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나오는 수많은 커머스 소식, 일일이 찾아보기 귀찮으셨죠? 커머스BN이 해결해줍니다. 커머스BN 딥다이브는 현시점 화제가 되는 하나의 이슈를 과거와 현재의 맥락과 함께 짚어봅니다. 커머스BN 비하인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혹은 터부시 되고 있는 업계의 뒷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커머스BN 비즈니스는 커머스 가치사슬 안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기업들을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커머스BN 큐레이션은 혹여 놓칠 수 있는 여러 커머스 이슈를 관점과 함께 정리합니다. 커머스BN 라이브톡은 한 달에 한 번 업계 실무자를 모시고 현황이 되는 이슈에 대해 독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제부터 하나씩 보여드릴께요. 독자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쿠팡에서 상품을 구매해서 다른 소매채널에 마진을 붙여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판매자들이 있습니다. 네이버, 쇼피, 아마존 등 국내외 온라인채널 판매 리스트에 쿠팡의 상품들을 올려두고,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쿠팡에서 해당 상품을 구매하여 상품을 받아 재포장, 재발송하는 방법입니다. 안 팔리고 남을 재고 리스크가 없기에 자금이 부족한 초기 온라인 판매자들이 많이들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이들을 업계에서는 구매대행 판매자, 다른 말로 ‘리셀러’라 부릅니다. (패션업계 한정판 리셀러와는 의미는 통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물론 온라인 판매자들이 쿠팡에서만 상품을 구매해서 되파는 것은 아닙니다. 한창 네이버 판매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코스트코 구매대행’처럼 쿠팡말고도 다양한 소매채널을 재판매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에서도, SSG닷컴에서도, 올리브영에서도 상품을 구매해서 어딘가에 되팔 수 있겠죠.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닙니다. 예전부터 이베이의 상품을 아마존에, 역으로 아마존의 상품을 이베이에 되파는 판매자들은 있었습니다.

다만, 쿠팡을 소싱 채널로 쓴다면 리셀러가 얻을 수 있는 특장점은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쿠팡의 ‘빠른 물류’ 네트워크로 인해 상품 소싱 시간이 비약적으로 빨라지죠. 오늘 자정까지 받은 고객 주문을 내일 쿠팡을 통해 배송 받고, 같은 날 바로 출고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최종적으로 리셀러의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 입장에선 쿠팡의 로켓배송보다는 조금 느린 D+2일 이상의 배송 타임라인이 나오겠지만요.

쿠팡은 리셀러의 대량 구매를 막는다

쿠팡이 리셀러의 대량 구매를 막고 있다는 증언이 판매자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리셀러들이 계속해서 쿠팡 상품을 구매하다보면 어느 순간 ‘계속 구매하면 계정을 정지하겠다’는 경고 메시지가 쿠팡으로부터 온다고 합니다. 사람이 하든, 기계가 하든 쿠팡에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다는 뜻이겠죠.


아무래도 리셀러들은 판매 목적으로 쿠팡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고객에 비해서 한 번에 많은 상품을, 자주 구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쿠팡 입장에서 모니터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쿠팡의 경고 메시지를 받은 리셀러들이 나온 것은 비단 최근의 일도 아닙니다. 저는 몇 년 전에도 같은 이야기를 또 다른 판매자에게 들었고, 이것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사실 조금 이상합니다. 왜 쿠팡은 굳이 ‘리셀러’의 구매를 막고 있을까요. 쿠팡에서 개인이 구매를 하든 사업자가 구매를 하든 쿠팡에게는 ‘매출’로 반영이 됩니다. 오히려 개인보다 많은 상품을 구매해주는 사업자가 있다면 쿠팡에게는 ‘더 많은 매출’로 반영이 될 것입니다. 쿠팡 입장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텐데 왜 리셀러의 재구매를 막을까요.

그래서 쿠팡에 물어봤습니다. 쿠팡은 예전부터 부정적인 이슈와 엮인 구매활동을 제재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쿠팡은 ‘재판매 목적의 대량구매’ 또한 제재대상으로 봤다고 합니다. 재고는 한정돼 있는데, 특정한 누군가가 대량 구매를 한다는 것은 다른 고객에게는 필요할 때 상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예컨대 쿠팡은 지난해 코로나19 기간 동안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매일매일 대량 구매하는 ‘사재기’ 고객을 제재한 바 있죠. 쿠팡은 부정적인 구매활동이 의심되는 고객의 계정 이용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기도 합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의 모든 고객들이 쿠팡의 서비스를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량 또는 반복적인 구매로 재판매가 의심되거나 불법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의심이 되는 구매는 일부 이용제한을 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기부턴 시나리오

쿠팡의 공식 입장은 이러하지만, 그냥 끝내기에는 조금 아쉽습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쿠팡의 리셀러 대량 구매 제재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사실 쿠팡측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 전에 이 사건에 대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쿠팡측의 공식 답변과 얼추 맞는 대답을 포함하여 많은 예상 시나리오가 도출됐습니다.

