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통도 배기구도 없는 에어컨, 삼성 윈도우핏 출시
과거 에어컨이 없는 새집으로 이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주인은 최대한 에어컨 구멍을 안 뚫길 바랐다. 구멍을 뚫어도 크기나 위치 등의 조건이 있었다. 그러나 그 조건으로는 공사비가 좀 나와서, 자취생은 에어컨을 1년만 포기하고 살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그 집은 이상하게 계약 연장에 대해서는 너그러워서 자그마치 4년을 살고야 말았다. 3년차부터는 올해는 나가겠지 싶어서 오기로 버티게 됐는데, 여름은 점점 더워져 침대 옆에 분무기를 두고 창문을 열고 자야 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구멍이 조금 난 물침대에서 공짜로 잔다고 생각했다. 4년이 지난 후 집을 구할 때는 빌트인 에어컨의 존재를 그 무엇보다 우선시했다.
한국의 여름은 가끔 지옥 같다. 습도가 높고 이상고온이 자주 관측된다. 따라서 에어컨은 한국 가정의 필수 아이템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집이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은 아니다. 집 전체에 에어컨을 하나 설치해도 방까지 도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주로 ‘이동식 에어컨’으로 부르는 물건을 사용한다.
이동형 에어컨의 장점은 명확하다. 설치 절차가 간편하다. 실외기가 내장된 형태이므로 창문에 관만 길게 빼주면 된다. 이사를 갈 때도 쉽게 들고 갈 수 있다. 일반적인 에어컨 이전은 대공사에 해당한다. 에어컨 중고 가격보다 이전 가격이 더 비싸다. 따라서 빌트인 에어컨이 아니면 지옥의 여름을 견디든지 새로 사는 수준의 값을 내는 수밖에 없다. 작은 방 하나를 쓰는데 이러한 설치비용을 부담하는 건 때로는 부담이 된다.
다만 모든 것이 일체형이고, 실외로 뻗는 관 하나만 밖으로 나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 우선 물통은 스스로 비워야 한다. 한국은 여름이 되면 수중도시가 되기 때문에, 제습기와 마찬가지로 에어컨은 빠르게 물을 생성해낸다. 심하면 하루에 두세번 비워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에 따라 어려운 작업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큰 문제인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관을 길게 설치하면 예쁘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창문에 가까울수록 배기관이 잘 보이지 않게 되므로 이 부분은 큰 문제는 아니다.
소음 문제도 있는데, 평균적으로 60db(데시벨) 수준의 소음은 수면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가 새롭게 출시한 윈도우 핏 창문형 에어컨은 이러한 단점을 대부분 개선한 모델이다. 우선 실내에 관을 설치할 필요가 없도록 에어컨을 아예 창문에 설치하도록 설계돼 있다. 창문에 설치하면 배관의 역할을 기기가 스스로 하게 된다. 다만 초기에 창문을 막는 설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창문을 뚫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일반 에어컨 설치보다는 편리하고, 다른 이동형 에어컨 설치와는 절차상으로 비슷하다. 소음의 경우 저소음 모드에서는 40dB 정도로 구동할 수 있다. 60dB과 40dB은 2/3 소리 크기 차이가 아니라 10배의 차이다. 60데시벨이 40데시벨의 열배다. 40db은 컴퓨터나 냉장고 팬 소음 정도의 소리이며 60dB은 세탁기 탈수 소리 수준이다.
또한 이 제품은 물통이 없다. 열교환 과정 중 발생한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식이다. 따라서 물통도, 배수관도 없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삼성 무풍에어컨의 ‘이지케어’ 기능을 통해 내부 습기를 증발시킨다. 에어컨을 종료할 때마다 자동으로 구동된다. 이지 케어에는 필터를 분리해 세척하는 기능도 포함된다.
윈도우핏 에어컨에는 주로 프리미엄 제품에 쓰는 인버터 모터와 인버터 컴프레서가 들어간다. 인버터 모터는 일반 모터(Driect Drive Motor, DD모터로 부른다)와 구동 방식이 다른데, DD모터는 전력량에 따른 모터 회전을 그대로 제품 회전에 사용하는 제품이다. 따라서 강력한 회전이 필요한 과거의 세탁기 등에 사용해왔다. 인버터 모터는 직류(DC)를 교류(AC)로 바꿔주는 인버터와 모터를 결합한 것으로, 원하는 속도로 모터를 회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에어컨처럼 온습도에 따라 회전량이 바뀌는 가전에 적합하다.
인버터 컴프레서도 인버터와 컴프레서를 결합한 것이다. 컴프레서는 냉장고, 보일러, 에어컨 등의 핵심 부품으로, 냉매 기체를 압축해 액체로 만들어 열을 식히고, 여기서 발생한 열을 밖으로 보내는 장치다. 제습기에서도 컴프레서가 사용되는데, 그래서 제습기 뒤편에서 온풍이 발생하는 것이다. 제습기 원리 자체는 에어컨과 동일하다. 따라서 윈도우핏 제품 자체는 소형 에어컨이라고 봐도 되지만, 창문 설치형 제습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제습기와의 차이를 굳이 꼽자면 제습기는 수분 제거를 주목적으로 하므로 물을 모아주는 역할을 더 강하게 하고 냉방 능력이 떨어지는 것뿐이다. 삼성은 과거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한 방향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냉풍기를 출시하기도 했다.
윈도우핏의 전신 제품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 제품은 뒤에서 열풍을 내뿜으므로 방 전체를 시원하게 할 수 없다.
윈도우핏은 따라서 창문에 설치해야만 그 효과를 낼 수 있는 제품이다. 그렇지 않다면 쿨프레소와 동일한 제품이 된다. 열풍을 밖으로 빼도록 창문에 공기 차단 장치를 꼭 설치해야 한다. 이 설치 과정은 어렵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삼성전자가 해주는 설치도 가능하다. 설치비용은 제품 비용과는 별도로 4만5000원이 든다. 이전할 경우에는 출장비 등의 별도의 비용이 든다.
쿨프레소 시절과 달라진 점이 또 있다면,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계열 디자인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실내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그린·블루·베이지·그레이·핑크 등 5가지 비스포크 색상으로 선보이며, 패널 부분은 교체할 수 있다. 따라서 비스포크 제품 라인업으로 인테리어를 할 때 컬러를 맞춰서 구성할 수 있다.
창문에 설치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단점은, 창문 사이즈가 제품보다 작을 경우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경우 다른 제조사의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
제품의 가격은 프리미엄 부품(디지털 인버터, 컴프레서)을 탑재했으므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출고가 기준 84만9000원이다. 편의사항을 조금 줄여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돼 한국인들을 구원해주길 바란다. 이 제품이 너무 비싸다면 다른 이동형 제품을 선택해도 좋다. 창문으로 공기를 빼내는 장치가 없다면 방 전체가 시원해지지는 않으니 이부분은 주의하도록 하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