’라고 정의를 했다.

  **‘I’m ABC’에서 I는 사물인터넷(IoT), m은 모바일(mobile)을 말한다. ABC는 각각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를 뜻한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이슈를 끌고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모바일’이다. 각 개인이 스마트폰이라는 도구를 가지게 되면서 데이터를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내게 됐다. 처음엔 쓸모 없는 것이라 여겨졌던데이터를 SNS나 포털 회사가 수집하면서 의미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사물인터넷의 센서가 발전하면서 기기가 사람의 움직임이나 반응 정보를 다 데이터로 만들어낼 수 있게 했다. 이 두 가지가 I’m이다.


I.m에 의해 데이터가 많이 만들어지면서 기존의 도구로는 처리하지 못할만큼 데이터가 많아진 것을 ‘빅데이터’라고 하게 됐다. 그 빅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기 위한 클라우드 기술이 아마존 웹서비스와 같은 산업군을 만들어냈다. 이 빅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와중에 마침 인공지능이 발전을 했다. 이 ABC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핵심 개념들을 쉽게 풀어냈다. 이런 설명을 주로 누구를 대상으로 하나?

나는 기업에 ERP(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를 컨설팅하고 영업하는 일을 한다. 그러다보니 고객의 입장에서 기술을 설명해야 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프리 세일즈 단계에서는 기업의 임원이나 팀장급들을 만나 설명을 하고, 실제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실무자와 일을 하게 된다. 인공지능이니 클라우드니 하는 기술을 기존처럼 설명해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스토리처럼 풀어서 이야기를 한다.

책에서 강조한 것 중 하나가, 기업의 디지털 전환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 경영진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어려운 일이라고(웃음). 어떤 식으로 설득을 하면 좋을까? 노하우가 있나?

내가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갈 때마다 상황이 다르다. 기업이 처한 환경이나 시대가 바뀌면서 도입해야 할 기술이 변하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도 다르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느냐”를 먼저 봐야 한다. 우리가 실수를 많이 하는 분야가 뭐냐면, 내거를 팔아야 하므로 “우리가 이런걸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접근할 경우 기업에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주로 전통 기업에 자주 가는데, 그분들은 당장 우리 제품의 불량이나 원가 절감에 관심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 인공지능 트렌드에 대해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 그러니까 그분들이 관심 있는 부분을 먼저 보고, 그에 맞춰 이야기를 해야 한다.

경영진을 설득해 기술을 도입했는데, 조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이나 환경을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돈을 많이 주면 된다(웃음).

맞는 말씀이다. 이것도 리더의 뜻에 달린 건가(웃음)

리더가 그렇게 생각을 하면 바뀐다. 명확한 결심이 안 섰기 때문에 실무진에서 흔들리는 거다. 책에서 에피소드를 썼는데,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정말 마지막 단계까지 가서 성공한 사례를 한 번 봤다. 각 법인마다 별도의 보고서를 보던 걸, 하나의 스크린에서 함께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는데, 처음에는 귀찮고 어려우니까 잘 안하려고 하더라. 그런데 사장이 가서 사전 경고 없이 그 시스템을 잘 쓰고 있는지 점검하니까, 법인들이 다 한번에 따라오더라. 그런 소문이 나니까 법인장들도 시스템을 공부하고, 법인장이 공부하니 실무진들도 따라가더라. 모든 법인이 하나의 화면을 공유하면서 회의를 하게 됐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리더가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조금 더 빨리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기업에 자리를 잡을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것도 사실은 기술이 변하면서 하나의 도구가 바뀌는 거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담긴 도구를 가지고 일을 더 잘하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그 도구를 나에게 맞게 계속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어떤 도구를 개선해야 할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야 한다.

최근에 넷플릭스 사례를 많이 이야기 하는데, 사람들이 넷플릭스라고 하면 초개인화를 하는 엄청난 AI 기술 기업이라고 생각들을 한다. 그런데 넷플릭스에서 안 바뀌는 콘셉트가 있다. “내가 원하는 영화를 내가 원하는 곳에서 보게 한다”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들이 보고 싶은 DVD를 우편으로 보냈다. 그것이 지금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됐다.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을 조금 더 세밀하게 다듬어서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넷플릭스가 보여준다.

비슷한 맥락으로, 책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실패하는 기업들이 기술 도입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이라고 지적을 했다.

그렇다. 최근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가 RPA(로봇자동화)다. 그다음이 OCR(광학문자인식)이고. 이런 기술을 업무에 도입한 사례가 200개, 300개가 넘는다고 회사들이 경쟁하듯 발표한다. 처음에는 이런 것들이 기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지만, 실질적으로는 새 기술을 도입했는데도 회사가 별로 안 좋아졌다는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괜히 피곤하기만 하고(웃음). 기술이 식상하게 되면, “이것도 그냥 유행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더 나쁜 방향으로 가게 된 것이다. 리더가 이걸 적절하게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지적했듯, 어떤 기술이 어디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결정하려면 통찰력이 피요한데. 그런 통찰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나?

나도 갖고 싶다(웃음). 사람이 바뀌거나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세상에 두 가지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아니면 책을 읽거나, 둘 중에 하나죠. 한 곳에 계속 집중을 하고 있으면 전혀 다른, 예를 들어 문학 작품을 읽고 있어도 내게 필요한 부분이 읽히잖아요? 그런 것이 필요하죠.