하나, 역마진 보는 상품 아닌가

쿠팡뿐만 아니라 모든 유통업체들은 ‘이벤트’라는 것을 합니다. 마케팅 비용으로 상품을 크게 할인하고, 판매를 촉진하는 방법론입니다. 이런 상품 중에서는 때때로 ‘역마진’을 감수하는 상품이 섞이기도 하죠. 이를 유통업계에서는 ‘미끼상품’이라고 부릅니다. 고객은 미끼상품 때문에 온오프라인 매장에 유입되지만, 겸사겸사 마진이 남는 다른 상품들도 함께 장바구니에 채워갑니다. 여기서 유통업체는 이익을 남기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 이 ‘미끼상품’만 집어서 대량으로 구매하는 고객이 있다면요? 리셀러들이 이런 역할을 합니다. 귀신 같이 파괴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포착해서, 구매합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많이 팔아서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판매자들에 대해선 충분히 반복 구매를 제재할 수 있겠고, 쿠팡 또한 그러했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사실 리셀러들이야말로 진정한 우수고객입니다. 반복적으로 대량 구매하는 고객인데, 쿠팡 입장에서 구조적으로 그것을 막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정말로 쿠팡이 리셀러들의 대량 구매를 막고 싶었다면 귀찮게 문자를 보낼 것이 아니라, ‘시스템’ 상으로 최대 구매수량 제한을 걸었겠죠. 문자를 보내면서 판매자를 압박한다는 것은 티 나게 역마진 나는 특가 상품을 빼내는 판매자에 한정해서 제재를 한 것을 뜻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정 리셀러들에게 회사의 이익을 저해하지 말라는 어떤 메시지를 전한 것일 수 있겠습니다.(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

이 이야기를 쿠팡 출신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반은 틀린 이유는 쿠팡은 ‘프로모션’ 상품에 대해서 절대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쿠팡 사이트에는 할인율을 적용하는 배너 광고 구좌들이 있는데, 여기 들어오는 상품은 원칙적으로 쿠팡이 ‘이익’을 보는 상품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쿠팡은 ‘역마진’을 볼 수 없다고요. 반면, 반은 맞는 이유는 쿠팡에 상품을 공급하는 업체들, 요컨대 배너 구좌를 구매하는 업체는 경우에 따라 ‘역마진’을 볼 수 있다고요.

“쿠팡 사이트에는 할인율을 적용하는 배너 구좌들이 있는데 여기 들어가는 상품은 원칙적으로 쿠팡이 기본 15% 이상 ‘이익’을 보는 상품만 들어갑니다. 역마진을 보는 상품은 알아서 시스템이 튕겨냅니다. 물론, 쿠팡에 상품을 공급하는 공급업체는 역마진을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이벤트가 끝나고 판매가가 정가로 돌아왔을 때 쿠팡에서 판매한 공급자의 상품을 리셀러들이 떼어가서 다른 사이트에서 더욱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해봐요. 공급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망가진 것이고, 당연히 쿠팡에 항의할 수 있겠죠. 쿠팡은 그런 공급사의 항의에 응대하고자 리셀러들의 대량 구매를 제재할 수 있겠습니다(쿠팡 출신 이커머스업계 실무자 A씨)”

둘, 수요예측의 안정화를 위해서라면

쿠팡뿐만 아니라 모든 유통업체에서 ‘수요예측’은 중요합니다. 재고는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안 됩니다. 너무 많은 재고는 그에 따른 관리 비용을 야기합니다. 오랫동안 안 팔린, 혹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고는 눈물을 머금고 떨이를 치거나, 폐기해야 될 수도 있죠. 너무 적은 재고는 결품을 야기합니다. 고객이 원할 때 상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됩니다. 고객 만족도에 악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리셀러들의 산발적인 대량구매는 ‘수요예측’에 악영향을 줍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인 구매 패턴이 아니거든요. 어떤 외부 변수로 매출이 폭발하는 것, 업계에서는 ‘스파이크 세일즈’라고도 하는데 수요예측이 어긋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런데 리셀러들이 ‘스파이크 세일즈’를 만듭니다. 산발적으로 일반적인 구매 패턴과 다른 형태의 ‘대량의 매출’을 일으키죠. 쿠팡 입장에서는 수요예측이 틀어져 결과적으로 고객 만족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판단한다면 리셀러들을 제재할 수 있겠다는 예측입니다.

“어차피 일반 고객이 사든 리셀러가 사든 쿠팡에게 있어서는 매출로 잡히는 것이잖아요. 자세한 것은 논리적으로 따져봐야겠지만, 쿠팡이 리셀러의 구매를 제재하는 이유는 ‘물류 안정화’를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수요예측을 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은 ‘스팟성 판매’ 변수의 예측입니다. 그런데 리셀러들이 늘어난다면 그 변수값이 커지겠죠. 이로 인해 수요예측이 틀어진다면 결국 결품 이슈와 연결됩니다. 한 번 구멍이 난 상품은 그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구멍이 날 수 있습니다(쿠팡 출신 이커머스 업계 실무자 A씨)”

셋, 소비자 편익을 위해서

어떤 리셀러가 쿠팡에서 상품을 구매해서 다른 채널에 판매한다면, 그 판매가에는 판매자의 마진이 더해집니다. 물류비도 이중으로 가중될 수 있겠습니다. 쿠팡에서 소매 리셀러까지 배송하는 택배비(로켓배송은 무료라지만 물류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소매 리셀러가 다시 상품을 고객에게 발송하는 택배비가 추가됩니다. 그러니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쿠팡에서 파는 똑같은 상품을 조금 더 비싸게 다른 채널에서 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도 리셀러 제재의 이유는 찾을 수 있습니다. 100개 한정 특가상품을 리셀러가 한 번에 50개를 사간다면 소비자들은 그만큼 수량만큼의 구매를 못하게 됩니다. 비슷한 일이 대형마트에서도 있었습니다. 대형마트에서 매일 아침 가장 빨리 없어지는 상품이 1000ml PB 우유 특가 상품입니다. 마트 문 열자마자 주변 카페 점주들이 방문해서 우유를 수십개씩 사갑니다. 공급업체로부터 받는 것보다 그게 더 싸거든요. 결국 그렇게 된다면 일반 소비자들이 특가 우유를 구매할 수 있는 총량은 줄어드는 것이죠(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

“면세점도 사실 똑같거든요. 중국 보따리상들이 면세점에서 행사하는 할인 상품을 중심으로 주워 모아서 중국에 되팔곤 합니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리셀러들의 이런 행위는 결국 브랜드업체가 추구하는 ‘가격’이 흔들 수 있습니다. 리셀러의 마진과 물류비 때문에 상품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가 만들어지거든요. 실제 고객들에게 가야할 혜택이 리셀러들에게 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브랜드 업체들 입장에서 그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열심히 상품을 개발한 것입니다. 그런 상품을 리셀러들은 위험 없이 마진을 얹는 장사를 하는 것이죠. 그렇게 된다면 누가 굳이 돈을 들여서 상품을 기획하고 만들고 싶겠어요. 이게 건전한 생태계는 아니라고 보고, 플랫폼이 리셀러를 제재하는 것은 오히려 잘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조용석 프리랜서 유통 컨설턴트)”

물론 소비자가 항상 리셀러의 상품을 ‘비싸게’ 구매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이벤트’ 상품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정가보다 파괴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구매한 것이라면, 리셀러의 마진을 올리더라도 정가보다 저렴한 상품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 한정판 스니커즈 같은 상품이라면 리셀러 판매가가 오히려 정가보다 가격이 뛰는 경우도 많으니 참 오묘한 유통의 세상입니다.

브랜드 업체 입장에서는 이런 리셀러들의 움직임이 달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정가 10000원짜리 어떤 상품을 쿠팡에서 할인 이벤트를 해서 5000원에 판매한 공급자가 있다고 해봅시다. 이벤트 가격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매출을 만들고, 이벤트가 끝났다면 공급자는 다시 1만원에 상품을 판매할 것입니다. 그런데 공급자가 살펴보니 똑같은 이벤트 상품을 리셀러가 대량 구매하여 7000원에 네이버에 팔고 있다고 해봅시다.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쁘겠죠. 그들이 추구하는 ‘시장 가격’이 무너진 것이니까요. 이 때문에 리셀러들의 구매행위를 규제하고자 하는 고민은 브랜드 업체 차원에서도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명확한 솔루션이 없다는 것이죠.

사실 리셀러의 대량 구매 제재를 하는 플랫폼은 ‘쿠팡’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SSG닷컴과 같은 종합몰, 티몬, 위메프와 같은 경쟁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리셀러의 계정을 정지했다는 업계의 증언은 나옵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드러내고 싶은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비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을 뿐인 것이죠.

“아마존도 리셀러를 통해서 초기 상당한 이득을 봤을 거예요. 우리나라 구매대행 판매자들뿐만 아니라 제 3세계 국가들의 판매자까지 전부 아마존을 활용했으니까요. 하지만 구매대행 판매자는 과도한 ‘체리피킹’ 이슈를 만들어요. 그러니까 리셀러들이 인기 브랜드 상품을 싸게 확보해버리면, 브랜드 업체들이 프로모션을 못하게 되잖아요. 사실, 리셀러들이 정상가에 상품을 사준다면 뭔 상관이겠어요. 문제는 브랜드 업체들이 수수료를 낮춰서 저단가로 대량 풀어버리는 것을 사는데서 나오는 것이죠.

그래서 아마존이 상생 해법을 찾은 것이 B2B 마켓플레이스를 론칭한 것이라고 보거든요. ‘아마존 비즈니스’라는 이름의 도매몰을 시작했잖아요. 저는 쿠팡도 똑같이 B2B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봐요. 그러면 제조사, 브랜드사들이 대량으로 대놓고 팔 수 있게 되거든요. 국내에서 재판매하는 업자들은 그런 상품을 안 사겠지만, 동남아나 중국에 있는 리셀러들은 쿠팡이 공급하는 브랜드 상품을 도매가 수준으로 살 수 있다면 좋은 것이죠. 브랜드 업체 입장에서도 보다 관리가 잘 될 것이고요. 저는 쿠팡이 이미 B2B로 가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이커머스 업계 고위관계자 B씨)”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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