어떤 기업들은 성공을 하지만 사실 대부분은 실패를 한다, 디지털 전환에.

지금 우리가 디지털 기업이라고, 성공했다고 하는 기업들이 갑자기 잘 된 게 아니다. 테슬라도, 넷플릭스도 계속 사업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기술을 자기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적절하게잘 쓴 것 뿐이다. 갑자기 인공지능이 나타나고 나서 회사를 만들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로 봐도 네이버나 카카오, 최근에는 이슈가 되고 있는 넥슨 같은 게임 업체도 최근 10년 안에 창업을 한 것이 아니다. 그 외에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나 마켓컬리도 마찬가지다. 배민도 처음에는 전단지 모아 음식점에 연락을 했던 것이다. 거기에 기술이나 알고리즘을 계속 자기들의 플랫폼에 적용시키고 발전을 시킨 거다. 기민하게 움직이고 실제로 실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한다.

촉수를 세우고 새로운 기술을 발견해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 꾸준히 가는게 중요할 수 있겠다

그렇다. 혁신하려면 자잘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가지고 퀀텀점프를 하는 거다. 내가 오늘 이걸 적용해서 갑자기 우리 회사가 엄청 좋아지는 것은 없다. 나도 시스템을 하지만, 진짜 디테일하고 좋은 시스템과 나쁜 시스템의 차이는 설계를 어느게 처음부터 더 잘해서 생기는게 아니다. 이전에 발생했던 에러나 오류 같은 것을 계속 보완해가면서 더 좋은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거다. 그런 것을 보완해 갈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조직의 지원이 체계적으로 되느냐가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이 한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디지털 전환도 이름만 바뀐 개선의 한 사이클이라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 서버에서 그에 맞게 일하다가 인터넷이 들어오면서 또 그에 맞게끔 빨리 전환을 한 회사들이 성공을 했다. 그 다음에 모바일이 나오면서 또 모바일로 빠르게 전환한 회사가 성장했다.

최근에 다이렉트 투 컨수머(D2C)가 기업들의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당연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기술적, 비용적인 문제 때문에 못해온 거다. 사실은 모든 기업이 기본적으로 내가 만든 물건을 직접 팔고 싶어 한다. 그래야 이윤도 가장 많이 남고, 고객들한테 내 상품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대면이 일반적이 되고, 거래 비용이 온라인에서 거의 제로가 되기 때문에 다이렉트로 팔 수 있는 환경이 된 거다. 예를 들어, 모든 세일즈를 하는 사람은 단골 장사를 하고 싶어한다. 단골을 많이 확보하고 싶지만, 주인의 한계로 단골을 다 기억할 수 없었다. 지금은 기술이 그걸 대신해줄 수 있다. 초개인화를 다른 말로 바꾸면 단골장사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을 단골처럼 대할 수 있는 환경이 된거다.

예를 들어, 나이키 같은 전통 기업의 D2C 전략은 어떠한 방향성을 갖고 있을까?

나이키의 예를 들었는데 이전에는 신발을 판매하려면 가두매장이나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물건을 팔기 위한 대규모 광고 마케팅도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다 디지털화로 바뀌었다. 마케팅 자체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기업이 소비자에게 다이렉트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발 전문업체 자포스의 경우에는 아마존에 인수 후 신발의 채널 자체를 온라인으로 바꾸었다. 나이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직접 판매를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거고, 마케팅이나 배송도 대행을 해주는 회사들이 생겼다. 당연히 D2C를 하는 거다.

말씀하신 것처럼 꽤 많은 커머스 업체들이 D2C라는 방향을 갖고 간다. 그렇다면 D2C의 미래는 어떻게 갈 거라고 보나?

모두 D2C로 바뀔 것 같다. 은행 같은 경우도 지점 자체가 다 없어져버리고 있다. 모바일 뱅킹을 쓰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도 예전에는 판매 위주였다면, 요즘은 체험 위주로 바뀌고 있지 않나? 오프라인은 체험을 위한 공간이고 판매는 온라인에서 일어난다. 삼성전자를 예를 들어도, 예전에는 디지털프라자가 온동네에 하나씩 다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게 다 없어지고 권역에 메가스토어가 하나씩 생기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런 것들이 완벽하게 D2C로 가기 전의 중간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 메타버스의 시대가 열리면, 체험을 위한 중간단계의 오프라인 매장도 더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는 안 돼, 아직 멀었어”라고 말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무조건 인공지능 이번에 합시다”라고 말하는 경우다(웃음).

아니, 어떻게 안되는데 되게 하나. 딱 보면 견적 안 나올 때도 있지 않나?

그럴 때는 작업을 안 하는 방향으로 한다(웃음).

그럼 우리는 안돼라고 말하는 경우에는?

좋은 레퍼런스를 설명한다. 아직까지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사례를 궁금해 하는데, 그중 외부에 알릴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하면 기업들이 우리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어리석은 질문을 마지막으로 묻겠다. 기업들이 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해야 하나?

안 하면 죽으니까 그렇다. 변화에 빨리 적응한 회사는 단골 마케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제품을 바로 팔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은 회사는 단골 마케팅을 하지 못한다.

새로운 기술을 모두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나한테 맞는 거를 잘 조합할 수 있도록 컨설팅 받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나 빅데이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많이 들 물어보시는데,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더 잘하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지금 나와 있는 기술 중 필요한 걸 잘 찾아서 적용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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